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壽의 이야기사랑방 제 70화

by 신영훈 posted May 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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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설>에 삼화토三華土 이야기가 있다. 일터의 일을 모르는 선비님이 한 번 보신 일을 두고 탐구하신 바의 내용이 실려 있어서 내게는 매우 흥미롭다. 심화토는 진흙 1: 석비레 1: 강회(생석회)1의 비율로 섞어 잘 이겨서 사용하는 조합된 흙으로, 이를 굳히면 그 단단하기가 시멘트보다 견고하여 곡갱이로 깨트려도 끄떡없을 정도이어서 전에 어느 도굴꾼이 남의 오래 된 선산의 묘를 도굴하려 밤새 팠지만 이 삼화토로 이룬 회곽灰槨을 깨트리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성호 이익선생의 <성호사설>의 이야기는 ‘회토축성灰土築城’이라는 항목에 서술되어 있다. 역시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우리말로 번역해 준 글을 참고하였다.
「--전략-- 오늘날 광중壙中을 다스리듯 흙에 석회(이 용어는 번역한 이가 생석회 강회를 모르는데서 사용한 듯 하다)와 모래를 섞어 쌓으면 벽돌이나 돌 보다 어찌 낫지 않겠는가? 또 자해석自解石 같은 것도 성석이 잘되어 굳기를 잘하니 또한 사용할 수 있다.
자해석은 산 속에 있던 돌이 산이 무너지면서 드러나 햇볕에 쏘이고 비에 젖으면 흰가루처럼 풀리는 것이니, 강회를 불에 구어 소석회를 만들어 물을 뿌리면 풀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풀리지 않았을 때에는 돌은 단단하고 흙은 거칠어서 찧어서 혼합하더라도 성석되기 어려운 것이다. 석회를 많이 얻을 수 없으나 만약 묘리를 알아 사용한다면 어찌 무너지기 쉬운 벽돌만 못하겠는가? 그 요령은 먼저 시험해 본 뒤에 사용함이 옳을 것이다.
일찍이 석회로써 광중을 만드는 것을 보니 석회만으로는 성석이 되지 않았다. 석회와 흙은 엉겨 붙는 작용을 하고 모래는 풀리지 않는 것이니 도끼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모래 때문이요, 석회와 흙은 엉겨 붙는 공효가 있을 뿐이다. --하략--」

이 분이 본 흙은 석비레인데 번역하는 이가 석비레를 몰라서 단순한 흙으로 표현하였나 보다. 손에 물 한 방울 적셔보지 못한 선비 어른이 이만큼 삼화토에 대한 지견을 서술할 수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선비님들의 식견이 대단하여 한 번 보고 그 일을 터득하여 이만큼이나마 정리할 수 있음을 나는 감탄하고 또 감탄하고 싶다. 현대인들이 시멘트만 알고 삼화토는 모른다면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오늘의 우리들의 식견이 너무 편협하여 우리 선조들이 애써 이룩한 식견을 외면하고 있다는 꾸중을 들을 만 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삼화토는 재래하는 기법에서는 아주 널리 사용되는 것이고 현재도 즐겨 사용되고 있는 자재이므로 눈여겨 보아둘 필요가 있고 독성이 있다는 시멘트를 싸 발라 독성을 막아주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아파트 안쪽 벽에 이 흙을 바르고 한지로 도배하면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는 비명은 지르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현대 서구식 공법 밖에 모르는 건축가나 시공자들에게 이런 소식 들려드려서 독성을 방지하는 구실로 활용하게 하는 정보를 드리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받지 않을까 싶어 어르신네 의견을 빌어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