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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식 드리지 못하였군요. 바빴답니다. 여기저기 다니는 일도 그렇고 자료 읽고

수집하는 일도 벅차서 하루 종일 딴 일 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데도 진전은 별로 없

고, 실행하고, 잘못되어 지우고 그리곤 다시 하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책과 기

본자료를 디지털 카메라로 복사하고 있습니다. 종이에 복사하는 일은 번거롭기도 하>

려니와 그 부피가 대단해서 종이 사달라고 하기도 거북하고 보관하려 해도 어렵고 해

서 새로 기계를 하나 구입하고 촬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김왕직 박사의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복사해 보니 김 박사는 복사된 내용이 또렷해서 아주 읽기가 좋은데 내가 한 것은 비

뚤어지고 촛점도 잘 맞지 않고 해서 여러 번 되풀이해서 찍고 있습니다만 어제만 해도

하루 종일 허리가 휘도록 한 작업의 결과가 반도 채 쓰지 못할 정도로 시원치가 않군

김박사는 지난 12월 8일에 1년 반의 일본 연수를 끝내고 귀국하였습니다. 그 부인과

둘이 매우 열심히 여러 자료를 수습하였는데 연구소의 기본자료는 물론이고 유적지

답사도 열심이어서 8일 떠나는 날 까지 오전에 西大寺에 가서 거대한 東塔자리에 남

은 기단과 초석, 스님의 석조 사리탑을 돌아보는 정도입니다.

떠나보내고 나니 주변이 갑자기 쓸쓸해지는군요. 그간 양윤식박사도 1개월 간 나라문

화재연구소에 와서 같은 연구실에 머물면서 함께 토론도 하고 하였는데 귀국하였고

이제 김박사 내외도 귀국하니 외톨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김박사 부인은 부침성이 좋아 그간 여러 일본 사람들과 사귀고 사전 조사를 하는 등

의 노력과 화가의 안목으로 수집한 자료를 남편에게 제공하는 일을 거듭하고 있어 우

리들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주었고 나에게는 혼자 밥해먹는 것이 안스럽다고 여러 가

지 반찬을 만들어다 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하여서 그들이 떠난 자리가 상당히 크게 작

용하나 봅니다.


그 날 토요일이라 연구소는 문을 닫았고 해서 오사카에 혼자 나가 새로 개관한 시립역

사박물관을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일본에 건너와 도성을 이룩하였던

나니와궁터(難波宮跡)에 이웃한 자리에 새 박물관 건물은 11층으로 우뚝 솟아 있습니다.


바로 옆에 NHK오사카 방송국 새 건물이 함께 있는데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

다. 오사카의 부강함을 그렇게 상징한다고 개국 특별 프로에서 강조하는데 그 중에

한국인들의 뛰어난 노력이 오늘날의 오사카의 부를 축적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

면서 활기 찬 쓰루바시(鶴橋) 일대에 우리 교포들의 상점을 비추어 주더군요.


입장권을 사 들고 들어가면 바로 10층으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 가라합니다.

내려서 창을 통해 내려다보는 주변광경을 보니 오사카城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군

요. 장관입니다. 10층에 원시시대 오사카 유적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유품들이 전시

되었습니다.

제일 낮은 지층에서 출현한 원초적인 유물이 제일 높은 상층부에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군요. 한편에 발굴 장소를 재현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발굴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부분도 있어서 참관하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체험을 하고 있더라구요.

우리 어른들이 가셔서 경영하였다고 알려진 나니와궁을 전시하는 곳은 온통 목조구조물로 장치하고 색을 칠하여서 거대한 건물 내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됩니다.

층을 내려가며 현대에 이르는데 근대문화를 전시한 곳에서는 진열장 밖에 당시 복장을 한 남녀들이 걷고 있습니다. 함께 구경하는 사람인줄 알고 가 보면 등신대로 만든 마네킹인데 그 모습이 매우 방불해서 재미있다고들 돌아다보며 함께 사진도 찍고 하네요. 6층에서는 우리 재일교포 辛基秀씨가 수장한, 朝鮮通信使일행이 일본 여러 지역을 행열을 이루며 행진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과, 조선조 여러 가지 民畵가 전시되어 있고 훌륭한 전시도록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개국 제1회 특별전에 한국인의 선진문화를 알리는 이런 전시를 기획하였다는 점이 주목되고 충남대학교 박물관의 한진숙양이 개관의 일에 종사하였다는데, 유물 설명서에 한글이 들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전차 정거장이나 도로표지판에도 한글을 병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읽고 떠드는 사람들이 가끔 눈에 뜨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학자는 서울에 가서 한글 밖에 써있지 않은 도로표지판을 읽을 수 없어 고통을 당하였다고 하소연하더군요. 한자로라도 썼다면 읽을 수 있었을 터인데 하면서 유감을 표시하였습니다. 표지판이 널리 알리는데 목표가 있다면 어려가지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돌와오는 전차를 타면서도 다시 표지판을 봅니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김박사 내외와 함께 전차를 타면서 즐겁게 담소를 하였는데 싶으니 외로움이 다시 울컥 솟구쳐 오르는군요. 요즈음은 하루 종일 아무하고도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열심히 공부나 할랍니다. 안녕, 여러분 다시 소식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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