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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에 이름 난 談山神社를 구경 갔었답니다. 찬바람이 몰아치는데다 우중충해서 을씨년스러운데 우거진 숲으로 길이 열려서 가는 길도 명랑하지가 못하더군요. 일본에 온지 오늘이 꼭 60일 되는 날이라 일부러 높은 산에 오르려 하였습니다. 이신사에는 13층의 목탑이 있어 유명합니다. 목탑으로 13층을 조영한다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점은 우리 황룡사 구층탑의 예로써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 13층목탑은 지붕만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른바 밀첨식이라 부르는 구조이어서 통상적인 구층탑에 비견할 것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본에도 하나밖에없는 목탑의 유형이라니 부득이 가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전차를 갈아타고 역에 내려서 다시 대형버스를 갈아타야 신사에까지 갈 수 있다고 하는군요. 물어서 알아들은 데로 버스를 타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깊은 첩첩 산중이어서 이런 자리에 터를 잡느라 애썼겠구나 싶었는데 안내서를 보니 반란을 일으키는 주동자들이 여기 모여 모의를 하였고 성공하자 절을 지어 기념하면서 탑을 세웠던 것인데 후에 절은 없어지고 신사로 탈바꿈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신사에 탑이 당하기나 한 노릇입니까.

점심 때가 겨웠는데 산에는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군요. 차에서 내려 신사로 가면서 두리번거려도 썩 마음에 내키는 곳이 없고 얼른 사진 찍고 돌아서야 시간 맞추어 떠나는 버스에 올라 탈 수 있을 것 같군요. 할 일 없이 오늘도 점심은 난봉이 날 모양입니다.


산문을 지나 높은 계단을 올라가니 본전이 있고 그 옆으로 탑이 섰는데 터전도 좁고
주변 지세의 형국도 너무 척박하고 촉박해서 어찌 이런 잡았을꼬 하는 의문이 일어납
니다.

탑은 크지 않은 규모인데 1층은 형상만 3간이지 규모로는 1간 정도도 되기 어렵습니다. 그 위로 나무 껍질로 이은 지붕이 가벼운 탑의 지붕이 13중으로 겹쳐졌는데 구조로는 별다른 특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듣던 말과 요란스러운 안내서에 비하면 실물은 영 그만 못하여 점심 굶으며 보는 재미가 별로 신통치를 못합니다. 그러나 한번은 봐두어야할 대상이므로 몇바퀴를 돌며 자세히 보느라 애를 썼습니다만 왈칵 빠져들지는 못하고 말았습니다.

탑을 보고 주위 여러 건물을 보는 중에 고구려식 부경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본에는 여러 사찰과 신사에 이와 같은 부경이 있어 정창원과 더불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점점 더 매섭게 불고 버스 떠날 시간이 되어 고만 산을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16일에는 더 높은 比叡山의 延曆寺를 찾아갈 참입니다.

추위가 좀 풀리려나, 겨우 영하 1도 밖에 되지 않는데 고국에서 보다 더 추위를 느끼
는 것은 내 주변이 허전하기 때문인지를 궁리하면서 산의 좁은 길을 내려오는 차창에
서 아직도 남은 단풍의 붉은 기운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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