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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근 한달 가까이 설계를 하고 고치고 하는 동안 느낀 점 몇 가지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집의 크기에 관해서 입니다.

저희 집은 약 50여평 됩니다. 상당히 넓지요.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제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처음에 계획했던 것은 40평이었습니다 집이 이렇게 넓어지게 되 이유는 이 집이 2층의 구조로 된 것 이어서 일정한 규모를 갖지 않고서는 그 모양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었습니다. 즉, 40평을 1,2층으로 나누다 보니 도저히 그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2층을 고집할 경우 집의 규모가 일정 부분 늘어날 수 밖에 없음을 받아 들여야 했습니다. 참고로 이 집의 1층 바닥 면적은 약 37평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ㄱ자 구조에서는 전체 면적 중에서 복도같은 단순히 통로의 기능만 담당하는 공간이 차지하는 넓이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 입니다.


 둘째:    난방에 관해서 입니다.

이 집에는 '심야 전기보일러'를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처음 설치할 때 그 동안 나라에서 보조해 주었던 설치 비용이 이제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아서 비용이 꽤 많이 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장기적으로 볼 때 심야 전기 방식이 경제적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1층의 방 하나를 구들과 보일러를 다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하였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얻게 될 이득에 관해서는 이미 많이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청과 마루에는 난방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겨울에 꽤 추울 것이라 걱정해 주기도 하네요. 저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도 마음먹기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일이 될 것도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한 겨울에 지나치게 따뜻하게 지내는 건 아닐까요? 어렸을 때 겨울은 왜 그리도 춥던지요. 그 때는 무겁디 무거운 두툼한 솜 이불을 코 밑까지  
덥고 잤더랬습니다. 등짝은 따뜻하면서도 이불 밖으로 나온 코 끝은 또 왜 그리 싸하게 시리던지요. 하지만 전 그게 좋았습니다. 적당히 추운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들었습니다. 정 추우면 마루에 난로 하나 놓지요 뭐.
다만, 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해 집의 전면을 샷시로 처리하려고 합니다
  

  셋째: 기능에 따른 공간의 합리적인 배치의 문제 입니다.

처음 설계한 도면을 보여 드리면서 안방과 어머니 방, 아이들 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니 선생님이 절 쳐다보시더군요.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살다보면 방의 주인이 바뀌게 될 지도 모르는데 지금 이 방을 누구의 방으로 정한다고 그것이 언제나 그렇게 남아 있을까?" 중요한 것은 기능을 달리하는 공간의 합리적인 배치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말하면 방, 부엌, 화장실, 마루 이러한 것들의 적절한 관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아울러 여러 공간들 가운데 어떤 것을 중심에 둘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날의 부엌의 경우 예전과는 달리 대부분이 식당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주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예전대로라면 집의 중심은 여전히 안방이겠지만 오늘날의 그것은 경우에 따라서 주방이 될 수 도 있고 거실일 수도 있는 것 이었습니다. 그것은 건축주가 어느 공간을 집의 중심으로 둘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제가 생각하기에^^) '건축주가 설계를 하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몇 번을 퇴짜를 맞아 가면서 설계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에 관하여 새롭게 배운 것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설계한대로 집을 지으면 100평이 넘는 엄청난 규모가 된다는 핀잔도 들었다고 벌써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가 만든 설계도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과연 모르셨을까?' '만일 알고 계셨다면 왜 그냥 가져가게 했을까?' '정말로 이 설계대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걸까?'

아무튼 참 혼란스러웠습니다. 오랫동안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또 그 일을 떠 올리다 갑자기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건축물이란 넓게는 그 시대의 사상과 철학 또는 유행이나 관습까지도 담고 있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상징물이 아닐런지요.(하여간 집을 통해 많을 것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집 하나 하나가 담고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은 동시대인으로서 가져야 할 보편적인 생각과 또 그와는 대척점에 있는 남다른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반되는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루러질 때야말로 우리는 그 집에서 당시의 건축흐름을 읽어냄과 동시에 건축주가 어떤 사람이었을까 추축해보는 기쁨을 맛 보게되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 짓고 싶은 집이 있습니다. 그 집은 당연히 우리의 생각들을 담아내야 하겠지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생각을 어떻게 건축 전문가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통로가 바로 설계도를 그리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집에 대한 건축주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내어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제게 죽어라 설계를 하게 하고 또 고치고 고치게 한 것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설계에는 건축주의 꿈이 모두 담겨졌기에 당연히 꿈속에서나 지을 법한 집이 되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실제 건축과정에서 또는 설계전문가의 손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백마디의 말보다 한장의 설계도를 만드는 것이 건축주의 모든 생각을 전달해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제 손으로 집을 짓든 아니면 전문가의 손을 빌리든 반드시 설계도를 그려보라고 말입니다. 건축의 전 과정 중에서 아마도 건축주에게 가장 의미있는 것 중의 하나가 설계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제겐 힘든 시간이긴 했지만 동시에 설계가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설계에 집중할 시간이 더 많았더라면 하는 것입니다. 이제 집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현장에서 집안 곳곳을 둘러 보며 만일 더 오랜 시간 고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실 또한 숨길 수 없었습니다.
  어째든 얼떨결에 설계의 책임이 김도경선생님께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우짜지요? 제가 모질라서 애꿎은 김도경선생님이 수습을 하셨습니다.
저요? 저는요, 꿈속의 집을 원없이 한번 지어 봤습니다.
다음에는 나무와 지붕에 대해서입니다.
길고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느라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저기요!!!!

 지가요, 제가 그린 설계도도 함께 올릴려고 했는데요, 집에 스캐너가 없어서리....(사실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라요.)

부득이, 며칠 뒤에 민애씨를 통해서 그림자료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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