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壽의 이야기사랑방 제 69화

by 신영훈 posted May 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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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읽히고 있는 성호星湖 이익李瀷선생의 <星湖사설>에는 건축과 그 문화를 탐구하는데도 요긴한 자료가 많다. 오늘도 이 책을 읽다가 ‘사주四柱’라는 항목을 보았다.
더러 예전에 선생님들은 그 집터는 그 터에 집 짓고 사는 사람을 대표하는 집주인의 사주와 어울려야 탈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 늘 그 ‘사주’가 무엇인지가 궁금하였는데 성호선생은 이 문제를 아주 간단히 정리하셨다. 민족문화추진위원회에서 애써 번역하여 간행한 책에서 옮겨 본다.

"서徐 사가四佳(서거정徐居正의 호)는 말하기를 '태어난 해와 달, 날과 시간으로 따져 보면 타고난 사주가 51만 8천 4백을 한계로 그 이상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갑자甲子는 60에 이르니 60을 세 번 곱하면 이 숫자에만 이르지 않을 듯 하다. 왜냐하면 달은 해에 매이고 시간은 날에 매일 터이니 가령 갑년甲年이나 기년己年의 해에는 달이 반드시 60갑자가 있으며, 시간도 이와 같은데, 나머지도 이 예와 같기 때문이다.
51만 8천 4백의 운명을 가지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추수推數해 본다면 준례가 되어서 모두 맞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易經의 방식은 3백 84효를 가지고 끝없이 변하는 일들을 점치고 있으니 사람이 잘 살펴봄에 있을 따름이다.
사람에 따라 성정性情은 경중輕重이 있고 상모相貌는 후박厚薄이 있으며, 지위는 존비尊卑가 있고, 만난 환경은 선악善惡이 있으니, 이런 것을 참고하여 운명을 판결한다면 어쩌면 거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니 집터와 집 주인이 서로 맞아야 한다는 일은 매우 그럴 듯 하다고 느껴진다. 터를 보러 가면 주변 환경이 똑같은 예가 거의 없다. 고장마다에 특색이 있음은 인간의 개성과 다를 바 없지만 그것이 산이고 거기에 물이 있어 경관을 이루었다는 점에서는 인간이 성정이라는 보편성을 지닌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같은 산의 줄기일지라도 그 상하가 다를 터이니 비록 한 어머니에서 출생한 형제가 다를 밖에 없음이 산세와 같을 지라 터와 사람을 맞춘다는 일은 오히려 합당한 탐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러 그런 일은 미신이라고 코 방구 뀌는 이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내 짧은 소견으로는 설명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사가선생님 덕분에 아는 척하면서 이야기를 붙여 볼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수련을 더하여 남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사가선생님께 큰 절을 드려 감사해야 하겠다. 우선 고맙습니다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