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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5일부터 실시된 ‘가족과 함께하는 한옥 짓기’ 행사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의 열정이 모여 홍천강변에 소담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함께 땀흘리는 건전한 가족문화를 만들고,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실시된 이번 프로그램은 무더운 날씨에도 가족이 함께  진솔한 땀방울을 나누며 의미있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과 진행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소중한 시간을 오래 간직하고자 짧게나마 흔적을 남깁니다. 


첫째날, 아직은 낯선 얼굴과의 첫 만남에 조금은 서먹한 분위기로 시작되었던 목재 운반 작업을 통해 서로 힘을 모으며 어느새 자연스러운 기운이 퍼지기 시작한다. 곧 이어진 개토의식에서 토지신께 보우를 기원하는 참가자들의 진지한 표정에는 모두를 위한 배려의 마음이 배어있다. 점심 식사 후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은 시작되었다. 처음 만지는 낯선 도구와 시작부터 겁을 주었던 묵중한 목재 앞에서 아직은 서툰 동작들이지만 여간해서는 물러서지 않으려는 듯 신중한 눈빛이다. 며칠째 내린 폭우가 얄미워서인지 태양은 이글거리기 시작하고 비 오듯 흐르는 땀줄기를 훔쳐 내리기를 한참, 어느덧 땀이 흐르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는다.


무더위는 행사기간 내내 이어졌지만 참가자들의 열정을 꺾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3일간 기둥, 장혀, 도리, 서까래 치목작업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것이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이후에 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모두들 ‘아~이거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집속에 담긴 철학이 집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이렇게 이해할 수 있겠다.
4일째, 모두 힘을 모아 거대한 주춧돌을 옮기며 다시 한번 화합의 위력을 도모한다. 덩그러니 놓인 주춧돌 네 개만으로도 모두들 뿌듯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이제 주춧돌위에 기둥을 세운다.
추초를 놓으면서부터 이렇게 서로 높이가 다른데 집이 기우는 거 아니냐고 걱정이었는데 드디어 기둥을 세우니 그 궁금증을 다소 해결하리라는 기대에 부푼 표정들이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일단 고르지 않은 돌 위에 어떻게 기둥을 세우냐고 묻자 모두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랭이질을 처음 들어보는 참가자분들은 주춧돌위에 홀로 선 기둥을 보며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고만 있다가 어디선가 감탄사를 던지자 동시에 박수가 터져 나온다. 입주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단히 예를 올리고 다시 작업이 시작된다. 기둥을 세우고 장혀를 짠다. 기둥의 사괘를 장혀목이 채워가는 것이 불안한 듯 주먹을 쥐며 눈을 지그시 감고 무사하길 기원하는 듯 긴장이 감돈다. 도리와 귓보까지 짜고 나니 이제 어엿한 집의 큰 틀이 이루어졌다.
3일간의 작업에 대한 궁금증 역시 답답함을 누르고 확고한 이해의 틀을 이룬 것이다. 4일간의 작업에 대한 피로가 한번에 가시는 듯 기쁨에 찬 표정들이다. 작업을 마치고 김봉우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해주신 음식을 올리고 4일간의 작업이 탈 없이 이루어진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앞으로도 마무리가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예를 올렸다. 그리고 나서 둘러앉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계획된 일정은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많은 공정이 남아있다는 것에 모두 걱정이 된 모양이다. 말씀 중에 마무리까지 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자 몇몇 분들이 동조하시며 의견들을 주고 받는다.  한참 이야기가 오가고 의견들이 모여 18일부터 20일까지 행사를 계속이어가자는 결론을 내리고 참가자 분들은 주말인 19일에 현장에 오시기로 하였다. 이만하면 5일간의 노력들이 얼마나 값진 결과로 자리 잡았는지 짐작케 한다.
5일째 되던 날 남겨진 작업들을 마무리하고 이어질 일정까지의 대비를 위해 주변정리를 하고 홍천강에 대한, 그리고 참가자 서로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발걸음을 서울로 돌렸다.
못내 아쉬웠던지 나오던 길에 식사를 하며 18일 만남을 다시금 약속했다.
2차 일정은 한옥건축 전문인 5기와 6기분들 중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18일 아침 홍천강을 타고 흐르는 하얀 안개를 따라 현장에 도착했다. 열흘가까이 비워둔 터라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현장에는 기간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고 하신다. 토지신께 고한 우리의 정성이 통한 모양이다. 첫날 작업은 마루 귀틀과 추녀를 치목하는 것으로 재개되었다. 지난 기간의 무더위가 무색하게 어느덧 가을의 향기를 싣고 솔바람이 산등성을 따고 오른다. 반가운 재회의 기쁨을 이렇게 자연은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참가자들이 도착하여 작업에 동참하면서 작업장은
더욱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한창 작업이 진행중일 때 김봉우 선생님께서 상량문을 쓰실 분과 함께 현장에 오셨다. 선생님의 직장 동료라 하신다. 작은 정자하나도 이렇게 많은 인연과 정성의 뜻이 모여야 함을 실감케한다. ‘龍丙戌七月二五日上樑龜’ 상량문이 대공에 묵서되자 모두들 들뜬 기분에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떻게 대공이 올라 상량문이 보일지 궁금한 모양이다. 작업은 한쪽에서는 마루를 놓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고 한편에서는 추녀 마무리 작업에 열중이다.
삼일째 드디어 아래에서는 우물마루를 놓기 시작하고 위쪽에서는 대공을 중심에 세워 추녀를 걸기 시작한다. 그렇게 들어도 이해가 되지않던 내림주먹장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고 기뻐하는 표정들이시다.
한편 한장 한장 짜여지는 우물마루의 비밀을 손끝으로 그 원리를 이해하면서 참가자들은 선조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복하였다고 이야기한다. 마루가 완성될 즈음 힘차게 하늘을 향해 뻗은 추녀가 네 귀를 이루며 이제 집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여러 명이 달려 추녀를 거는 작업을 마치자 해가 중천에 이르고 1차로 참가자분들이 철수하신다. 한번에 너무 많이 배우면 탈난다는 말씀 뒤에 감추지 못한 아쉬움이 고개를 내민다. 앞으로 이어갈 인연을 약속하며 아쉬움을 위로한다. 곧이어 빈자리의 허전함을 느끼기도 전에 전문인 5기분들이 격려차 들러 그 자리를 매워주셨다. 오후해가 유난히 더디 기운다. 이제 전문인분들도 모두 철수를 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마루작업과 서까래 치목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아쉬운 작별을 인정하여야 했다. 이제 남겨진 작업은 정목수님과 독일에서 온 한국인 다니엘과 내 몫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이어진 작업은 서까래를 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탱기를 틀어 평고대의 곡을 잡는다. 한참을 줄을 당기고 풀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가장 안정적인 선을 찾는 작업이 진행된다.
눈으로만 보면 정해진 치수에 의해 간단히 결정되었을 거라 생각해 버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심연의 의중을 감지할 수 있다. 이제 서까래를 하나씩 걸기 시작한다. 전체 공정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아니 모두의 손길이 닿은 것이 서까래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모두의 손결이 하나로 엮이는 의미있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서까래를 모두 잇고 나서 말끔히 깔린 마루에 슬며시 등을 기대본다. 서까래 사이로 살며시 드러나는 파란하늘과 산등성을 타고 오르는 강바람이 실어 전하는 평온함을 받으며 아직은 때 이른 여유를 잠시 누려본다. 이어 개판작업을 마무리하며 또 하루를 보낸다.
다음날, 비가 올 수 있다는 예보에 대비를 하고 작업을 시작하려하나
오전 내내 얄궂은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며 비닐포장을 덮고 걷기를 수차례. 오후에 들어서야 구름이 걷히고 작업은 이어졌다. 덧지붕을 올려 물매를 조금 더 싸게 하여 전체 지붕틀을 마련한다. 강원지역의 강우를 대비하려는 의도에 의해 이루어진 작업이다.
다음날 마지막 마감인 굴피지붕을 잇는 작업이 진행된다. 방수쉬트를 깔고 그 위에 굴피를 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날이 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굴피 잇는 작업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작업은 하루를 이어 그 다음날 추녀마루를 올리고 마지막 절병통으로 옹기를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비록 규모는 작은 정자이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자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신 결과이기에 그 의미는 커져만간다. 전문가의 손길로 지어진 것과 비교하자면 그 정련함이야 부족하다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 스민 노력과 정성만큼은 그 어느것과도 비교할 수없음을 확신할 수 있다. 가장 어르신으로 묵묵히 모두를 이끄셨던 이광기선생님가족, 행사기간내내 말없이 서까래를 깎으셨던 영수네가족, 부부금술만큼이나 열성이셨던 김교연님가족, 항상 모든일에 적극적이셨던 김진성선생님, 말이 필요없이 흠뻑젓은 옷으로 우리를 독려하셨던 한근희선생님, 지쳐가는 우리에게 항상 활력을 불어넣어준 도흔이네가족 이외에도 참가하신 모든 가족께 다시한번 좋은 결실을 낳게해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짧은 만남이었지만 앞으로 이어갈 긴 인연의 시작이기에 서운함보다는 기쁨이 앞섭니다. 2차행사에 큰 힘이 되어주신 한옥건축 전문인 이석원님, 임승권님, 박기태님, 최재문님께 더불어 감사드리며 우리 모두를 이끌어 주셨던 정삼용목수님과 끝까지 함께 했던 다니엘에게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그리고 행사준비에서부터 기간 내내 누구보다도 애써주신 김봉우선생님 내외분과 한선생님 내외분께도 이 글을 빌어 감사인사올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다시 뵙는 그날까지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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