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일지15.

by 정민애 posted Nov 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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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치  기

2001년 8월 10일 금요일

우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기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난주 나무로만 되어 있던 집에 다른 재료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색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나는 재료이다.
그런데 둘이가 궁합이 참 잘맞다.
거기에 더해 비슷한 색깔의 재료를 넣는 작업이 오늘 우리가 할 일이란다.
각 귀틀 사이 비어 있는 틈을 흙으로 채우는 일이다.
벽을 치는 순서는 초벽, 맞벽, 재벽으로 진행될 것이라 한다.

우선 귀틀과 귀틀사이가 많이 벌어진 곳에는 잡아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게 간간히 못을 박아준다.
작업하기 좋게 방입구에 날라다 준 진흙을 방안으로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작업에 사용하는 진흙은 집터의 뒷산에서 나오는 흙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색깔이 붉어 혹시나 이런 흙을 특별히 구해왔나 싶어 물어 봤더니 그런다. 그러고 보니 한쪽에서 흙을 바로 파서 짚과 물을 썩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참 돈도 아끼는 것도 크지만 왠지 이 집이 참 복도 많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지역에 나는 것만을 모아서 만드는 것 보다, 이곳에서 나는 재료와 다른 것들을 같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다른 곳에서 온 것들도 빨리 이곳에 적응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방안에 진흙이 쌓이자 각자 바르기 시작한다.
우선 한 덩어리 떼어다 조심스럽게 구멍에 넣어 본다. 손이 점점 익숙해 지자, 덩어리를 턱하니 올려 놓고 손으로 툭툭치면서 작업을 한다.
옆방에 목수님들이 작업하는 곳으로 한번 가본다. 벽돌 모양보다 조금클까? 그만한 크기의 벽돌 모양으로 만들어 구멍에 딱 올려놓으니 더 보태고 할 것도 없이 딱 맞게 매꿔진다.
그걸 보고 흉내낼 모양으로 나도 벽돌 모양으로 만들어 본다.
흙을 한 웅틈 떼어다 땅에 떡치듯이 떡떡 치면서 찰지게 만든 후 밀가루 만죽하듯이 손바닥으로 굴려 기다란 원기둥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 바닥에 톡톡 치면서 한 면 한면 만들어 나간다. 마지막에 손바닥에 올려 놓고 양쪽 면을 다른 한손으로 톡톡쳐서 마무리 하면 벽돌 모양이 만들어 진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옆의 사람이 그것으로 귀틀 사이틀 매꿔나갔다.
점심전에 방하나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