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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보고 집 주변을 보면 그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집을 아는 수가 있다. 한옥을 살피는 마음에 집이 눈에 들어온다는 일은 매우 고무적이다.

마을로 가는 길거리에 나뭇단이 쌓여 있는 수도 있다. 지금 같이 석화연료만 사용하라는 국가시책이 팽배하지 않던 시절에 나뭇단은 한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증거물이었다.

가을부터 부지런한 집주인과 그 권속들은 산에 들어가 가지를 꺾고, 나무 밑에 딩구는 갈비를 갈퀴로 긁고 해서 나무 짐을 만들어 지게에 지고 내려와 길가 알맞은 자리에 차곡차곡 쌓아 가지런히 하였다. 비 맞지 말라고 우장까지 만들어 씌우면 만족스럽고 한시름 놓은 즐거움에 젖었다.

구경꾼의 구경거리는 그 다음부터이다. 나무 단 더미를 보면 균형이 잡히지 않아 짐이 한쪽으로 쏠린 경우도 있다. 나무 더미 천체가 한편으로 기웃 둥 해 졌다. 얼른 바지랑대로 기우는 쪽을 바쳐주어야 넘어가지 않는다. 긴 나무를 가로질러 힘 받게 하고는 바리랑대를 이편과 저편에 단단히 버티어 준다. 그만하면 넘어갈 염려는 없어진다.

우리들 구경꾼에게 흥미는 그 버틴 바지랑대에 있다. 바지랑대는 긴 나무 곧은 것을 말하는데 두 손아귀에 잡힐 정도의 굵기를 가졌다. 한쪽은 한 가닥이지만 나머지 한 끝은 y자 형의 고샅이 있어서 1자형의 나무 끝에 불과할 때보다는 고샅의 두 가작이 힘을 쓰는데는 여간내기가 아니다.

그 고샅의 부분을 가로지른 나무를 끼우는데 쓰기도 하고 땅에 꽂아 버티는 힘을 배가시키는데도 사용한다.
이런 작업을 지혜에서 울어 나왔다고 할 수 있고 생활과학이라고도 할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집을 찾아 탐구하는 이의 눈에 이런 부분까지가 눈에 들어올 정도가 된 지경이면 그 사람의 수준은 이제 도통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바지랑대가 눈에 들어왔다면 그 눈에 애정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허졉 쓰레기가 눈에 거슬려 외면하고 지나쳤다면 볼 수 없는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나온 평가이다.

고샅을 보았다면 관찰력이 예민하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그 장면을 사진에 담아 기록하였다면 그 마음은 이제 한옥을 보러 다녀도 좋은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해도 시비하기 어렵다.

이번(2000년 4월 1일)에 대원사에서 출간한 木壽가 김대벽 선생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서 쓴 [ 한옥의 고향 ] 이라는 책 첫머리에 [ 나뭇단 ]의 이야기를 실은 것도 김대벽 선생의 높은 안목을 칭송하려는데 있었다. 그 분의 안목이 도통의 지경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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