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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한시름 덜었습니다. 설계를 김도경 선생님께 넘겨드리고 나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어찌됐든지 간에 집꼴이 되게 만들어 주실 거라 믿었으니까요.

김선생님과는 첫 설계를 시작으로 몇 번 만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선생님도 귀틀집 설계는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강의하랴, 학사재 현장일 보랴 무척 바쁘셨을텐데 저희 집 설계까지하시려니 몸이 두개라도 모자랐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미안해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저도 재미있어요'라고 하며 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고치고 바꾸기를 몇 차례, 마침내 지금 짓고 있는 집의 바탕이 되는 설계도가 완성되었습니다. 마치 집을 반쯤은 다 지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설계도가 완성되자 선생님께서는 이제 조희환선생님께 필요한 나무의 견적을 뽑아 보자고 하셨습니다. 되도록이면 우리네 집은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나무로 짓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씀과 함께 육송과 낙엽송을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어설픈 저는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물론 저야 소나무로 집을 짓고 싶고 말구요. 하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저희 같은 사람은 엄두도 못낼 가격인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귀틀집은 나무를 뉘어서 쓰는 집이라 수입목도 괜찮다고 말입니다. 아마도 소나무가 비싼 것을 염두에 두신 말씀이시겠지요. 동시에 이런 말씀도 덧붙이셨지요. 소나무라고 무조건 비싼 것도 아니라구요. 수입목처럼 굳이 굵은 나무를 쓰려 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소나무를 쓸 수 있다구요.
나무는 조금만 굵기가 굵어져도 가격이 엄청 차이가 난다 하더군요. 반대로 나무가 조금만 가늘어져도 가격이 많이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겠지요.

아무튼, 견적이 나오는 동안 제 마음은 두 가지 이유로 설레었습니다. 우선, 조희환 선생님을 뵌다는 것과 어쩌면 소나무로 집을 지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기다리는동안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다른데 욕심을 줄여서라도 지나치지만 않다면 소나무를 쓰고 싶다고 말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입목으로 집을 지어도 멀쩡한데 왜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목재야 여러가지를 쓸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소나무가 좋았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될까요? 둥글 둥글한 산 아래 한옥을 짓고 사는 것이 마치 우리 몸에 잘 맞는 옷을 해 입는 거라면 그 옷을 지을 옷감이 바로 소나무가 되는 거라구요. 한복을 짓는데 모시나 삼베와 같은 우리 옷감을 써야지 나일론이나 합성섬유를 쓰면 과연 어울리겠느냐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옷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자주 입어 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견적을 내면서 선생님은 제게 총 건축비를 얼마로 잡고 있는지를 물으셨습니다. 아마 방법은 두가지 였을 겁니다. 설계도대로 집을 지으려면 예산을 초과하던지 아니면 설계를 변경해서 비용을 줄이라 할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익히 알고있는 바와 같이 기존의 한옥은 워낙 건축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비용을 낮추는데도 한계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결론이 어떻게 났을지 무척 궁금하실 겁니다. 물론 이집이 평 당 얼마가 들었는지는 집을 다 지어 봐야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애초에 예상한 금액은 평당 약 400여 만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평당 건축비가 400만원 쯤되면 양옥으로는 꽤 잘 지은 집이 될거라구요. 
그러나 이 금액은 제가 한옥 문화원과 집을 짓기로 결정하기 전에 생각한 것이고 사실 상황은 여러 가지가 변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저 역시 무리해서 집을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은 평당
50만원이었습니다. 얼추 총 건축비가 나오지요?

며칠을 더 기다린 끝에 드디어 한옥문화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문하원에 가니 신선생님과 조희환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미 두분이 말씀을 나눈듯이 보였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까만 얼굴을 하신 조희환선생님은 여전히 수줍은 모습이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사실 저는 수업이나 학사재 현장에서 이미 몇 번 뵈었거든요. 그때마다 '참 수줍은 분이시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은 저를 모르시죠.) 그러나 그런 분이 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 누구 보다도 당당하셨습니다. 정말 한옥이 좋아서, 그리고 소나무가 좋아 그 일에 빠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프로다운 모습이셨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신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이대로 집을 짓기로 하지!"

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저도 소나무로 집을 짓게 되었다는 뜻이지요. 선생님은 한마디 더 보태셨습니다."건축주는 좋겠네 소원을 풀어서! 귀틀에 그것도 소나무로 말이야."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꿈만 같았습니다. 입이 귀에 걸려 헤벌죽 거리고 있는 저를 보고 조희환 선생님이 한 마디 접습니다. "여기서 설계 변경을 또 하면 안되요." 설계를 바꾸면 그 만큼 예상치 못한 비용이 추가 될 수도 있음을 걱정하신 것입니다. 그 만큼 예산이 빠듯했습니다.


돈만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뜻만 갖고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 집짓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처럼 '조화로움'이나 '균형잡기'라는 말을 실감해본 적이 아마 그전에는 없었지 않았나 합니다. 그 중도적인 역할을 이제 조희환 선생님께서 하시려나 봅니다. 쉬운 일은 아닐 듯 싶습니다.

소나무이야기를 하다보니 지붕에 관한 말씀을 못 드리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따로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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