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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4월호 한 建築잡지에 朴吉龍선생이 <朝鮮住宅雜感>이라는 글을 쓰셨다. 당시는 한참 새로운 한옥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던 시기이다. 그 이전만 해도 아직 일본인들은 한국에 와서도 일본식 집을 짓고 사느라고 하였지만 당시의 일본인 건축학자들은 한국에 왔으면 아예 한국식 집을 짓고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였고 심지어 關野貞박사는 한국집에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제안하면서 일본의 풍토와 기후가 한국과 같지 않은데 일본식 집을 짓는다는 것은 적합하지 못하다고 준절히 타이르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 한국건축계를 선도하는 朴선생이 살림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그 일단을 피력하였다. 글은 일본글로 간행된 잡지에 실려서 자연히 일본어 문장인데 나는 일본말이 서툴러 다 번역할 도리 없어 앞부분만 조금 살펴볼까 하니 필요한 사람은 원문을 다 읽으며 감상하면 족할 것이다.

住家는 生活의 容器이다. 그 機構, 樣式이 생활의 機構, 樣式이 온당하지 못하면 容器에 적응하지 못한다. 생활과 풍습에 어우러지지 않는 住家는 住家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다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생활이 住家에 치어서 생활에 무리한 점이 생겨나면 酒盃와 음식을 잔뜩 차린들 즐거울 수가 없다.
容器는 담겨지는 것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住家는 생활의 변화 진전에 어우러지게 變化發達하는 것이 住의 성격이라고 생각된다. 생활의 樣式은 때에 따라 天然的 또는 인위적인 영향을 받으며 조금씩 進展을 계속한다. 住의 樣式은 그런 여건을 追從하며 나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의 조선 사람들이 살고 있는 住家들의 現狀을 보면 生活과 住居가 不調和한 상태에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2, 30년간 조선 사람들의 生活文化는 異種文化의 자극을 받고 급속도로 변화를 하고 있는데도 그 生活容器인 住의 樣式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아직도 舊態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자기의 생활과 일치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이는 改良이라 해야 하려는지, 進步라고해야 하려는지는 알기 어려우나 2, 30년전 부터 洋風과 和風을 무턱대고 받아들인 결과로 해서 생겨난 일인데 이 無批判的인 수용으로 해서 진정한 의미의 住家改良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逆效果를 초래하였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견해가 될 것 같다.

이상은 글의 첫머리에 해당하며 나머지 글이 상당히 길게 계속되는데 平面圖를 例示해 가며 차분히 記述하고 있다. 한 시대의 백성들 살림집을 보면서 느끼는 견해는 다 다를 수 있을 것이나 이런 문제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논의의 대상일 수 있다면 그 시기의 고민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예시되어 있는 집의 평면도가 우리 서울의 1940년대의 집장수 집과 유사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른바 ‘한옥마을’이라는 종로구 재동 일대의 집들이 대부분 이 유형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 마을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일에 관여된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아 반갑고도 고맙다. 당시의 절실한 글이 후대에 이렇게 요긴한 참고자료가 된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교훈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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