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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 여전하신지요? 이제는 안부인사 여쭙기도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도 해를 넘기기 전에 일지를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이사오고 어찌하다보니 이리 되었다고 나름대로 옹색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네, 저 벌써 '上谷堂'에서 살고 있습니다. 상곡당은 저희집 당호입니다. 앞으로 그냥 편하게 그렇게 불러 주십시요. 저희 가족은 지난해 11월 입택고사를 지내고 바로 이사했습니다. (사실 더 버틸 집이 없어서리... TT) 그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살면서 느낀 점은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비록 늦었지만 이번에는'창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상곡당에서 지붕만큼이나 고민을 많이 했던 곳이 바로 창호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희 집에서 마루가 차지하는 면적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마루에 난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미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상황이 이러니 자연히 외풍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요. 폼 잡고 살려면 그 정도 추위는 감수해야 한다구요? 감수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용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완 할 방법이 있다면 그러고 싶기도 했습니다.  저 같이 한옥에 살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저 나이 드신 분의 말씀을 옛 이야기처럼 전해 듣지요. 한 겨울 문풍지 사이로 들어오는 北風寒雪의 위력을 말이지요. 흔히들 이렇게 말씀 하시더라구요. 방의 외풍은  사실 창호가 허술하기 때문이라구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걱정이 되더군요. 제가 본 한옥의 창호는 더 없이 아름다웠지만 서양의 각종 창호와 비교하면 보온과 방음 또 방범과 같은 기능적인 면에서 볼라치면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대청과 복도에 접한 창호를 샷시나 시스템 창호와 같이 현대적인 방법으로 처리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기로 한 것이지요.
지붕에 기와를 올리기 시작할 때 즈음 창호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시스템 창호를 알아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스템 창호는 모양은 둘째치고 그 기능 면에서도 한옥과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알아보니 시스템 창호는 반드시 고정 창이 하나 있어야 한다는군요. 말하자면 중심 축이 있어서 그것을 의지하고 나머지 문들이 개폐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리고 창의 겨우 반드시 안으로만 열리게 되어있습니다. 밖으론 절대로 열리 수 없답니다. 가격 또한 엄청났습니다. 상곡당 전면을 시스템으로 처리하는데만 대략 1000 여만원이 소요된다고 하더군요. 돈은 차라리 두번째 였습니다. 대청의 전면에 사시사철 움직일 수 없는 고정 문을 달다니요?  저로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샷시를 알아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샷시의 경우 현재 저희집 전면에 달아 놓은 문들처럼 생긴 모양에 소위 '래핑'이라는 작업을 통해 무늬목을 새겨 넣은 그럴듯한 샷시가 있더군요. 그 샘플을 대청에 대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떠냐고 물어도 사람들이 대답을 안 해요. 그저 웃기만 해요 그게 대답이었던 거지요. 사실 저도 싫었습니다. 정말 튀더라구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집 망칠 일 있냐구요. 그만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지요 애초 계획대로 추워도 그냥 폼잡고 살아야 겠다구요(헐!)

그 즈음 심용식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선생님은 저희 집에 대해서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잠시 딴 생각을 했었더랬지요. 선생님은 제게 물으셨습니다.  어던 모양의 창호를 생각하고 있느냐구요. 저는 가능하면 단순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창호라는 것이 한껏 모양을 내려면 끝도 없는 것이 잖아요. 그리고 그 어떤 것 보다도 사치스러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용(用)자 살이 가장 무난해 보였습니다.  심 선생님께서도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습니다. 조희환 선생님께서도 괜찮다고 하셨구요. 다만 살의 간격은 약간 씩 변화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창호의 방식은 여닫이를 기본으로 하고 (이렇게 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저희집의 창 크기가 생각한 만큼 충분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구조적으로 창의 크기를 마냥 키울 수는 없다는군요. 그래서 전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밀기' 보다는 '열어제치기'로 하였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구요, 대부분 그렇게 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2층에는 미닫이도 달았구요. 화장실이나 주방에는 들창을, 안방에는 세로로 긴 광창도 달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께 놀라운 사실 알려드릴께요. 글쎄, 저희집 창호에 끼운 유리가 모두 두겹인거 아세요? 창은 물론 2중 창입니다. 그런데 밖의 창에 끼운 유리가 두겹인거죠. 그리고 복도와 대청에 달아 놓은 문은 모두 16mm 페어 그래스를 끼웠어요.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창과 문들이 모두 손가락 하나만 대면 스르르 미끄러져 열린 말큼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여닫이 창의 경우 닫히는 면에 턱을 두어 바람이 들어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시작부터 차단하였습니다. 창호지는 사실 종이로 보이지만 아크릴이어서 거의 반 영구적이구요. 문고리며 장식에 들어가는 모든 쇠 장식은 최교준 선생님이 제작한 것이랍니다. 물론 장식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창호를 만들기 위한 목재는 수입 더글러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하였습니다. 그래야 뒤틀림이 없다고 하십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들어와 살기 전까지 보고 들은 우리 창호의 좋은 점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이제야 쓰기를 참 잘했다는 위안(^^;)이 든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살면서 직접 경험한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흔히들 우리 전통창호가 방음이 잘 안 될 것이라 생각하시지요? 사실 저도 살기 전 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씁니다. 방에서 문을 닫고 있으면 밖에서 생 쇼를 해도 몰라요. 방안에 있는 사람을 소리쳐 부르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뻥? 아닙니다.) 정말 방음 하나는 끝내줘요. 둘째 외풍에 관해선데요, 저희 집은 방에는 외풍이 전혀 없습니다. 거의 외풍을 완벽하게 차단했다고 봅니다. 다만 대청과 복도는 난방이 없으니 이곳을 지날 때 약간 서늘하지요. 그도 창호가 부실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난방이 안 되는 곳에서 느끼는 한기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나마도 이 집이 워낙 튼실하게 지은 집이라 그런지 거의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제가 우리 창호를 보면서 느낀 것은 한옥의 여러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개선을 확실히 한 대표적인 예라는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왜 우리 창호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개선 되었을거란 생각을 못 했을까요? 그건 아마도 제가 보고 들은 것이 그것 밖에 없어서 였을 겁니다. 이제껏 제가 보아온 창호들은 온통 옛 것들 뿐이었고 하루가 다르게 새것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서양에서 들어 온 것들 뿐이었습니다. TV를 켜면 정말 괜찮아 보이는 샷시며 시스템 창호가  얼마나 많은가요? 물론 그것들도 모양이나 기능에서 실제로 뛰어난 것들이겠지요. 다만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창호도 그에 못지 않은 기능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고 그저 값만 비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가격면에서 부담이 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제가 알아 보니 우리 창호의 값은 샷시와 시스템 창호의 중간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실제로 집을 질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거라 생각합니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전통창호를 집의 한 부분에만 적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안방의 분위기를 한실로 하면서 창호를 우리식으로 한다든가 들창이 들어가는부분만 전통식으로 한다든가 말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창은 집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부분보다도 창호에 많은 신경을 쓴는 것 을 많이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은 비용이 좀더 들더라도 창호부분에는 투자를 하는 편인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다른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 절약해서 이왕이면 우리 창호를 달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미 아파트의 창문에 전통창호를 응용한 예를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한옥의 분위기를 현대식 주거 공간 안에 조화시켜 보려는 노력의 한 가지겠지요 .그러나 공동주택의 경우 그러한 창으로 느끼는 한옥의 분위기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보이네요. 그러나 단독주택의 경우는 그 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신경쓰면 집의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상곡당의 경우에도 창호를 달고 나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이전 과는 또 다른 것이었습니다.  굳이 서양식 주택이라고 창호도 서양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조선식에 양식을 덤으로 얹으면 이상한데 양식에 우리 것을 곁들이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어요. 참 묘하죠? 이게 편견일까요? 넘들이 웃긴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느껴져요. 제가 가지고 있는 정서가 그런 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어쩔 수 없이 한옥에 살아야 할 팔자인가 봅니다.

아무튼 아는 것이 없어 이리 저리 헤매이던 저에게 이렇게 좋은 창호 달고 살게 해 주신 심용식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자랑 한 가지 더 하고 손 닫을 랍니다. 우리 창호가 서양의 그것과 비교해서 한 가지 더 갖고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 인가요? 서양의 문은 완전히 밖이 보이지 않거나 아니면 홀라당 다 보이는 문이 아닌가요? 물론 반투명 유리문이 있긴 하지만 왠지 유리문은 창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우리 문을 한 번 보세요 창호지가 발라진 문은 그대로가 예술입니다. 들여다 보이진 않지만 필요한 것은 다 들어옵니다. 문을 열지 않아도 빛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 옵니다. 정말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온화한 빛을 바라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 지고 따뜻해 오는 것을 느낍니다.
'말할 수 없는 부드러움', 이것이 우리네 창호가 갖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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