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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집에 사용되었던 초석을 사용하기로 되어 있던 터라 초석 놓을 준비를 하는 데는 한결 수월한 마음이다. 해체 전 노출된 부분이 높지 않아 걱정을 하였으나 다행히 깊이 묻혀 있어 쓰기에 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기존의 초석은 직육면체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윗면을 조금 줄여 옆에서 봤을 때 사다리꼴 모양이 되도록 다듬어 사용하기로 결정 하였다. 위가 넓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보정하고 돌이 무거워 보이는 부담을 줄여 집이 한층 가볍고 날렵하게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누마루에 들어갈 장주 초석과 전면에 들어갈 둥근 기둥을 받칠 동그란 초석은 기존 초석으로 대체할 수 없어 따로 마련하였다.









초석을 놓기 위해 기초공사를 하면서 세워둔 규준틀에 실을 달아맨다. 규준틀을 설치할 때 그 높이를 초석 윗면의 높이와 맞춰 설치한다. 그래야 나중에 실을 띄워 초석을 설치할 때 편하다. 계획된 간살이에 맞춰 실을 띄우고 초석을 놓을 자리에 옮겨 놓는다. 잘 다져진 바닥을 고르고 초석 윗면의 중심 먹을 실에 맞춰가며 제자리를 잡는다. 작은 돌을 이용 초석의 네 귀를 받쳐 높이를 맞춘다. 보기엔 쉬워 보이는데 막상  네 귀를 맞추려고 하니 잘 되질 않는다. 옆에서 도편수께서 슬쩍 한마디 건네신다. "두 귀에 돌을 놓고

한 면을 먼저 맞추고 난 뒤 남은 뒤 귀중 한쪽 귀에 돌을 놓고 그 옆면을 맞추면 돼. 남은 귀는 적당한 돌로 살 짝 받쳐주면 되고.......” 말로만 설명을 들으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인데 직접 눈으로 보며 설명을 들으니 아주 간단하다. 글로 공부하였다면 몇 번을 다시 읽고 되뇌면서 이해하려 하고, 어렵사리 이해가 되면 또다시 기억하기 위해 몇 번을 더 되뇌어야 할 터인데 직접 하는 것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한 눈에 그 이치가 들어온다. 글로 하는 공부 뿐만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공부도 같이 해야 한다는 원장선생님의 가르침을 몸으로 다시 한번 느

끼는 순간이다. 이렇게 위치와 높이를 맞춘 초석 밑의 빈 공간을 모래를 이용하여 사춤을 한다. 가느다란 막대기를 이용하여 빈 공간에 모래를 밀어 넣고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구석구석 밀실하게 잘 다져준다.

집을 짓는 과정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집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 기초에 전달하는 부분이기에 조금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초석 주변에 흙을 가져다 두툼하게 잘 다져주어 마무리 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초석 16개가 제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어지러이 있다가 이렇게 가지런히 놓여진 초석들을 보니 수업이 시작되어 들어오신 선생님을 보고 쉬는 시간 재잘거리며 놀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잡고 앉아 공부할 준비를 하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아니 내가 그렇게 쳐다보고 있다.

“선생님! 다음은 뭘 가르쳐 주실 건가요?”

집을 향해 손을 번쩍 들고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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