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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가의 신문에 경주 나원리 신라시대 석탑이 위태로운 지경이라 한다. 감은사 터의 신라 3층탑도 수리가 부실하여 손상을 입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구조물들은 한 번 상하면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 그 점이 문화재 수리와 보존의 어려움이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과제이고 책임을 맡은 이 들은 먼저 전문적 지식을 두루 익히고, 여러 가지의 가능성들을 충분히 고려해가며 세심히 조심조심 다루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상식적인 일에 좀 소홀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저런 석탑이 보수 뒤로 손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 때문만이 아니다. 아주 우려할 소식이 전해 오고 있다.


문화재청에서 세운 전통문화학교 출신에게는 졸업과 동시에 문화재수리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풍문이다. 어떤 과정에서 어떤 교육을 하였으면 그렇게 단시일에 전문가를 양성하고 중요 문화재 수리에 투입될 수 있는지 매우 감탄스럽고 놀랍다. 아직 배출된 인물이 없어 실제로 그 학교 출신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아무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는데도 거기 출신이면 수리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다면 그들의 자격 검증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대한 과제가 된다. 문화재 수리한 결과로 검증한다면 그것은 망발일 수밖에 없고 사전에 엄격한 검증이 있어야할 터인데 그 방도가 무엇인지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의 졸업장만으로 부족하다면 국가고시라도 치르며 옥석을 가려야할 터인데 지금 들리는 이야기로는 바로 그 고시를 면제한다고 한다.


금년인가의 문화재수리기술자 시험 응시자격에서 경험이 없는 사람도 좋다는 관용을 베풀어 많은 사람이 시험을 치루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합격을 하면 인증을 받고 문화재 기술자로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지금의 제도이다. 경험 없는 사람이 바로 투입되었기 때문에 나원리 석탑과 같은 손상을 입는 사태를 초래하였다면 이것은 재고해야될 제도이다.

옛날의 문화 의식이 투영된 문화재는 그 시대의 관점으로 해석해야한다. 현대인이 현대식 사고방식으로 다루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대인들은 학교에서조차도 한국을 배우지 않는다. 건축과에서도 한국건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하고 배출된 상식에 고대인의 관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아무런 경험이 없는 인물을 고대와 마주하게 하는 제도가 과연 옳은 일이냐를 심중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둘러 문화재를 급하게 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수리에 완벽을 기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수리해서 나원리 석탑이나 감은사 석탑과 같은 부실한 결과가 야기된다면 이는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나도 문화재 수리업무를 맡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저지른 실수가 적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수많은 장인들에게서 현장수업을 할 기회를 누렸는데도 그렇다. 그러니 문화적 배경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 현장 경험도 없이 투입된 사람들은 뻔한 노릇이다.


나는 그 동안 눈에 뜨이는 일이 있어도 그냥 넘기는 일이 미덕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 되어 가는 사태를 보니 그냥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충고할 만한 일은 충고를 하는 것이 이 땅에 사는 한 백성으로의 책무일 것 같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의 느낌과 식견을 서로 교환하고, 함께 검토하고, 토론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방도를 모색하면 우리도 이 땅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능동적으로 한 팔 거드는, 행동하는 문화인 대열에 참여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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