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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이야기

창이 집의 '얼굴'이라면 창살은 집의 '표정'이다. 한옥에는 번다하고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창살만은 다채로워서 집의 여러 가지 창살들이 채택되어 있다.






창은 벽에 구멍을 내어 통풍시키는 봉창(封窓)으로부터 시작된다. 생활이 향상되고, 문화가 발전하면서 문명의 지혜에 따라 창은 오늘의 모습으로 변모해왔다. 하지만 한옥의 경우 부엌에서 보는 바와 같은 광창이 있어 여전히 봉창계열의 창이 잔형을 잇고 있다.

  그런 광창에도 여러 가지 무늬가 채택되고 있어서 집집의 부엌 판벽에서 아주 흥미 있고 저절로 웃음이 감도는 그런 모양을 볼 수 있다.

  봉창은 막고 가리는 것 없이 뚫린 구멍이어서 가리거나 막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을 때 불편했다. 그래서 막을 궁리를 하였다. 그런데 막으려면 틀어막아야 하고 틀어막으면 아주 봉쇄되어 어둡고 답답해진다. 막되 막은 것 같지 않게 막아야 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봉창을 막는 게 발달하면서 얇은 모시나 갑사 같은 비단종이로 막아도 통풍이 되고 빛이 투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창에 울거미와 살대가 있으면 헝겁이나 종이 바르는 데 손쉽겠다는 지혜가 발휘되었다. 살대의 시작이며, 살대에 접착재를 이용하여 덧붙이는 도배법이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이란 상형문자로 창(窓)을 표현한 것도 봉창을 메운 형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살대는 가는 나무 오리를 결합시켜가면서 조성하는 것이지만 내릴톱이라는 가늘고 단단한 쇠톱이 도구로 사용되기 이전까지는 나무 오리의 결합은 가능하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여러 종류의 살대 형상이 조합되기 시작한 것은, '내릴톱'이 사용되면서부터이다. 그 이전엔 통나무 판자를 켜다가 필요한 크기로 마름질하고, 무늬를 그리고 조각도로 파내어 구멍을 빠끔빠금 뚫어 투각하고서야 비로소 통풍되며 빛이 투사되는 창살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는 대리석판을 투각하여 창살을 형상한 예를 흔하게 본다. 그것을 투각했으리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창살을 만들어 내었다. 하벨리라는 고급 살림집에서는 목조(木彫)한 집과 함께 창과 문의 살대도 나무판재를 사용하여 대리석 만큼 치밀하게 창살을 만들었다.

  현재 우리에겐 그런 유형의 창과 문이 사찰법당의 일부에 겨우 남아 있을 뿐이지만 옛날엔 인도 못지 않은 창살의 문과 창이 있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원지역의 한족들은 흙을 빚어 창의 세미한 부분까지 구어내어 만든 것을 설치한 건물을 완성하기도 했다. 역시 내릴톱이 사용되기 이전의 형상이다.

  내릴톱이 사용되면서 여러 가지 살대가 만들어졌다. 살대란 낱말엔 '살'이라는 철학적 용어가 들어있다. '살'에는 우산의 '살대'처럼 근간임을 뜻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고 , '떡살'하듯이, 떡에 살을 박는 '살'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떡에 살을 박는다는 것은 떡에 '심'을 박는다는 뜻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심'은 핵심을 의미한다.

  행위는 살을 먹이는 구조이지만 살에 철학적인 의도가 포함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는 중우주(中宇宙)에 의론(議論)이 도입되고, 그 살의 형상으로 해서 그 집 주인의 식견이 표출되기에 이르러 마침내 창과 문이 주인의 인격을 알리는 얼굴이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문이나 창을 설치하는 구조의 전체를 '문얼굴'이라하고, 그 얼굴에 살대가 표정을 지어 집의 격조를 결정짓게 되었다는 논리를 완성하게 되었다.

  한옥의 문과 창은 여러겹으로 설치한다. 창은 더욱 다양하다. 여닫는 덧창이 달린다. 문얼굴(실제는 머름이 있는 창)에 가득차게 띠살무늬의 덧창이 달렸다. 이 띠살무늬의 살대는 우리 한옥에선 집집에 설치하는 기본적인 살대인데, 같은 유형을 이른바 실크로드의 투루판지역 살림집에서도 볼 수 있다.

  띠살무늬는 상하의 긴 '장살'과 좌우로 짧은 '동살'을 '+자'로 매김한 무늬이다. 창의 상단에 3동살, 중앙에 5일 때 하단에 다시 3이란 수를 채택하거나 상5. 중7. 하5의 수를 이용하는 변화를 지니고 있다.

덧창 안에 좌우로 여는 미닫이가 있다. 창살은 아주 성글어서 '    자'형이 고작이다. 창살로 투사되는 햇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그 안에 '사창'이 있다. 얇은 갑사 같은 헝겁을 바른 창이다.  여름에 통풍이 되면서도 모기나 파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창이다. 미닫이나 사창에 앉은 그림자를 통해 방안의 미인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한 낭만적인 기능의 창들이다.

  사창 안쪽에는 갑창이 있다. 벽을 도배하듯이 두껍게 싸발라 닫으면 외기가 차단되며, 빛을 막는다. 심기가 불편할 때 꼭 닫으면 바깥세상과 단절된다는 묘미를 지녔다.

  미닫이.사창.갑창을 죄우로 밀어 열면 두껍닫이 안으로 들어가 사람 눈에 뜨이지 않게 된다. 두껍닫이까지 치면 다섯겹으로 창이 설치되는데, 창마다 살대 무늬는 서로 다르다. 빗살무늬.소슬빗살무늬.안살창.완자무늬창.만자무늬창 등과 꽃살무늬.띠살무늬에 이르기까지 수십종류에 이른다.

  조그만 공간에 이만큼 다양한 무늬의 살대를 적용하는 점은 이웃나라와 다르다. 이웃에서는 그저 간결함을 위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참으로 다양한 모습들을 각양각색으로 연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살대엔 창호지 바르는 것이 통례이다. 창호지는 뜨는데 따라 매끄러운 면과 솜털이 있는 부분으로 나뉘며, 우리는 매끄러운 면에 풀칠을 해서 창살에 부착한다. 이는 맑은 외부공기를 항시 받아들이겠다는 의도이다. 솜털있는 쪽에서 입김을 불면 솜털이 살짝 덮이면서 기공을 막는다. 방의 더운 기운이 함부로 방출되지 못하게 차단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살대가 바깥에 보이도록 안에 창호지를 바르지만 일본의 경우, 반대로 바깥에 발라 살대가 실내에서 보이도록 한다. 우리와는 정반대이다.

  창호지를 바르면서 손잡이 부근에 단풍이라든가 눌러서 말린 천연의 아름다운 잎이나 꽃을 발라 넣어 장식 하기도 한다. 또 살짝 내다볼 수 있게 '눈꼽재기창'을 만들기도 한다.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아름다움을 더하려는 마음이 담겼다고 하겠다.

  창과 문의 살대는 집주인의 식견을 대변한다. 번잡한 살대를 애호하는 주인은 외향적인 성정(性情)을 지녔다고 할 수 있으며, 차분하고 수더분한 살대 애호가는 선비의 근검절약과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오늘의 우리집 창과 문의 살대에도 집주인의 의지가 담겼는가를 우리는 지금 잊고 있다.

무심히 살기 때문이다. 그런 무심함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21세기에 우리가 지어야 할 이땅 위의 새로운 한옥을 위하여 우리는 냉철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옛날의 집은 집 주인의 작품이었는데, 지금은 남이 지어준 집에 몸만 들어가 살고 있다.  그런 집이 쾌적하지 못하다면 우리는 우리의 이상을 추구하면서 내가 살 집을 내가 짓는 의지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창과 문살에 주인의 의도가 다시 담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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