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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 팔각원당 시공현장을 견학하고(3)

간밤의 기상예보에는 비가 내릴 것이라 한다. 출발할 때도 임실에 다다랐을 때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동범 실장은 운전도 수준급이었다.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면서
나는 일정한 고도를 비행하는 듯한 안정감을 느꼈다.
오늘은 투병중인 영원한 맏형님 홍재원 선생님도 참가하셨다. 많이 여위셨지만 장거리 여행에 참여할 만큼 기력을 회복하고 계시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이동범 실장은 현장을 멀리 보는 맞은 편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현장은 호수건너 작은 동산에 자리잡았고 그 뒤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이 작은 동산을 에워싸고 있었다. 이런 곳을 알아보고 자리를 잡은 사람의 안목에 모두들 감탄했다.

현장에는 다듬기를 마친 재목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뜨거운 햇빛이 살을 익힐 듯 하여도 목수들은 그저 묵묵히 나무와 씨름하고 있었다.
"오늘은 초석자리에 모래 물다짐을 하는 입사기초 실습을 하겠습니다. 직접 해보아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도편수께서 앞장 섰다. 百聞이 不如一見이요 百見이 不如一行이라. 지난번에 파놓은 초석자리에는 화강암 판석을 깔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래 물다짐을 해놓고 있었다. 물다짐을 마친 곳에는 고운 앙금이 말라 갈라진 채 덮여 있었다. "저 앙금을 보세요. 물다짐을 하는 동안 모래에 섞여 있던 불순물들이 떠올라 마른 것입니다. 물다짐을 할 때는 우선 모래를 약 20cm 넣고 그 위로 5-6cm 더 차오르도록 물을 붓습니다. 그리고 막대기로 모래위를 쿡쿡 찧어 다짐니다. 처음에는 막대기가 푹푹 들어가지만 다질 수록 콩콩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다져짐니다. 1평방미터 넓이를 물다짐할 때 열명이 둘러서서 1인당 1천번 가량 다지면 알맞게 다져지는데 어디까지나 경험치입니다."
도편수께서는 물다짐을 마친 한 곳을 실습을 위해 다시 파내도록 하였다. 모래는 삽으로 걷어내기에는 어렵지 않았지만 딴딴하게 다져져 있었다. 걷어 낸 모래를 다시
20cm가량 채워 놓고 그 위로 물을 부었다. 재어보니 수면은 모래보다 1치 8푼 더 올라와 있었다. 우리 10명은 막대기 하나씩을 들고 빙 둘러서서 천천히 박자를 맞추어
다져 나아갔다. 다져 가면서 굳은 땅을 찧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각자 천번정도 다짐을 마치고 수면에서 모래까지 깊이를 재어보았다. 2치 8푼이었다. 한치만큼
모래가 다져진 것이었다.



입시 기초 실습중 모습




"이 위에 다시 모래 20cm를 넣고 물을 더부어 먼저와 같이 반복하면서 지면높이까지 다져올리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불순물들이 계속 위로위로 떠올라 앙금으로
남습니다. 물다짐을 하면 모래는 30%가량 부피가 줄어들어요. 그러니 1평방미터 넓이에 1미터 깊이 구덩이를 모래 물다짐으로 채우려면 모래 1입방미터를 가지고는 않되지요. 이런 입사기초는 지반 자체가 흔들리지 않는 한 사실상 영구적으로 보존됩니다."
질문이 이어졌다. "입사기초에 물이 들어가면 모래가 쓸려 버리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물이 들어가면 않되지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막기위해 기단을 추녀선 안쪽으로 들여 쌓습니다.
건물 주변의 물을 피하기 위해 건물둘레에 물이 흐를 자리를 마련하지요. 아뭏튼 물이 들어가면 않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겨울에 얼었다 봄에 녹았다 하면서 초석자리가 약해지지 않을까요?"
"그것 역시 중요한 애기입니다. 중부지방에는 겨울에 동결심도가 대략 1미터지만, 이 곳같은 남쪽에는 약 60cm 정도지요. 입사기초가 동결심도 아래에 있도록 강회다짐으로 30cm 이상 높이고 그 위에 초석을 놓되 30cm 이상 묻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지표면에서 60cm 아래에 입사기초가 놓이게 되 얼지 않고 그에 따른 입사기초 약화는 없게 됩니다." 도편수 선생님의 대답은 명쾌하였다.

입사기초 실습을 마치고 치목현장으로 내려오면서 홍선생님은 강회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석회석에 열을 가하면 흰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강회라고 한다. 학교다닐
때 배웠던 소석회와 같은 모양이다. 강회에 물을 부으면 분해되어 가루로 부수어지고 이를 일정한 틀에 넣어두면 그대로 굳게 되는데 굳는 속도는 느리지만 견고함과
수명은 콘크리트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강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응축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반면 콘크리트는 부풀어 오르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강회는 갈 수록 굳어지고, 콘크리트는 갈라질 수 밖에 없지요."

치목현장에 내려와 우리는 기둥머리 치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기둥머리는 창방과 익공를 결구할 자리를 파내어 남아있는 살이 별로 없었다. 팔각원당에서는 창방과
창방의 내각이 135도를 이루어 창방 바깥의 살이 적은데다 창방안쪽으로도 익공을 맞추어야 하므로 기둥머리살은 7-8할을 파내고 남는 것은 2-3할 정도에 불과하였다.
이렇게 약해 보이는 기둥머리는 창방과 익공을 모두 결구하면 튼튼해지도록 되어 있는데 모두 치목에 고려된 것이었다. 남아있는 살중 가장 적은 부분은 엄지손가락
굵기정도였다. 이런걸 치목하려면 문살을 짜는 소목수준의 정교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다듬어 놓은 기둥 머리는 습기나 물리적 충격을 막기 위해 한지로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기둥머리 치목판 설명 중



여름은 마지막 에너지를 모아 현장 가득히 뜨거운 햇살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다음에는 10명이 않되면 현장강의를 안하겠다는 도편수 선생님의 협박(?)을 들으며
현장을 떠났다. 이동범 실장이 핸들을 잡은 이상 우리는 곧장 돌아올 수는 없었다. 전주에 들러 경기전을 둘러보느라 서울길은 아주 늦어버렸다. 서울로 접근하면서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교통방송에서는 태릉지하차도, 동부간선도로, 부평지하도 교통통제를 알리고 있었다.
그동안 수도권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던 모양이다. / 김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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