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壽의 이야기사랑방 제 107화-고암서방 소식

by 신영훈 posted Jul 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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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파리 쎄느강 가의 보수 쎈에 도착하자 그 이튿날부터 기와 다시 잇는 일을 시작하였다. 우선 기와를 내리면서 보니  지붕이 새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작년 큰 태풍에 손상된 부분이 어수선하다. 이근복선생과 그 일행의 와공들은 부분 보수 말고 전면을 다시 잇자고 한다. 그러기로 작정하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였다. 기와 잇는데 사용될 진흙 구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으나 파리에 유학 와 있는 건축학도 김일섭군의 주선으로 파리에서 고속도로로 3시간 이상 떨어진 남쪽 지방에 가서 겨우 진흙을 구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이제부터 아름다운 지붕이 이룩되겠구나 싶어 신이 났다. 처음에 사용한 진흙은 질이 나빠 기와 잇기가 나빴는데 이번에 우리 진흙과 흡사한 것을 찾게되어 안심이 되었다.
이근복 와장을 비롯한 와공들이 기와 내리고 잇는 준비가 한참인 중에 이광복 도편수의 일행 대목들은 일각문 만드는 작업을 강행하였다. 한옥으로 들어가는 숲속 오솔길에 문을 세우자는 기획에 따른 작업이다. 엊그제 저녁때 시루떡 등으로 차린 고사상에서 토지신과 고암 이응로선생님 그리고 이 집을 1992년에 지은 고인이 된 도편수 조희환에 잔을 올리고 한국문화를 만방에 자랑하는 일에 진력하신 여러 분들께도 잔을 올려 축수하고는 대문을 열고 집주인 박인경 화백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들어가시자 우리 일하는 사람들도 따라 들어가며 한국문화의 한 기념탑을 자랑스럽게 찬탄하였다.
이튿날부터 문 좌우에 돌로 담장 쌓는 일이 시작되었다. 대목 두 사람이 그 일을 맡았는데 놀랍게도 깨어진 기와장으로 무늬를 베풀어 꽃담을 완성하는 성의를 다하였다. 그 무늬 중에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암기와 두 장으로 합친 구멍을 만들면서 키를 낮추었더니 호기심 많은 불란서사람들이 그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려니 깎듯이 고개 숙여 절을 해야 눈에 높이가 되어 들여다보게 된다. 이런 장난이 함께 모두를 즐겁게 해준다. 절을 하는 공경한 자세라야 볼 수 있음을 호기심 많은 이들이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다.
아프리카에서 날아 왔을지 모른다는 나무 파먹는 벌레 퇴치가 한참이다. 송규훈 선생의 담당인데 만일 금년을 넘겼더라면 치명상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다시는 접근하지 못하게 조치하는 작업이 한참이다. 그나마 그만하다니 안심이 된다. 때를 잘 맞추었다니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
이동범실장과 김수범군은 정신없이 바쁘다. 일 진행의 마련도 하랴 참도 준비하고 부족한 자재도 사 날라야하고 또 거들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자료를 만들기도 하려니 몸이 두어개가 되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더군다나 고마운 일은 이번 고암서방 보수공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 해 주신 한옥문화인회 회장님이신 이성기 선생의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여서 참여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대단하시다. 감사한 일이다.
김일섭군의 헌신적인 노력과 주선과 마련이 일 진행에 큰 보탬을 주고 있어 더더욱 고맙고 또 고맙다. 지난번 쉬는 날에는 파리의 명소를 다 함께 다녀오기도 하였는데 김군의 안내가 일품이어서 다들 만족한 하루를 즐겼었다.
한국문화를 자랑하는 역군들이라는 자부심으로 우리 일행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파리는 지금 매우 덥지만 뜨거운 지붕에서 아무 불평 없이 잘도 일들을 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7월 23일과 25일에 나누어 귀국할 예정에 있으므로 무사히 돌아가 여러분들과 함께 이번 일을 통한 우리들의 성과를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독일 건축학자가 우리 유학생을 따라 한옥 견학을 왔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탄을 거듭하다 돌아갔는데 그가 좋아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지금도 내 입가엔 웃음이 번지고 있다. 자아 여러분 귀국해서 차분히 만나 이야기를 나눕시다.. 안녕히.
그러고 보니 이 집의 나이가 벌써 열 세살이나 되었다. 이제 불란서 사람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이 집 보존을 위한 조치도 곧 있을 것이라 한다. 법으로 보호를 받는 대상으로 그간 성숙된 것이다. 이제 책에 실려 널리 알려지면 찾아올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 추세이다.

여기 이 일에 수고한 이들의 이름을 적어 칭찬하려한다.
와공(이근복,이재용,이정도,정병용,이성식,이춘복)
목수(이광복,김영중,김대경,김우희)
창호(심용식)
방부(송규훈)
자원봉사(이성기)
기사(이동범, 김수범, 이승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