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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 팔각원당 시공현장을 견학하고(2)
휴가철이 한창인 8월 10일, 현장에는 휴가가 없다.


흘림을 설명하는 이광복 도편수

현장에 다가서니 전기대패소리가 남사당패의 태평소 연주처럼 울린다.소음이 이렇게 들리다니 원참. 재목을 다듬는 천막 안은 한증막 같다.그래도 천정에 달아놓은 스피커에선 부드러운 가요가 흐르고  목수들은 무더위를 무시한다. 아마 도편수께서 작업장에 음악을 들이신 것 같다.
오늘은 배흘림기둥 다듬기와 주초석 놓기가 주제이다.
도편수께서는 수많은 세월과 함께 터득한 일을 요령있게 줄여 설명하셨다.

기둥에 흘림을 주는 이유는 착시현상을 교정하여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데 있어요. 흘림을 주어 다듬는 것은 몇 배 어려운 작업이지요. 그래도 우리 선조들은 조형미를 늘 의식하며 장인정신으로 흘림기둥을 다듬어왔습니다. 흘림에는 민흘림과 배흘림이 있지요. 민흘림은 기둥 위로 갈수록 굵기를 일정하게 줄여 다듬어 기둥선이 직선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민흘림에는 기둥 아래부터 흘림을 준 것, 기둥위에서 2/3지점부터 또는 1/3지점부터 흘림을 준것 등 대체로 3종류가 있어요. 기둥굵기가 7∼12치 사이일 때 대개 민흘림을 쓰고, 그보다 가늘 때는 흘림없는 평흘림, 그보다 굵을 때는 배흘림을 씁니다. 기둥이 굵을 수록 착시현상 교정을 위해 배흘림이 필요합니다." 도편수선생님의 약간 느린 「흘림론」에 모두들 일순간 홀려 버렸다.




   기둥의 굵기를 재고있다.



다듬기를 마친 배흘림기둥은 심하지도 밋밋하지도 않고 늘씬한 미인의 다리처럼 아름다운 곡선이었다. 아래 1/3지점이 항아리처럼 가장 굵었다.   위쪽으로 2/3길이를 완만한 곡선으로 줄여간 반면 아래는 1/3 길이를 위보다 가파르게 줄여 다듬었다. 도편수께서는 초석하단부터 기둥 상단까지를 기준으로  3분할 한다고 한다. 이는 기둥상부에 창방을 짜 맞추면 창방 높이만큼 기둥이 짧아 보이기 때문이라 하는데 오랜 경험에 따른 안목치수였다. 다듬고 있는 중인 기둥을 보니 모두 팔각기둥 상태였다. 여기서 흘림을 주어 위아래를 줄여 깍고, 원형기둥으로 다시 다듬어 나간다. 배흘림 깍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팔모원당의 안쪽에서 볼때 기둥이 밖으로 퍼지는 듯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은 바같쪽에 비해 밋밋하게 흘림을 주어 다듬어야 한다. 이를 편심흘림이라 하는 데 여기까지 다듬어야 마치는 것이다. 흘림을 주는 것이 얼마나 많은 품이 드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배흘림기둥을 쓰다듬어 보며 기둥이 세워질 자리에 주초석을 놓는 현장으로 이동하였다.




    초석을 놓을 구덩이를 판 모습



초석 놓을 자리에 터파는 작업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여덟개의 초석자리에 어떤 곳은 깊게 어떤 곳을 얉게 파 놓았는데 그 것은 토목공사중 쌓인 흙과 표토를 지나 땅의 본래 맨살이 나올 때 까지 파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맨살이 나온 땅은 아래 암반으로 이어져 움직이지 않으며 평방미터당 약 200톤의 하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팔각원당의 총하중이 50여톤이라니 넉넉할 것이다. 초석자리 아래는 왕 모래로 채우고 구덩이 틈틈이 모래가 배어들도록 물을 부어 다진다고 한다.  그래야 모래가 움직이지 않으며 하중을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표토가 두껍게 쌓여 어른키 보다 깊게 판곳이 두 곳 있었다. 그 곳에는 화강석(사방 1m, 높이60cm)두장을 겹쳐 지정하고 그 위에 주초석을 놓는다고 한다.
움직이기 쉬운 표토가 너무 깊이 쌓여 있어 입사로 기초를 하면 주초석이 움직이기 쉽기 때문이라 한다. 주초석 놓는 현장을 접해 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현장감이 중요하다. 설명을 마치고 도편수께서는 팔각원당 중심에 서서 각각의 기둥자리 사이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를 둘러보며 각자 절묘한 자리배치를 한번씩 느껴 보도록 하였다. 역시 명당이다. 나는 언제 이런 좋은 자리를 구해 아름다운 한옥을 지어 볼 것인가.
아직 그 날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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