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沙上樓閣?


이제 집을 세우기 위한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다. 집의 좌향을 정했으니 이에 맞춰 기초공사를 하기 위해 규준틀을 놓고 기초자리를 표시한다. 아무런 표시도 없이 널려 있던 집터에 이렇게 기초자리를 표시하니 이제야 집의 모양과 규모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야 두서없던 마음도 갈피는 잡는 느낌이다.
날씨가 좋다. 일기예보를 보니 한동안 비소식이 없을거라 한다. 흙일을 하려면 날씨가 좋아야 한다. 굳고 단단해 보이던 땅도 비가 오면 개흙처럼 되기 일쑤다. 여기에 삽질이라도 하면 곧 곤죽이 되어 버린다. 이정도면 궤도가 달린 굴삭기도 애를 먹게 된다.


굴삭기가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한다. 각 기둥마다 따로 기초를 놓으니 기초자리가 그리 크지 않고 또 그 사이사이가 매우 가깝다. 그런 구덩이를 생땅이 나올 깊이까지 파야 하니 그 작업이 조심스럽다. 자칫하면 옆 구덩이와 한통이 되어 버리고 그렇게 되면 그만큼 되메우는 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기초는 입사기초로 정해졌다. 석비레를 켜켜이 쌓아 물다짐을 해 가는 방식이다. ‘사상누각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 기초를 하면 집이 온전할까’ 생각하는 이가 많지만 단단한 흙구덩이 속에 다져진 석비레는 나무 달고를 ‘텅’하고 튕겨낼 정도로 든든하게 자리를 잡는다. 복잡한 수식계산이나 장비를 사용한 강도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수백 년을 내려온 한옥들을 보면 쉬이 그 든든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물 배수가 잘되니 물에 대한 걱정도 그만큼 덜 수 있다.

생땅까지 파낸 구덩이에 석비레를 한 뼘 정도 채운다. 여기에 물을 붓고 석비레가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물이 밑으로 빠지면서 빈 공극들이 채워진다. 그 위에 달고질을 한다. 석비레 알갱이 사이가 더욱 밀해진다. 달고 하면 흔히 둘이나 넷이서 하는 커다란 돌 달고나 나무 달고를 떠올리기 쉬우나 여기에선 한치 오푼 정도의 나무 각목을 사용한다. 그 작은 것으로 얼마나 다져질까 하지만 실지로 해보면 구석구석 세밀하게 다져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작은 것을 쓰면 소용이 없다. 너무 작으면 박혀버리고 말기 때문에 다지는 효과가 없다. 또 너무 크면 그 힘을 못 이기고 주변 땅이 솟아 버리니 다져지기 힘들다. 상황에 따라 적당한 것을 가려 써야 한다. 한참 달고질을 하다보면 푹푹 맥없이 들어가던 달고가 어느새 텅텅 소리를 내며 튕겨 오른다. 다 다져 간다는 신호이다. 텅텅거리는 소리가 기초구덩이를 울리고, 그 울림이 발바닥까지 전해지면 달고질을 멈춘다.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여 구덩이를 채워나간다.





일하시는 분들이 처음에는 가느다란 달고를 보고 ‘이거 뭐 일 같지도 않은 걸 시키냐.’며 농담을 건네고 가볍게 시작을 했다가도 나중에는 차라리 삽질을 하겠다고 엄살을 필 정도로 입사기초라는 것이 보기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허어 이거 생각하고 다르네.’ 땀 방울이 송글송글 이마에 맺힌다. 한 켜, 두 켜 다지고 나니 모래로 기초를 한다고 우습게 생각했던 이들도 생각이 바뀐다. 직접 해보니 들어가는 정성과 노력, 그리고 그 든든함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날을 정성을 다해 조금씩 채워 나가니 언제나 다 메울까 싶던 기초 구덩이들이 다 채워졌다. ‘휴우~’ 힘든 일이 끝났다는 일꾼들의 신호다.
작지만 정성드려 개토제를 한 까닭일까? 기초공사가 끝나니 비소식이 있다. 한쪽에서는 석공들이 초석을 다듬는 소리가 들리고, 목수들은 들어와 치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일들로 현장이 더욱 바빠질 모양이지만 기초를 이리 든든히 해놓고 보니 발걸음이 가볍다.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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