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으로의 초대 - 1. 21세기의 우리의 집

by 운영자 posted Dec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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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새로운 한옥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의 이상형의 설정은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쾌적한 집에 살고 싶은 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다.

20세기까지 우리는 19세기부터 이 땅에 지어지기 시작된 양옥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서 집을 마련하고 살았다. 여기저기 생겨나는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가 무성
한 시절의 삶에서 우리는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런 경험은 즐거움이었고 새로운 신비이긴 하였지만 한 편으로는 삶터로서는 역
시 부족함이 있는, 아주 이상적이라고 찬탄하기에는 아직도 흡족하지 못한 요소가 있
음을 느끼게 된다.

좀 더 적극적인 사고력을 지닌 분들은 이런 유형의 집 말고도 우리들이 살 수 있
는 집이 있을 것이란 점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다시 한번 고향을 찾았고, 고향에
남아 있는 한옥을 보았다. 아주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두루 살피며 체험하였다.

"그래, 역시 우리에게는 이런 자연과 친화된 집이 어울려, 인간이 개발하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움이 감도는 그런 산천에서 살 수 있다면 우리들도 다시 신바람 나는
삶을 살 수 있을 터이지--"
              

          
          목동오수·김두찬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지나치게 공해를 느끼며 사는 일이 부담스러운 사람
들에게 천연스럽다는 환경은 답답한 가슴을 열고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맛보게 한다.

입에 풀칠하기에 바빠 이것저것을 돌아다 볼 여지가 없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으
나 이제 조금 유족 해 졌고, 좌우를 살피게 되자 "이런 것이 전부가 아닌데" 하는 생각
이 들었다.

우리들이 살고있는 아파트 중의 일부는 반드시 인간적인 삶터라고 주장하기 어려
운 지경에 이르러 있다. 이웃 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도 모르고 지나기가 일쑤라는 점
에서 우리는 이웃 사촌을 잃고 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보니 아이들이
더불어 놀 아이들이 이웃에 없음도 상기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리의 한 골목의 아이들은 다 동무였다. 어깨동무하고 노
는 패거리들이어서 연차에 따라 자연히 위계질서가 생겼고 어리지만 특출한 녀석은
골목대장이 되어 다른 아이들을 거느렸다.
작은 사회가 조직되었고 자기들은 그 모둠을 소중하게 여겨 이웃 동리 아이들과의
자존심 다툼을 벌이기도 하면서 성장하였다.

그렇게 사귄 친구들은 평생을 두고 지기가 되어 인생의 동반자가 되고 좋고 궂은
일을 함께 하면서 더불어 살았다.

지금의 인간이라고 해서 그 시절과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는데도 이웃을 잃고 산
다는 것은 인간이 지닌 속성인 유대감이나 소속감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비정상적
인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하여 생겨나는 정신적인 빈곤감이 삶의 정도
(正道)를 벗어나도록 유혹하고 있다면, 우리 주변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무질서와 규
범 파괴나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들의 원인이 그 유혹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
하여도 좋을 것이다.

이런 흐름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러자면 오늘의 흐
름을 주시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의 눈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집이 삶의 기반이라면 집부터 성찰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에게 있는 집의
지견을 한자리에 모으고 그들 집은 어떤 것이었느냐를 살핀다. 우리들이 살던 옛날
집에서도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면 우리가 역사에 지
니고 있는 '한옥'을 철저하게 탐구해 볼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한옥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더구나 고향에는 향수 어
린 한옥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조국근대화라는 사회 명분이 팽배하던 시절에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떠날 때 우
리가 스스로 저버린 고향의 한옥이지만 이제 천연스러운 집,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
는 집, 이야기가 가득 담겨져 있는집이란 새로운 관점이 생긴 눈으로 보니 그 버렸던
집은 다시없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 집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가
치관이 그만큼 달라지고 있다.

21세기는 공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 이상형이 된다. 그런 이상형에의
동경이 사회에 널리 퍼질수록 공해를 유발하는 건축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공해에서 보호되어야 함이 마땅하겠지만 더욱
이 휴식을 위한 살림집에서는 철저히 공해를 추방해야 한다.

지금 담배 갑에 건강에 해로움을 기록하여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처럼 공해에 노
출된 집에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가 게시되는 시기도 있을 수 있다. 쾌적한 삶을 위한
인류의 지혜인 것이다.  

우리도 그런 사태를 대비하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 미래에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삶터를 구현하는 노력일 수도 있다.

한옥의 탐구는 그런 노력의 첩경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옥에 대한 여러 가지들
을 차분하게 살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