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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편수의 선자연판 설명



八角圓堂이라는 말에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팔각정을
떠올렸다. 다시 보기 어려울 뜻있는 시공이므로 일곱번으로
계획한 참관학습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에 무엇이 그
리 뜻있을까 하고 갸우뚱 했지만, 설계 설명을 듣고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기둥에 창방을 얹기 위해
기둥머리에 사괘를 트는 일부터가 문제였다.

창방과 창방이 일반집과는 달리 둔각으로 만나야 하므로 사
괘머리 중 남는 부분이 그 만큼 적어지므로 신중하지 않을 수없는 일이다. 추녀좌우로 부채살처럼 펼쳐지는 선자서까래를 지붕전체에 배열해야한다는 사실도 일반 집에서는 네 귀부분에만 배열하면 되는 것에 비하여 일이 두배였다. 바닥이 정방형이 아니므로  마루청판 깔기도 어려울 것이고, 기둥의 배흘림 문제도 역시 까다로울 것이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천정을 「귀접이방식」으로 한다는 사실이었다. 일반적인 팔각건물의 경우 상부구조체를 받기 위해 고주를 쓰는데, 이 경우 기둥에 막혀 사용할 공간이 그 만큼 좁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실내에 고주를 쓰지 않고「귀접이 구조」를 시도하는 것이다.

「귀접이 구조」란 도리와 도리사이에 가로지르는 도리를 두르고 다시 그 도리사이에 또 다른 도리를 걸치는 방식으로 천장가구를 좁혀가는 방식을 말한다. 귀접이구조는 고구려 고분에서, 팔각의 원당은 철감선사부도등 석조유물에서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으니 '옛것을 탐구하고 익혀 오늘의 집을 짓는다'는 한옥문화원의 理念이 십분 발현되는 건물로 의미를 두어도 좋을 것이다.

녹색천지의 산야를 썰매 타듯 전주까지 내달린 후 순창방향으로 30분 가량을 더 달린 끝에 임실 옥정호변 현장에 도착했다. 서울을 출발한지 4시간 남짓만이었다.
현장에는 건축주인 대도대한연구회측 안내인이 극진히 맞아주었고, 도편수 이광복 선생님 지도아래 목수 대여섯분께서 치목하느라 땀흘리고 있었다.
목재의 보관에 드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였다. 장마철 목재에 끼는 靑苔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념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었다. 옛것에 근거했으니 그에 소용되는 연장도 그러해야 되겠으나 작업의 효율상 부재 전체의 형상 등은 오늘날의 연장으로 치목하고 최종의 마감은 모두 손대패로 작업되고 있었다.      
정성이 이쯤은 되어야 집다운 집을 지을 수 있나보다.



    치목 된 선자서까래 돌림각 설명중



참관학습의 첫 주제는 선자서까래였다.
선자서까래는 머리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쯤 굵었다.   다 지어놓은 건물 추녀 밑
에서 선자서까래를 보는 것보다 훨씬 우람하
였고 목재의 질감도 투박하였다.추녀를 중심
으로 좌우  각각 9개의 선자서까래를 건다.
추녀에서 제일 가까운 것이 초장으로 1번이
되고 도리 중심에 쐐기형식으로 끼워지는 것
이 10번 막장이라 한다.

이번 팔각원당 건축에서는 평서까래가 없으므로 막장은 추녀와 다음 추녀의 가운데 놓이게 된다.
선자서까래를 다듬기 위하여 총장,외,내,통,후통,곡,돌림,경사 등의 생소한 용어를 썼다.

`총장`은 서까래 전체길이, `내`는 갈모산방에서 건물 중심쪽의 서까래 길이, 외는 갈모산방 바깥 쪽 서까래 길이,  `통`은 선자서까래 처마쪽 지름,  `후통`은  서까래 뒤쪽 끝의  두께를, `돌림`은   도리와 선자서까래가 만나는 각도를, `경사`는 갈모산방의 기울기를 각각 나타내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곡`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어도 알 수 없다. `곡`의 정체에 대해 분분한 토론을 벌였지만
속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선자서까래 다듬기가 어려운 것은 1번부터 막장까지 길이와 굵기,
각도,모양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다듬어야 추녀 좌우의 처마가
가지런하고 맵시 있는 곡선을 이루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선자를 다듬는데 혼동하지 않도록 각기
다른 모양의 치수를 도판 하나에 정리하여 두고 있었다. 현장에서 쓰는 양판이라는 것도 볼 수 있
었다. 설계도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실물 크기로 그려낸 것이다. 목수들은 양판에 따라 파
내고 다듬는데 이것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단순한 구조의 건축물이라도 그것을 짓
는 데는 우리가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계산과 설계 그리고 치목의 과정이 숨어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기로 했다. 현장은 현장대로 돌아가야 했고, 상경 길도 가깝지 않으니...... 오늘날 시도되지 않는 법식을 이끌어낸 창의와 지상에 구현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현장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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