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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存寺의 나전칠기 장엄

며칠동안 일본의 동북부에 해당하는 쎈다이仙臺와 이웃의 마쓰시마松島와 히라이즈미平泉지방을 둘러보고 왔다. 3월 중순인 셈인데 아직 눈이 나리고 비가 오곤 해서 다니기에 힘이 들고, 찍은 사진 상태가 말이 아니고 말았지만 살피고 다닌 곳은 놀라운 遺構들이어서 인간이 조성한 대단한 건조물을 拜觀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덤이지만 함께 간 연구소 친구의 안내로 국보 건물을 수리하고 있는 현장을 3시간이나 견학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는데 국보 건물이 마침 이름난 신사의 本殿과 拜殿 그리고 사이의 이시노마石の間이어서 가장 일본적인 구조물의 건축기법을 살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얇은 나무 널로 지붕을 잇는 방법을 직접 볼 수 있었던 일도 큰 수확의 하나라고 할 수 있고, 건물 내부에 남아 있는 단청을 보는 일도 눈을 즐겁게 하였다. 긋기단청이 기본이긴 하지만 게풍에 많은 그림을 그려 넣은 솜씨는 처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여러 건물에서 오래 된 단청을 보았다. 일본에 단청이 없는 줄 알던 상식이 완전히 뒤집히고 마는 전도감을 맛보아야 하는 당혹스러움이 있긴 하였지만 새로운 지견이 풍부해 졌다는 점에서는 즐거운 일이 되었다.

인류가 건축물을 짓고 얼마나 장식을 할 수 있느냐, 불교 건물이니까 종교건물이 얼마나 장엄할 수 있느냐를 두고 우리들은 상당히 폭 넓은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집트의 신전에서 볼 수 있는 초기의 장엄에서 비롯하여 현대인들이 이루어내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가 한옥문화 회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토의되어야 할 대상이어서 가볍게 말하긴 어렵지만 1.회화적인 방법. 2,조각적인 방법. 3,공예적인 방법으로 크게 나눈다면 이번에 본 中尊寺 金色堂은 3의 유형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는데 법당 전체를 금박을 입혀 金堂을 만들었다. 금을 입힌 예는 일본에서만도 교토의 金閣寺 鳳凰堂과 같은 예가 있으므로 특유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우나 그 안에 조성한 불단과 기둥을 전체 옻을 입히고 무늬에 따라 자개를 박아 그야말로 나전칠기의 장엄을 하였다.



놀라운 일이다. 지금은 보존을 위해 커다랗게 덧집을 지어 안치하고 판유리로 격리하여 사람의 접금을 엄금하며 사진을 찍지 못하게 엄격하게 막고 있어 기왕에 만들어 파는 사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실물을 보니 놀라운 것이었다. 마침 한옥문화원에 이 건물의 도판이 실린 도록이 있으니 그 것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류가 어느 경지까지 장엄을 할 수 있느냐를 시험한 한 예라고 한다면 이런 유형의 존재를 우리는 눈 여겨 봐둘 필요가 있다. 이른바 장식이라는 혹은 실내장식이라는 개념 정리에서 이런 노력을 간과한다면 그만큼 인간이 노력한 내용이 과소평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松島시의 작은 섬 雄島에서는 석굴을 보았다. 일본에 무슨 석굴이 있느냐는 상식도 완전히 와해되고 말았다. 이웃의 瑞巖寺 方丈건물도 국보인데 거기 단청과 조각도 놀라운 작품이라 할 만 하였다.


마당에 紅梅와 白梅 두 그루가 있는데 400년 전에 朝鮮에서 가져다 심은 것이란 안내판이 분명하다.


비가 다시 내린다. 우비를 준비하지 못한 카메라 눈에 물방울이 자꾸 번진다. 사진은 고만 엎어지고 만 셈이 되었다. 역시 건물 내부사진을 찍지 못한다고 수위들이 버티고 서 있어서 눈구경만하였다. 참고하고 싶으면 한옥문화원의 도록을 이용해야 할 수밖에 없게 생겼다.


시골집을 보러 나선 길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후미진 산골의 작은 마을에 남아 있는 초가인데 평면이 ㄱ자형으로 조성된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에 속한다. 눈이 많은 고장이라 지붕이 높고 물매가 아주 싸다. 마침 쌓였던 눈이 경사로 해서 미끄려져 내리는 장면을 보았다. 사람의 지혜가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가를 보는 실감 있는 장면이었다.


동경까지 기차로 나와 新宿에서 밤 11시 반에 떠나는 夜行고속버스를 타고 나라에 도착하니 새벽 6시가 넘었다. 밤새도록 온 셈이다.

이번에도 좋은 구경을 하였는데 여럿이 다 함께 가서 보지 못한 점이 매우 섭섭하다. 언젠가 기회를 만들어 함께 보면서 토의를 하였으면 좋겠는데 일본 건축사학자들은 저런 장엄의 건조물에 응용된 무늬를 집대성해서 도록으로 간행하고 지금도 그런 무늬들을 활용하고 있다. 초현대식 건물에서도 요긴한 장소에 그런 무늬들이 상용되면서 일본 적인 맛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가 본딴다고는 말할 필요 없지만 그렇게 우리도 무늬를 모아두면 여러가지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운동장의 입구 어디쯤에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를 조형한 장소를 만들면서 그런 무늬를 응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면 우리도 각자가 모은 무늬를 한옥문화 회보에 실어 정리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지 하는 점도 그럴 때 함께 논의하였으면 좋겠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쓰다 보니 이젠 좀 쉬어야겠다.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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