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박물관 인도실5

by 신영훈 posted Oct 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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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사랑방 짓는 일터로 갔더니 한국에서 여러 분이 찾아왔다. 수인사가 벌어졌다. 서울서 못만나던 명인들을 런던에서 만나니 즐겁다는 내용이고 멋진 한옥이 마음에 든다는 찬사이다. 사랑방은 국내외 인사들에게 매우 호감을 받는 존재가 되었음이 확인 된다.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그들이 한 차례 지나가자 조금 마음이 한가해졌다. 일이 예정대로 진첩되고 있어서 안심도 된다. 저만큼 떨어진 자리에 가서 좀 편안히 앉았다. 다시 인도실의 광경이 되살아 난다. 이리 저리 생각중에 인도에 가서 보았던 놀라운 건축물들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지아나(쟈이나)교의 건축물 중에는 거대한 건물 내외로 가득하게 조각을 베풀어 장식한 예가 적지 않다. 내가 본 건물 중에는 대사원과 벵갈만의 태양의 신전과 가주라호의 대소 사찰 등인데 대단히 놀라운 작품들이다.
태양의 신전과 가주라호의 신전들에는 남녀의 신상들이 교합하는 자세를 조각한 부분도 있어 더욱 유명하다는 설명을 현지에서 들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나는 외국에 나다닐 때 우리문화와 이웃나라 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 스라이드를 편집한 자료를 늘 들고 다닌다. 60매로 구성된 이 자료에는 경주 토함산 석불사와 비교되는 석굴 사진 자료와 함께, 그 가주라호의 신전과 태양신전의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요청이 있으면 교민들에게 그 스라이드를 보여주며 한국문화의 특성을 일깨우곤 한다.
메인템풀의 신전 사진을 꺼내어 다시 본다. 중심부 천장의 아름다운 조각이 베풀어진 광경이다. 진열실에서 본 조각이 장식된 작은 건물의 예는 그에 비할 수 없는 소규모이지만 인도미술에서 조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하다는 점을 일깨우는데에서는 손색이 없다.
메인템풀(대사원)의 규모는 장대하다, 안팎으로 역시 조각 장엄이 대단하다. 우선 중심곽의 천장 부분만 보아도 그 장엄을 알 수 있으며 대단한 수준이다.
지금은 건축물과 장엄된 조각을 분리하여 보려 하지만 당시엔 구조와 장엄은 하나였으므로 지금 같이 따로 분리해 생각할 까닭이 없다. 그러니 나누어 생각하려는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 그 점이 서구적인 안목에서 비롯되었다면 동양적인 감각으로 그 인식을 되돌려 놔야 참다운 면모를 파악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잠겼는데 또 한 패의 사람들이 몰려온다.

앤더슨 박물관장이 유명한 영국의 문화인들을 안내해왔다고 인사를 시킨다. 그들의 직책이 박물관 운영에 여러가지로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들이나 문화인들이 좋다고 하면 만사가 잘 돌아간다는 귀띔이다.
한참을 살피더니 매우 만족수럽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갔다. 그들은 조립하는 목조의 구조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소나무 냄새가 일품이라고 하였다.

이제 인도실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어서 따라가서 맛있는 도시락의 점심을 먹어야겠다. 하숙집에서 정성드려 싸준 도시락이 아주 맛이 있어 일꾼들은 기운을 잃지 않는다고 싱글벙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