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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을 짓기로 결정을 하기가 무섭게 조희환선생님은 곧바로 나무를 알아보기위해  강원도로 떠나셨습니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으려면 아무래도 여러 군데를 둘러봐야 할 것 같다며 걱정을 하셨습니다. 마음 같아선 함께 가고 싶었지요. 도대체 그 멋진 나무들을 어디서 구해 오시는 건지 궁금했었거든요. 그러나 마음일 뿐 선생님을 따라 나서는 것은 선생님께 혹을 하나 달고 가시라는 소리와 똑 같으니 참을 수 밖에요.

며칠 후 나무를 구했다는 말씀을 전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곧 나무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현장에 있는 권대훈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지요.  나무를 만나기 위해 양평으로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소나무인데 아무리 육송이라도 돈에 맞추려면 굵은 놈은 엄두도 못 내셨을 거야.' '소나무는 원래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해를 따라가다 보면 자꾸 휘면서 자라는데 과연 곧은 것을 구할 수 있었을까?' '만약 너무 많이 휘어 있으면 어쩌지?' '도대체 우리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소나무는 얼마나 될까?' 조금 있으면 볼 수 있을 나무가 왜 그렇게도 궁금한건지 참.....


현장에는 도편수 선생님도 와 계셨습니다. 껍질도 벗기지 않은 소나무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이게 왠 일 입니까? 그 나무들은 하나 같이 곧고 굵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나무들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나무들이 이 집을 짓는데 다 들어 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나무는 무식한 제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 좋아보였습니다. 소나무가 이렇게 곧게 자라는 것은  볕이 잘 드는 곳에서 혼합림의 상태가 아닌 소나무끼리 모여 자랄 때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고생을 안하고 곱게 자란 소나무들이었지요. 차~암 아름다웠습니다.

저야 너무 좋고 고마웠지요.  하지만 이런 걱정도 들더군요. '하이고, 선생님이 너무 욕심을 내신 거 아닐까? 좀, 휘기도 하고 가늘기도 한 나무들로 구해 오시지, 어쩌시려고...'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선생님께서는 이미 이 집에 필요한 나무의 양과 비용을 계산하고 계셨을텐데 무턱대고 욕심을 부리시지는 않았으리라는 믿음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러 좋은 목재들을 구입하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었을거라는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여쭈어 봐야 할 것 같지요? 정작 선생님은 별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다가가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나무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요? 운이 좋았습니다. 마침 원하는 소나무들이 있어 주어서. 사실 나무를 구하는 시기가 늦어져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예산대로 나무를 구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네,크게 넘지는 않았어요. 다만 대청 우물마루와 문틀에 쓰일 목재는 뒤틀림을 대비해서 조금 더 좋은 것으로 했습니다. 지금 당장 아끼려다가 나중에 하자가 생기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거든요. 소나무는 뒤틀려서 우물마루의 재질로는 부적절해요." 머슥하게 헛기침을 하십니다. 선생님은 뭔가 곤란하거나 미안하면 괜히 헛기침을 하시지요. 비용이 약간 추가된 것이 집주인의 빡빡한 주머니 사정을 아시니 미안하셨던 거지요.

하지만 저는 이랬습니다. 그럴만 했으니 그러셨겠지요.  다 옳은 결정이셨습니다.  그저 이말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선생님 고마운 마음 이루 다 말로 못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언감생신 어찌 제가 이런 나무들을 만져나 볼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애 쓰셨습니다." 사실 이잖아요. 그저 빙긋이 웃기만 하시더군요.

이제 그 많던 나무들은 어느덧 집의 뼈대로 서까래로 문틀로 자리를 다 잡았습니다. 여러분이 정민애님이 올리고 있는 양평일지에서 보시는 그대로 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계속되는 비 때문에 나무에 청테가 말할 수 없이 많이 껴 있습니다. 집을 보신 어떤 분들은 이런 걱정을 하십니다. '나무가 벌써 저렇게 시커멓게 변하면 어쩌느냐구요.' 그런데 저는 청테가 껴도, 나무가 갈라져도 좋기만 하니 어쪄면 좋죠.? 도무지 하나도 걱정이 안 돼요. 제가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소나무가 저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한국인과 궁합이 맞는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그리고 곁에 가면 은은히 풍기는 소나무 향이 황홀하기도 하구요.

지금부터 저희 집에 쓰인 나무들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이 집에 쓰인 나무는 95%가 강원도 삼척에서 구해 온 육송입니다. 약 30년 이상된 것들이구요, 벌목한 시기는 지난 해 12월 입니다. 나무가 겨우살이를 하기 위해 최대한 물을 밑으로 내린 시기이지요. 선생님께서는 나무를 산지 목상에게서 직접 사지 않고 목재소를 통해서 구입한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목상에게 직접 구입하면 조금 싸게 살 수는 있지만 나무들이 선별된 것이 아니어서 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비용이 더 드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십니다. 따라서 나무를 구입할 때는 목재소를 통할 것을 권하십니다.

집의 벽체와 서까래는 육송을 썼고 마루나 문틀에는 상급의 더글러스(수입 홍송)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보와 도리, 기둥은 육송과 더글러스를 함께 썼씁니다.

육송의 경우 길이로 12자까지는 사이 당 700원 이고 그 이상되는 것은 900원을 주었습니다.  물론 치목하지 않은 원목 그대로 이구요, 모두 목재소에서 실어서 현장에 부려 주는 도착단가로 계산한 것입니다.    
더글러스의 경우 원목이 아닌 용도에 맞게 치목이 된 상태로 구입했으며 일반 더글러스의 경우 사이 당 1800원으로 구입했지만 우물마루나 문틀에 쓰일 더글러스는 고급으로 4000원에 샀습니다.

사실, 저 같은 보통사람들이 제일 궁금한 것은 과연 내가 직접 이러한 가격으로 나무를 구입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도편수 선생님은 가능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일단 나무를 구입하기 전에 전문가의 자문을 얻은 다음 시장 조사를 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나무를 구입할 수 있답니다. 그런 자문은 선생님께서도 얼마든지 해 주실 것입니다.

한옥이 다 그렇겠지만 나무는 집의 뼈대를 이루는 아주 중요한 재료입니다. 귀틀집의 경우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따라서 좋은 나무를 적절한 가격에 구했다는 것은 집을 반쯤은 지었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분명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이지요. 언제 이 복을 다시 다 나눌 수 있을지 꿈만 같습니다.

다음에는 처음부터 고민이 많았던 지붕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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