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28 16:14

양평일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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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틀다듬기Ⅰ

2001년 5월 18일 금요일

드디어 오늘부터 귀틀이 올라간다고 한다.
일단 제일 밑에 들어가는 것부터 시작을 한다.
그런데 그것은 모양이 네모나다.
선생님께서 이것을 기준목으로 생각하라고 하신다.
귀틀이 둥근데, 일단 제일 밑단에는 조금이나마 덜 구르고, 고정시키자는 의미에서 각재를 사용한다고 하신다.

이 각재는 콘크리트 칠 때 미리 넣고 같이 고정시킨 철근에 의해 고정된다. 철근이 들어갈 구멍을 마련하기 위해 드릴을 이용해 각재에 구멍을 낸다. 그냥 위에서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재의 밑부분을 위로 오게해서 구멍을 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구멍이 조금커지도록 뚫는다고 한다. 즉 제대로 자리를 잡았을때는 밑에서 위로 갈수로 그 구멍이 커지는 것이다.

이렇게 구멍을 뚫은 기준목을 다시 뒤집고는 철근에 맞춰 끼워준다. 그러면 일단 기준목 설치는 끝이 난다.
이제 본격적으로 둥그런 귀틀을 놓을 차례이다.

그런데 이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닌것 같다.

보통 귀틀을 놓을 때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한가지는 아래 받을장을 깍고, 위의 엎을장을 그 깍은 부분에 올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엎을장을 깍아서 올리는 방법이다.

보통 일하기에는 전자가 훨씬 수월하다고 한다. 그런데 비가 오거나 하면 단면이 드러난 나무에 빗물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는 등 여려가지 기능상의 단점이 있어 시공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고 하신다.

그리고 아래부분에 가늘게 전기톱으로 홈을 파놓으셨다. 이것 또한 비가 왔을 때 귀틀의 둥근면을 따라 물이 끝까지 들어가지 않고 중간에서 물이 떨어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일종의 절수구인 셈이다. 참,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쓰신다는게 느껴지고, 여기서 살아갈 사람은 그 마음만으로도 편안해 질 것 같다.
새삼 그 세심함을 마음에 새기고는 귀틀 다듬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다.
여기저기 목수님들이 귀틀에 둥글게 연필로 선을 그려 놓은게 보인다.
이것은 엎을장이 되는 것을 아래 받을장에 맞게 파야 되는 부분을 그랭이질 해놓은 거라 하신다.

오늘 우리가 다듬을 것이다.
파내야 되는 부분에 톱으로 수직으로 파 놓았다. 이렇게 해놓은 것을 망치로 옆을 툭툭 치니 카스테라조각 같이 떨어져 나온다. 깊이 때문에 끌로 파기에는 힘든 탓에 이렇게 하는 거라 하신다.
왼손에 끌을 잡고 오른손에 망치를 들고 자세를 잡는다.
끌은 날의 모양이 수평으로 된 것과 곡선으로 된 것이 있고 그 크기는 가지가지이다. 일단 오늘 내손에는 평끌만이 들어왔다. 평끌을 보니 날이 한면은 평평하고, 다른 한면에는 끝에 경사가 져 있다. 다른 도구들의 날과 다를게 없었다. 끌이 너무 깊에 들어가는 것을 염려해 끌의 평평한 면이 위로 오게하여 끌질을 시작한다.
망치로 끌을 때리려니 그게 참 잘 안 맞는다.
반은 끌에 반에 내손에.
옆에서 한 말씀 거드신다. 망치를 눕혀서 때리라고. 보통 우리가 못질할 때 쓰는 부위말고 망치를 눕혀 망치 옆의 전체 면적으로 끌을 때리라 하신다.
끌을 조준하는데 훨 수월하다.
그렇게, 목수님들이 그려놓은 연필선을 따라 끌질을 한다. 그런데 받을장이 되는 나무에 맞게 하려면 엎을장에 그랭이 해 놓은 것을 어느만큼 파야 할지 참 난감하다.
다들 그런 모습들이자, 조희환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시겠단다.

'일단 끌질은 위에서 시작하고 점점 밑으로 내려오면서 파주는데, 어느 만큼 파느냐 하면 양끌이 수평하게 파면 된다. 그리고 영 뭐하면 안쪽은 조금 더 파주면 되고, 그리고, 그랭이 그려놓은 연필선은 보이게 파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그 금에 따라 제대로 팠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수평이 되어야 한다고?
갸우뚱하고 있는데 한말씀 더하신다.

'판 부분에 이렇게 망치를 올려놓고 보면 망치가 양 끝에 닿아야한단 말이여. 즉, 파일부분을 옆에서 보면 중간에 볼록하게 올라온 것이 없어야 혀.
그리고 덧붙혀 말하면 오늘은 하나를 완전히 자기가 맞춰보고, 다음주에는 두 개를 완전히 해야 집에 갈 수 있을거야, 허허허'

다들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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