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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 팔각원당 시공현장을 견학하고(6)

주말을 연이어 참관을 떠나는 동학들은 약간 피로해보였다. 그런 중에도 홍선생님 내외께서는 함께 참석하여 활력을 주었다. 더구나 넉넉한 자리에 편안히 걸터앉아 떠나는 10월의 마지막 주말여행의 운치는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풍성한 수확을 말하지 않아도 하늘색,들색,물색이 모두 깨끗하고 아름다워 가을은 역시 최고의 계절이다.
늦가을에는 노을도 깊다. 돌아올 때는 호남벌 위에 불타는 노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건축주 측에서 안내인이 나와 있었다.
지난주 상량식 때 사람들이 많아 통제가 잘 되지 않았다며 이번부터라도 팔각원당의 지붕에 올라가는 위험한 일은 삼가해 주길 당부했다.
작업현장에는 작업을 위한 가설물 위에 선자서까래를 가득 올려 놓고 있었다.


선자연 설치 중 모습


지붕 여덟 면 중 한 면은 이미 선자서까래를 얹어 놓고 있었다. 이광복 도편수께서는 작업복 차림으로 우리를 맞았다.

"오늘은 선자서까래(선자연) 거는 실제 모습을 참관하시겠습니다. 그보다 먼저 여러분은 추녀를 어떻게 얹었다고 생각하세요? 저 거대한 추녀를 거는데 반나절 밖에 안 걸렸습니다. 추녀와 도리가 만나는 부분은 그랭이질하여 도리를 파내고 추녀가 잘 자리잡게 하였어요."

지어놓은 모습을 보는데 익숙한 우리는 어떻게 저렇게 지었을까 하는 데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막상 도편수 선생님의 질문이 떨어지자 궁리를 해도 신통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추녀는 왕대공을 받치고 왕대공은 방사상 모양을 한 추녀의 한 가운데서 추녀 뒷부리를 단단히 결속하고 있다. 왕대공은 추녀 뒷부리에만 의지하여 허공에 떠있는 추녀보다 훨씬 굵은 부재였다. 더구나 추녀가 도리의 왕찌맞춤에 걸터앉는 부분에는 추녀모양을 그랭이질하여 왕찌짜진 부분을 파내고 추녀를 얹었다 한다. 작업을 어떤 순서로 하였을지 짐작할 수 없었다.

"팔각원당 정중앙에서 왕대공의 설계높이 만큼 받침대를 쌓고 그 위에 왕대공을 앉히면 공간상에 왕대공 정위치가 될거구요, 크레인으로 추녀를 들어 올려 왕대공에 결속하면 될 것 같은데요?"
역시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하신 홍선생님의 답이였다.
그럴 것 같았다. 왕대공이 자리를 잡는 것이 먼저고 나중에 추녀를 들어올려 왕대공에 결속하는 순서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추녀가 앉는 자리에 도리를 그랭이질하여 파내는 것은 어떻게 하는지는 난감한 문제였다. 크레인으로 추녀를 들어올려 왕대공과 결속하고 도리위에 추녀를 걸친 후 그랭이질을 하고, 다시 추녀를 해체하여 도리를 파낸 뒤, 또다시 추녀를 앉힌다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상식적이지도 않는 것 같았다.
도편수 선생님은 빙긋이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것은 우리들의 숙제였다.
아마도 추녀를 들어 올려 왕대공에 결속하기 전 도리왕찌맞춤 부분에 얹히는 추녀 부분의 치수를 가늠하여 미리 파내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랭이질이란 대상을 갖다 대고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것이 너무 복잡하면 이런 식의 변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는 처마선 높이로 설치한 가설물 위로 올라같다. 지붕의 팔각 처마선에는 모두 서까래 등이 면할 평고대(초매기)를 설치해 놓고 있었다. 평고대는 넓이 4치, 두께 3치쯤 되 보이는 굵은 각재였지만 추녀와 추녀를 잇는 선은 건물 밑에서 보아 추녀 끝 보다 안쪽으로 휘어들고(안허리곡), 정면에서 보아 밑으로 휘어 내린 선(앙곡)을 따라 공간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이 곡선을 만들기 위해 굵은 철사로 평고대 곳곳을 당겨 고정시켜 놓고 있었다.
선자서까래(선자연) 끝부분은 이 평고대 아래 면에 등을 대고 설치되어 한옥만이 갖는 아름다운 처마곡선을 그리게 된다. 첫 참관강좌에서 설명들은 대로 선자연은 추녀 쪽으로부터 1번에서 9번까지 있고 9번 다음에는 막장이라 불리는 서까래가 있다. 반대편 추녀쪽에서도 1번부터 9번까지 선자연이 있고, 마지막의 막장은 서로 공유한다.


안허리,앙곡 설명중 모습


따라서 팔각지붕 한면에는 모두 19개의 선자연이 들어가고, 지붕전체에는 152개가 필요하게 된다. 모양이 각각 다른 선자연 치목의 어려움은 이미 말한 바 있으나, 목수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노고를 쏟아 부어야 했고, 그 노고는 오늘 이후 지붕에 걸려 아름다운 자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목수들은 육중한 선자연을 들어올려 제자리에 맞추어 보고 다시 자리로 내려 치목 이후 조금씩 변형된 부분을 대패질로 다듬어 내길 반복하고 있었다. 대패질이 끝나면 1번 선자연부터 지붕에 올리게 된다. 1번 선자연은 반을 쪼갠 모양을 하고 있어 평평한 면을 추녀에 접하도록 설치하고 실제로 추녀에 큰 못으로 고정한다. 2번 이후 선자연의 처마쪽은 모두 둥근모양을 하고 있다. 평고대 선을 따라 곡선을 그리듯 배열한 뒤, 도리에 얹히는 부분에 커다란 못으로 단단히 고정시킨다. 기둥안쪽의 선자연은 바깥쪽과는 달리 각재 모양으로 치목하는 데 선자연끼리 빈틈없이 맞닿아 있어 지붕아래에서 올려보면 왕대공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간 방사상 무늬를 띠게 된다. 선자연의 아름다움은 지붕아래에서 올려 보아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선자연은 올려다보는 아름다움 말고도 한국의 아름다움으로 꼽히는 처마곡선을 이루는 주요 부재이다. 오늘과 내일 선자연을 모두 걸고나면 팔각원당은 기본틀을 완성하고, 기와 얹는 작업, 수장재로 원당의 벽면을 마무리하는 작업, 마루청판을 깔아 바닥을 마무리하는 작업, 기단을 조성하는 작업이 남을 것이다.

막바지에 접어든 팔각원당 공사현장은 저만치 가을 햇살을 가득 받고 있었다. 현장을 떠나며 원당의 지붕을 멀찍이 바라보니 추녀와 선자연과 한 몸이 된 목수들이 지붕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저 원당의 틀을 이루어 낸 목수들이 무사하게 공사를 마치고 지금 우리처럼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곤한 잠에 빠졌다.
설핏 잠에서 깨어 보니 논산쯤을 지나고 있는지 서쪽으로 너른 벌판에 땅거미가 내리고 그 위에 가을하늘이 불타고 있었다. / 2003.10.26. / 김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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