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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력 정유재란 때(1597)에 명나라 군사가 원병으로 다시 서울에 진주해 왔다. 이 때 왕명으로 사대부집 사랑방 객실을 배정해서 묵게하였다. 우리 종가(임금님의 부마인 동평위 정재륜의 종가댁) 회현동 집(회현동에는 동래정씨들이 여러 대 살고 있는 집성의 마을이 있어 회현동 정씨라고 부를 정도였다. 문익공 정광필의 종가도 회현동에 있었다)에도 장수와 왕래하는 이가 유숙하였다. 장수의 부하들은 이웃집에 나누어 머물렀다.

근처 어느 집에 머물던 한 병졸이 소를 잡아 고기를 팔아서 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루는 거의 소를 다 잡았는데 의주에 있던 사령관이 소를 잡지 말라는 금령을 내렸다.

금령 내리기 전에 이미 소를 잡았으므로 잡은 소에 대하여서는 책임을 피할 수도 있었으나 소를 잡던 군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쇠고기를 모두 땅에 묻고 말았다."


이 글은 정재륜이 지은 [동평위 공사견문록]에 실린 글의 한 항목인데 그의 글에는 부마로서 왕실에 떠도는 이야기 거리들을 듣고 보면서 한가지씩 적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이 책의 글을 읽으면 선조임금과 그 전후한 시대의 임금 그리고 왕실과 귀족들의 생활상에 접근하게 된다.

한문으로 쓴 글을 강주진 선생이 아주 자상하게 번역하여서 누구나 읽기에 편하다. 위의 글이 임진왜란 때 도성의 살림집이 얼마 남아 있었느냐를 알 수 있는 한 자료가 된다면 <정숙옹주의 사청을 물리치다>의 글은 당시 마을의 집이 어느정도였나를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또 왕자, 공주, 옹주가 궁밖에 나가 살게되면 그 집을 임금님이 사 준다는 제도를 알 수도 있다.


정숙옹주는 선조의 왕녀(옹주는 인조의 아버님 신성군과 인빈 김씨 사이에 태어났다. 인조에게는 친고모가 되는 분이다)이다. 옹주가 사는 집 마당이 좁고 작았다. 옹주가 선조대왕에게 하소연 하기를 "옆집과 달라 붙어서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옆집까지 들리며, 처마가 서로 엇갈려 가려지지 않으니 옆집을 샀으면 좋겠나이다"하였다.

선조대왕이 이 말을 듣고 옹주에게 말하기를 "목소리를 낮게하면 들리지 않을 것이요. 차일 같은 것으로 치면 서로 보이지 않을 것이니 어찌 정원이 더 넓을 필요가 있는가. 사람의 거처는 무릎을 돌릴 수만 있으면 족한 것이다"라 하고 갈대발 두 폭을 내려주면서 처마에 달아 서로 보이지 않게 하라고 하셨다.

옹주는 옆집 땅을 사들이겠다는 말씀을 다시 올릴 수 없었다.

인조반정후 비로소 사사로운 돈으로 옆집을 사들여 정원을 넓혔다는 말이 있다. 옹주는 동양위 신익선(영의정을 지낸 상촌 신흠의 큰아들)의 아내가 된 분이다.  


다음의 글은 조선사회기강의 한 단면을 보이는 내용이 담겼는데 제목은 <중국사신이 춘희음구를 가져오다>이다.


인조14년에 중국에서 다녀간 사신이 완호물(보며 즐기는 물건)을 보내 왔는데 그 중에는 춘희자 한 벌이 있었다. 춘희자는 상아로 조각한 것인데 남녀가 음탕하게 장난하는 것으로 그 모양이 매우 기묘해서 이전에 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인조대왕이 밖에 갖고가서 때려부수라고 하셨다. 이 때 나이 젊은 가주서 몇 사람이 아직 채 부수기 전에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처들어 보았다. 어느 늙은 이가 이 말을 듣고 혀를 차면서 탄식하여 말하기를 "이를 보내 온 사신이나 이를 들여다 본 주서들이나 모두 망국의 징조"라고 하였다.


오늘의 우리에게는 별다른 흥미거리의 내용은 아니나 중국의 소품이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한 경우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동평위 공사견문록]은 매우 재미 있는 내용이므로 몇번 더 소개해 볼까 하는 생각을하고 있다. 사랑방 이야기는 더러 이런 구수한 내용도 있어야 안성맞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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