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25 11:09

양평일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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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서까래

2001년 6월 29일 금요일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한바탕 쏟아 부을 태세다.
조희환선생님도 계시지 않아 모두들 뭐부터 해야 할까 하고들 있다. 중국 하얼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자를 지어주러 가셨단다. 무사히 마치고 빨리 돌아오시길 모두들 바랄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조금 쳐진 분위기다. 거기다 비까지 내리려하고 있다.
조희환선생님께서 가시기 전에 우리의 일꺼리를 마련해 주고는 가셨지만 왠진 오늘은 그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날을 보아하니.
그래도 한 주 동안 바뀐 것이라도 설명들을 요량으로 모두들 공사중인 이층으로 올라 선다.
목수님들은 선자서까래를 다듬느라 한창 바쁘시다.
선자다듬는 모습을 유심히 보기도 하고 한쪽에서 선자서까래를 설치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다들 이제야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래도 우리들끼리 좀 불안해 보였는지, 부편수님이신 김진각 목수님이 다들 한 쪽으로 모이라고 하신다.
이미 설치가 끝난 선자서까래를 가리키면서 설명을 시작하신다.
선자 서까래의 길이와 각 선저서까래끼리의 간격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선자서가래를 그린 도면과 수치를 적은 판을 보여주시면서 그 수치들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다.
이 집의 경우는 중도리와 도리까지의 거리가 5자, 도리와 서까래 끝까지의 거리를 4차 5치를 잡았다고 하였다. 보통의 기와집에서는 5자를 잡는 다고 한다. 거기에다 부연 2자, 그러면 도리에서 거의 7가자 정도 나온다고 한다.
선자서까래는 보통 서까래와는 또 다른 것이 모서리에 놓이는 것이기 때문에 위에서 정한 9자 5치가 길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대각선을 생각해 줘야 한다. 또, 추녀 양끝의 높이차를 생각해서, 즉, 9자 5치의 정사각형을 밑면으로 하고, 추녀 양끝의 높이 차 만큼을 높이로 가지는 육면체에서 대각선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대략 위의 그림과 같을 것이다.

여기에서 처마의 곡선들, 보통 말하는 앙곡이나 안허리곡 때문에 생기는 세부적인 수치들의 변화는 그 집의 도편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 도편수 개인의 노하우 이기도하고, 비밀무기인 것이다. 추녀의 양끝 높이는 차이 또한 이러한 곡선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선자선까래 사이의 간격은 보통 1자를 기준으로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초장(추녀몸에 반쪽으로 걸리는 것이 초장이다.)과 두 번째 장의 간격을 정할 때 두 번째 선자서까래의 끝에서 초장에 수직선을 내렸을 때 그 길이가 1자라는 것이다. 물론 모두 각각 중심선을 기준으로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선자가 걸리는 부분은 사선인데다, 곡선의 정도에 따라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초장에서 다섯이나 여섯째장 까지는 1자 그대로를 띄우게 되면 그 간격이 너무 멀어져 그 수치를 조금씩 조절해 준다고 한다. 초장에 가까울수록 그 간격은 더 좁게 마련인데 보통 9치 3푼에서 9치 7푼 정도 그리고 반을 넘어서면 1자를 그대로 주든가 해서 조절한다고 한다.
이렇게 길이와 간격을 정하고 나면 선자서까래를 놓일 위치에 맞게 각 수치를 정하여 손질을 한다. 놓이는 위치에 따라 초장에서 막장까지 모두 그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하여 손질하는 것이다.
이 수치가 정해진다는 것은 추녀의 길이, 모양, 추녀를 얼마나 들어 올려 곡선을 만들 것인가, 몇 개의 선자를 걸 것인가 등등이 모두 정해진 다음에 나오는 수치일 것이다.

목수님들이 작업을 하기 위해 수치를 적어 놓은 판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자면

   돌림  통    내   외
1         23   49-2  71
2  30   46   55-2  65
3  30   46   59-2  61
4  24   48    59   58
5  19   48    57   55
6  15   50    55   52
7  10   50    54   50
8         50    52   49
9         50    52   48
10       50    52   47

왼쪽에서부터 첫줄은 선자서까래의 순서를 말하는 것이고 이 순서는 추녀에서 가까운 것 부터이다. '통'이라는 것은 도리에 닿는 부분의 두께로 선자서까래는 추녀의 끝점에 모이기 때문에 도리선을 기준으로 이 곳을 지나면서 점점 그 두께가 줄어들면서 거의 끝 지점에 가서는 종잇장 같이 얇아진다. 그래야만 끝에서 모두 한 지점에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과 도리 중심선은 평행하지 않기 때문이 그 벌어지는 간격이 있다고 한다. 이 간격을 '돌림'이라 한다. 이것은 선자가 사선으로 경사도를 가지면서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내'는 도리와 선자가 모이는 꼭지점까지의 거리, 즉, 이 집에서는 중도리까지의 길이이고, '외'는 도리에서 선자 끝까지의 길이다. 내와 외를 더하면 선자 서까래의 총길이가 되는 것이다. 위의 수치중에서 내의 초장과 두번째 장의 길이는 잘못된 표기라 한다.당연히 세번째 장보다 처음의 두 개가 길다는 것이다.

이미 설치된 선자서까래를 다시 살펴본다.
추녀 및에 조그마한 나무토막 하나는 받쳐 놓으셨다. 모두들 그게 눈에 들어오는지 질문을 한다. 김 목수님께서 그것은 추녀가 곡을 받치기에는 작은 감이 없지 않아, 나무 토막을 하다 덧대었다고 하신다. 일종의 알추녀로 생각해도 되냐고 물으니 그렇게 생각해도 된다고 하신다. 그리고 갈모산방도 사용했다. 갈모산방을 어떻게 고정시킬 지가 궁금해 여쭤 보니 추녀가 사선으로 경사지게 내려오기 때문에 도리와 만나는 부분에서 삼각형의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일단 거기에 끼워 고정시키고, 못도 사용한다고 하신다.

김 목수님은 설명을 마치시면서 이렇게 치밀하게 계산을 하여 다듬은 선자도 올릴 때는 조금씩 손을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까다로운 작업이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옆에 계신 분이 양판이라는 선자를 재단하기 좋게 조절하면서 다듬는 작업대가 있어 그것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한마디 덧 붙여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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