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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역사를 공부하는 건축사(建築史)에서 어떤 건물이 탐구의 대상이 되는지를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역대 어떤 건물들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구 대상의 건물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를 다 망라한 기록이 우리에게 없다.

누구는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같은 여지서(輿地書)에 수록된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게 마련인데 개인 문집도 우리에겐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된다.

이인노(李仁老, 1152~1220년)선생이 쓰신 『파한집(破閑集, 1260년 간행)』도 우리에겐 소중한 자료의 샘이 된다. 이 선생은 지금 그 이름조차 알기 어려운 사찰에 대하여 기록하였다.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자료도 수록되었다. 그러니 사찰건축 탐색의 기본자료로는 더할 나위 없는 가치를 지녔다. 또, 이미 알려진 곳이긴 하여도 그 절에 깃든 얘기까지는 다 알기 어려우나, 이 선생이 적어놓은 자신의 경험한 일 들은 우리들의 자료를 충실히 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발휘한다.

이번 이야기부터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필요한 자료를 발췌하는 작업을 하여볼까 한다.

우리들은 그간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하여왔고 그래서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옥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 작업은 마치 백사장에서 구슬 주워내듯 하는 끈기가 요구되어서 급한 마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한 권 책을 다 읽어도 몇몇의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고작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비하면 『파한집』은 많은 얘기 거리를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고마운 책이다.


*각화사(覺華寺)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건치연혁(建置沿革)의 항목을 두어 그 고을연혁을 기록하고 다시 풍속(風俗)·산천(山川)·토산(土産)·불우(佛宇)등으로 항목을 세분하여 고장의 이름난 것을 기록하는데 각화사가 있는 경상도 봉화군(奉化郡) '불우'조에 각화사(覺華寺)를 기록하지 않았다.

김정호 선생의 『대종지지(大東地志)』는 사찰에 대하여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아 거의 기록이 없는데 봉화군에 [宮室]항목에서 태백산 사고(史庫)를 설명하며 「璿源閣 實錄閣 史庫 俱在覺華寺傍 有參奉及守直軍」(임금님 가계의 족보를 보관하는 성원각과 왕조실록을 보존하는 실록각과 국가 중요 문서를 보관하는 사고가 다 각화사 옆에 있고 참봉과 수직군이 있어 지킨다)이라 하였다. 그러면서도 김정호 선생은 각화사에 대하여는 다른 기록을 하지 않았다. 각화사는 지금도 현존하나 6.25에 피해를 입어 재 모습을 다 간직하지 못하고 있고 사고 등의 건물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 각화사를 이인로 선생은 『파한집』(卷中)에 기록하였다.

「태백산의 계응(戒膺, 고려 예종 때의 큰스님) 은 대각국사(大覺國師, 천태종의 큰스님, 고려 제11대 문종의 넷째 아드님. 전남 선암사에 여러 가지 유품이 전하여 온다) 의천(義天)의 아드님이다. 어렸을 때에 절간에 머물며 글을 읽는데 대각국사가 담 너머 그 소리를 듣고 가로되 "이는 참으로 불법을 배울만한 그릇이로다" 하며 권하여 머리를 깎고 문하에 있게 하니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수련하여 넉넉히 심오한 경지에 도달하였다.

대각국사를 계승하여 널리 불법을 포교하기 40여 년에 임금님의 스승이 되어 서울에 머물다가 여러 번 태백산으로 돌아가기를 임금님에게 청하여 손수 각화사를 창건하고 크게 법시(法施, 부처의 법을 강론하여 깨닫게 하는 일)를 여니 사방에서 배우려는 이들이 몰려드니 매일 1100인이 되고 그들을 법해용문(法海龍門)이라 하였다.

당시에 흥왕사(興王寺)에 지승(智勝)이란 학문을 좋아하는 승려가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찾아와 제자가 되었다.(하략)

이로써 각화사가 태백산 사고(史庫) 이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사고를 수호하는 사찰로 각화사가 개창 되었다는 속설은 옳지 않음을 이로써 알 수 있게 되고 각화사가 거기 있으므로 그 옆에 사고를 지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된다.   

이런 정보가 이 책을 읽으며 얻는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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