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14 09:10

양평일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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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도리 만들기Ⅰ

2001년 6월 1일 금요일

오늘은 여러모로 귀한 날이다.
일단 목수님들이 오늘부터 쉬는 날인데, 우리를 위해서 오늘까지 일을 하시고, 그리고, 아주 귀한 것을 가르쳐 주셨다.
오늘도 귀틀을 다듬기로 했는데, 껍질 벗겨 놓은 나무가 적어 미적거리고 있는데, 조희환선생님께서 낫을 들고 따라 오라고 하신다.
무언가 다른 것을 가르쳐 주실려나 보다.
낫을 들고 따라 나선다.
도리로 쓸 나무인데, 오늘 도리 둥글게 다듬어 가는 과정을 가르쳐주신다고 하신다. 그러시면서 나무를 하나 가리키면서 껍질부터 벗기라고 하신다.

도리를 둥글게 잡아나가는 것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실습할 나무를 껍질부터 벗기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원래 도리는 참 잘 다듬어야만 하는 거야, 서까래를 받쳐주는 것이니까.
그래서 웬만해서는 도리는 초보자들에게 잘 안 맞기는데, 다행인게 이집이 귀틀집이라서 다른 집에 비해 좀 낫거든, 그래서 기회를 주는거야.'

라고 덧붙히신다.
아무리 귀틀집이라도 도리는 도리인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낫질을 시작한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처음엔 조금 낯설더니, 조금 하니까 그래도 한 번 해본거라고 손이 잘 나간다. 나무가 전과는 다르다.
전에 탈피를 할 때는 조금만 하면 바로 속살이 보였고 벗기기도 수월했는데, 지금은 잘 벗겨지지도 않고, 안에 갈색의 살들이 많이 보인다. 나무가 전보다 건조되어서 그런 것 같다.

다 벗겼으면 이제 시작하자고 하신다.
우선 나무를 바르게 놓으시고는 한쪽에서 나무를 살펴보신다.
나무가 얼마나 곧은지를 보고, 나무 양쪽의 지름을 보는 거란다.
지름이 작은 쪽을 기준으로 이 나무에서 최대로 얻을 수 있는 각재(여기서 각재는 사각을 말한다)의 한변의 길이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무의 휘어짐이 심할수록 얻을 수 있는 크기는 작아질 것이다. 휘어짐과 나무의 지름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나무의 크기를 정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아무리 눈썰미가 있는 사람도 많은 경험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오늘은 조희환선생님께서 얻을 수 있는 각재의 수치를 잡아주신다.
다행히 휘어짐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것들이다. 도리로 사용할 것을 고려하여 나무를 구했기 때문이리라 여겨진다.
그런데 왜 각재의 수치인가?
둥근 도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원상태의 둥근나무에서 사각의 각재를 얻고, 각재를 모를 죽여가면서, 팔모, 십육모 이렇게 만들어 가면서 원형의 도리를 만들어 낸다.
원래 나무의 모양이 원형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바른 모양이 아니기 때문이라 하신다.

오늘은 팔각까지 잡아보자고 하신다.

우선 사각을 잡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먼저 나무의 한쪽 단면부터 시작한다.
중심을 잡는다.

수직선을 긋고 그에 직각되게 수평선을 긋는다. 그 뒤 얻을 수 있는 각재의 치수가 8치라(내가 껍질을 벗긴 나무의 얻을 수 있는 각재의 한변 길이가 8치였다.)할 때 수직중심선에서 4치씩 옆으로, 수평중심선에서 4치씩 아래위로 가서 선을 그어준다.
그러면 한변이 8치인 사각형이 얻어진다.
중심의 수직과 수평선을 '십반'이라고 하신다.


'이 십반 놓는 일이 가장 중요해, 이 십반을 잘 놔야지만 나중에도 잘되는 거여'

선을 그을 때는 먹통을 한쪽에 놓고, 대나무로 끝을 다듬은 도구로 먹을 찍어서 사용한다.
이제 팔각형을 만들차례다.
팔각형을 잡는 방법을 선생님께서는 두가지를 가르쳐 주셨다.
한가지는 계산을 해야하고 한가지는 그냥 곡자만 있으면 된다.
후자부터 설명하겠다.
45°선을 잡는다.
곡자로 수직과 수평중심선에서 각각 같은 수치(여기서는 2치로 하겠다.)만큼을 떼어 놓은 곳을 표시한다. 곡자는 직각이므로 한번에 표시할 수 있다. 즉, 중심을(0,0)이라 할 때 (2,2) 지점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중심과 (2,2)지점을 연결하면 45°선을 얻는다.

이때, 45°선상에 중심에서 4치 떨어진 지점에 선을 긋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곡자는 직각이기 때문에 이 선은 45°선에 수직인 선이 그려지는 것이다. 이 선이 팔각형의 한변이 된다.
4치라는 수치는 한변이 8치인 사각형 안에 그릴 수 있는 원의 반지름 4인 것이다.

이렇게 사각형의 네모서리를 하면 팔각형이 완성되는 것이다.
곡자가 직각인 것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후자가 45°선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면 전자는 사각형에 팔각형이 될 꼭지점을 찾아 표시하는 일이다.
한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길이는 약 1.4라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1.4뒤에 소수점 둘째, 셋째...자리에도 수치가 있으나 생략하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오차들은 상황에 맞게 더해주거나 빼주면서 하시는 것 같다.)
즉, 구고현법인 것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이다.

1치에 4푼.
8치는 32푼.

한변이 8치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는 8치보다 3치2푼이 더 길다. 즉, 11치2푼인 것이다.
이 수치를 2로 나무면 5치 6푼이다.

이 2로 나누는 것은 8치가 결국 우리가 얻을 도리의 지름으로 반지름에 해당하는 수의 대각선 길이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얻어진 5치6푼을 중심수평선상에 표시한다. 이 표시한 점에서 수직으로 선을 그으면 사각형의 한변과 만나게 되는데 이 만나는 지점이 팔각형의 한 꼭지점이 되는 것이다.
좀더 편하게 할려면, 5치 6푼에서 반지름 4를 빼면 1치 6푼이 남는다. 처음 그려놓은 사각형의 한변의 중심에서 1치 6푼 만큼 이동하면 그 부분이 팔각형의 꼭지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여덟군데의 꼭지점을 찍게 되면 팔각이 완성된다.


곡자 중에는 뒤에 루트값이 나와 있는 것이 있다. 즉, 한변의 길이가 4치인 사각형이 있다면 이 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를 알고 싶으면 자의 뒷면을 보면 된다. 그에 해당하는 길이에 4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전자이 경우도 이 곡자를 이용하게 되면 굳이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내가 이글을 쓰면서도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선생님께 내가 이해한 것을 나름대로 말씀 드려 검사를 받기는 했지만...
계속 반복해서 몸에 익히는 방법외엔 없을 것 같다.
머리로 익히면 언제 잊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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