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4 15:08

관상헌 이야기 1

조회 수 10108 추천 수 4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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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대에 새 술을 채우다.



지난 2월 한옥문화원 회원이신 김우용 선생과 충북 음성의 용산리에 소재한 당신의 집에 방문을 한다. 25평 규모의 ㄱ자, 소로수장집이다. 북향한 터에 남향하여 집을 앉히다 보니 그만 집이 산을 바라다보고, 시원스레 펼쳐진 논밭은 등을 지게 되었다. 80년대 중반의 일이라 하셨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기초한 터가 내려앉아 그만 집이 기우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게 되었다. 기울어진 부분을 다시 들어 동바리를 대고 세워도 보고, 물러난 초석을 제자리에 돌려보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집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셨지만 20여 년 동안 김선생님의 걱정과 근심은 끊일 날이 없으셨다 한다. 잠깐 뵙기에도 아버님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신 것이 느껴지는데, 그 분으로서는 아버님께서 애착을 가지시던 집을 바로 잡지 못하고 지낸 날들이 무척이나 불편하셨던 것 같다.
여러 궁리를 거듭한 끝에 기존의 집을 조상들의 묘소가 있는 터 아래로 옮겨가기를 결정하셨다. 실행할 단계에 이르러 먼저 한옥문화원에서 ‘내 집을 지읍시다’ 강좌를 수강하시며 생각을 가다듬는 세심한 준비도 하시는 등 (이런 우여곡절의 세월 동안 집을 이 부분은 이래야하고 저 부분은 저래야 하고....... 그런) 끊임없이 궁리를 하신 끝에 한옥문화원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신다. 지극한 효심이 이끈 발길을 어찌 뿌리칠 것인가? 어른들께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을 결정하셨다.

새로운 터에 20여년의 걱정과 근심덩어리를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새로이 들어설 건물은 소담하지만 안채와 아래채로 나눠 짓기로 했다. 안채는 새로운 목재와 새로운 맘으로 짓고, 아래채는 기존집의 부재를 재사용하여 고쳐 짓기로 결정하였다.  

작업의 시작은 기존 집을 해체하는 데서 시작하게 되었다.
해체는 조립의 역순으로 기와에서 시작하여 목부재를 거쳐 아래 초석까지를 해체하게 된다. 이 때 아래채에 다시 사용해야 하므로 각기의 부재에 번호를 매기고 조심스레 걷어낸다. 일주일에 걸쳐 해체를 완료하고 새로운 터로 옮겨 보관을 한다.









새로운 터는 이렇다. 정남향한 터전에 배후가 어느 정도 아늑하게 막혀 있고, 바라다 보이는 경치가 시원스레 열린듯 하다가 저~어 너머에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있다. 터가 이만하기도 쉽지 않을 듯 하다. 무엇보다 터의 좌측 능선에 김선생님의 조부님과 아버지께서 이 터를 내려다보고 계신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보살핌이 있으신 터이고 보니 하루 종일 명랑한 기운이 맴돌고, 흙내도 향긋하다. 분명 이곳이 김선생님께 있어서는 천하제일의 명당일 듯하다.  
해체된 부재들이 이 터에 들어오던 날 부친의 묘소 앞에 올라가 묵묵히 바라만 보시던 김선생님의 모습에서 어쩌지 못하고 그저 바라다 봐야만 했을 20여년의 상심이 눈물이 되어 흐르신다.
깊었던 상심만큼이나 계획이 확실하시니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잘못 걸린 셈(?)이다. 그만큼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집을 짓는데 있어 내가 생각하는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하나, 내 집이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둘, 조금 더 할까 말까 망설인다면 하고보면 된다.
이 두 가지만 가슴에 새기면 된다. 어린 사람이 생각하는 이러한 원칙들이 처음부터 세워졌었다면 동안의 상심도 없으셨을 텐데.......

일반의 사람들에게 집은 평생에 한번, 갖은 정성을 다해 짓게 되는 소망이다. 오늘 나는 그런 건축주의 마음이 되어 어르신들이 포근히 감싸주시는 그늘 아래서 한 삽 한 삽 조심스레 집이 앉을 터전을 닦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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