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는 순서와 기법

3. 배치에서 지붕까지 - (6) 기둥

by 운영자 posted Dec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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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둥

    주춧돌 위에 세우는 나무를 기둥이라 부르는데, 이 기둥은  공
    간 구성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이다.  고어로는 긷 · 기디 ·
    기둥·지동 등으로  불렸으며, 사전적인 의미로는  ①집의 간살
    을 표준하여 배열한 주초  위에 세워 보·도리  등을  받치는 둥
    글거나 네모진 굵은 나무.  ②가구(架構)를 위하여  세우는 짧
    은  기둥(童子柱).  ③머름이나   난간을  구성하는  짧은 기둥
    (어의동자·머름동자) 등의 의미를 지닌다.

    * 참조: 신영훈, 한국의 살림집上, 열화당, p.282 중, 하

    기둥을 견고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주춧돌과의 접합이  빈틈없
    이 이루어져야 하고, 수직이  되도록 반듯하게  세워야 한다.
    기둥의 수직선을  측정하는  일을 '다림  본다'고  하는데 다림
    보는 방법에는 정식과 약식의 방법이 있다.

    정식은 기둥 사면에 추를 늘어뜨려 수직을 보는 것이고,  약식
    은 휴대용 장대 끝에  추를  달아 기둥  네 귀퉁이를  돌아가며
    측정하는 방법이다.

    기둥 밑둥과 주춧돌이  밀착하도록 하는  작업을 '그랭이질' 또
    는 '그레질'이라 한다. 그랭이 하는 일은 아주 정밀한 작업이어
    서 도목수가 맡아 한다. 그랭이하는 일을 '그레질'한다고도
    말한다.

    ⼘ 그랭이 하려면 보통 얇은 대나무로 깎아  만든 '그랭이 칼'이
    있어야 한다. 마치 핀셋 모양으로 두 다리가  벌어지기도  좁혀
    지기도 하는 H형이다. 그랭이를  시작하면  벌린 한  가닥을 주
    춧돌에 밀착시키고 나머지 한 가닥은 기둥몸에 닿도록 한다.
    그리고 주춧돌에 밀착한  다리에 힘을 주면서  기둥 둘레를  한
    바퀴 돌린다. 기둥이 올라앉을 주좌(柱座)의 돌 생김이 들쭉날
    쭉한데에 따라 그랭이 칼이  움직이므로  기둥에도  그와  같은
    선이 그려지게 된다. 일종의 쌍구법(雙句法)인데,  같은 형상이
    표시되었으므로 그에 따라 기둥을 잘라내면 주춧돌  주좌의 들
    쭉날쭉한 부분과 영락없이 부합된다. 그랭이질이  능숙하여 기
    둥 절단이 정확하면 기둥과 주춧돌이 정교하게  밀착되어 습기
    도 스며들지 못하고 벌레 역시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랭이질 한 후 기둥 밑둥의 안쪽부분을  약간  깊숙하게  파낸
    다. 마치 굽을  만들 덧하는  것인데  기둥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이  공간에 소금·간국·백반을  넣으면 방충
    과 방부의 역할을 한다.

    그랭이가 끝나고 기둥을  제자리에  세우면서  시각의  착각을
    교정하는 여러 가지 기법을 행한다.
    "귀솟음·배흘림·오금법" 등이 그 방법이다.

    ·귀솟음

    귀솟음은 귀기둥이 다른 평주들과 똑같은 높이이면  틀림없이
    수평을 이루고 있어도 낮아 보인다. 역시 무거워  보이는 귀공
    포와 추녀 때문이다. 맞배일 때에는 박공 때문에 역시  그렇게
    보인다. 처마의 곡선이 사뿐히 들어올려진 상황이면 귀기둥은
    더욱 처져 보인다. 그것을 교정하기 위하여 귀기둥의 키를  높
    게 하는데, 이 기법을 '귀솟음법'이라 부른다. '귀솟음법'은  결
    과적으로 처마의 곡선을 부드럽게 휘어 오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배흘림

    배흘림은 기둥의 배를 볼록하게 다듬는 기술로 수직인 기둥을
    바라보면 윗부분이 넓게 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하게 하
    는데, 이를 보정해주기 위한 기법이다.

    배흘림에서 배가 가장 부른 지점은 기둥의 높이를  H라하고 배
    가 가장 부른 지점의 높이 h라 할 때, h의  지점은 집주인을 기
    준으로 하여 주인이 대청에  앉았을  때의  눈높이와  마당에서
    있을 때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한다.

    이 높이는 삼국시대에는 1/3H 지점이었으며,  고려시대에는 그
    높이가 약 30㎝정도 올라갔으며,  조선시대에는  거의 1/2H 지
    점이었으며, 임란 후에는 배흘림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금법

    수직으로 서 있는 귀 기둥에 비하여  처마의 귀를 떠받드는 추녀
    는 처마 깊이와 서까래의 경사도에 따라  추녀 끝이 땅으로 숙어
    내린 형상으로 걸리게  된다.  추녀의  중간  부분을 귀기둥 위에
    두고 머리는 앞쪽으로 뒷 뿌리는  안쪽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공중에  떠 있는  추녀  앞머리가 이내  쏟아져
    내릴 듯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따라서  귀기둥 조차 머리가
    밖으로 벌어진 듯  느끼게 된다. 기둥을  막상 측정해  보면 수직
    이 틀림없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밖으로  머리가  쏠린 듯 비쳐
    지기 때문에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기둥머리를  약간 안쪽으로
    기울도록 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