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7.19 22:29

木壽의 런던통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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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어제 4일엔 도리를 다 걸었고 추녀와 서까래 평고대를 걸기 시작하였다. 어제에 이어 처마와 지붕 구조하는 일과 천장 일이 진행되었고, 2000년 7월 5일 11시에 상량을 하였다. 나로서는 2000년들어 강화의 學思齋 이래 두 번째의 즐거움이다.

아무런 제수도 마련하지 못한 우리끼리의 상량이고, 아무도 참예하지 않은 고독한 의식이긴 하였지만, 쓸쓸하다기 보다는 영국을 비롯한 서구문명국에 한국의 문화를 심는다는 기분에서 목조한 '사랑방'(당호가 사랑방이다)의 상량을 감회 깊게 맞이하였다.

木壽가 상량문을 짓고 썼다. 알량한 글씨여서 창피하긴 하지만 다들 바쁜 중에 노는 손은 나 밖에 없으니 이럭저럭 쓰는 수밖에 없었다.


사랑방

기둥세우고 상량한 이야기


이천 년 새로운 세기 유월 스무 엿샛날

국립영국박물관 한국실에 사랑방

짓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 목재, 석재와

문짝, 기와 진흙까지 마련해 와서 열심히

정성껏 지으니 마침내 칠월 초닷샛날에

상량을 하였다.

영국국립박물관에 본격적인 목조

건물이 전시되기는 사랑방이 처음이며

고전적인 기법을 발휘한 전형적 건물

이라는 점에서 짓는 중에 이미 대단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작업 중에도 많은 이들의

찬탄을 받았다.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사랑방 짓는 일에 합심한 열 두 사람의

꽃다운 이름을 적어 후세에 기린다.

사랑방 짓는 일의 주관은

          한국교류재단


설계  태창건축

시공 화신건설주식회사

지유 木壽 신영훈

도감 임병식 김영일

도편수 조희환

대목 구자완 이정철 이광복 이재혁

석수 강길홍  단청 양용성

와공 시국선  기록 김일석

행정 손희정  현지통역 최문정



원래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써온 상량문이 있어 함께 넣기로 하였는데 그 글 은 하였으되


龍 祝 立柱上樑 龜

西紀 2000年   月   日   時

總監督  申榮勳

施工者  和信建設(株)

施行者  韓國國際交流財團

이라고 하였다.


우리 일꾼들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한다. 한국인들이 근면하다는 평을 듣는다는데 그야말로 그렇다고 영국인들은 감탄이다.
날은 또 꾸물거린다. 도착이래 어제 하루 반짝하고는 내내 이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그 푸른 창공을 바라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와서 처음으로 진열실에 나가 보았다. 꼼짝없이 현장에 있어야 하였어서 진열실에 나가는 일 조차도 드물다.

전시장에는 미얀마(버마)의 특별전시가 개최되어 있었다. 대단한 전시였다. 다른 진열실 제처 놓고 그리로 가서 특별전을 감상하였다.

목공예가 전시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옷칠한 목공예품들의 수준이 대단하였다. 얇게 옻을 입히고 가는 도구로 긁어내며 무늬를 완성한 작품들이 뛰어났다. 특히 朱漆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칠기를 보는 것 같아 다정하였다.

칠을 입히지 않은 목기도 있다. 약간 검은색 기가 감도는 그릇인데 마치 우리나라 사리탑에서 출현하는 사리용기와 유사하다. 상륜처럼 생긴 장식이 달린 뚜껑에 굽이 높은 그릇의 형태가 많이 닮았다.  

금속공예품도 멋지고 불상등의 조각의 수준도 대단하다. 특히 불상의 상호가부드럽다. 미얀마를 비롯한 인도차이나 지역의 불상들의 상호가 날카로운데 비하면 아주 인후장자의 기풍이다. 

다시 시간을 내어 찬찬히 돌아다보았으면 좋겠다.

일터로 올라왔는데 화재경보가 울린다. 벌써 몇 번째의 대피여서 처음처럼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나 매우 한가한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대비처럼 느껴진다. 유비무환의 도를 조금 넘어선 듯한 기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박물관 입장료가 없으니 나가서 대피하였다가 해제되면 다시 들어가면 되는 일이나 시간이 촉박한 사람들은 난감할 밖에 없겠다.

1시간이나 지나서야 해제되었다. 많은 인파들이 다시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제도란 미묘한 것이어서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자아 우리도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겠다. 오늘은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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