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04 09:01

양평일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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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지름 부족할 때 먹줄치기

2001년 6월 22일 금요일

오늘은 도착하니 1층 일부분에 서까래가 걸려 있었다.
일층으로 마감될 부분인 것이다.

다들 휘어진 평고대에 서까래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한다.
귀틀집이기는 해도 처마에 곡선이 들어간 것이다. 갈모산방을 사용하실지가 궁금해 여쭤보니 되도록 갈모산방은 사용하지 않고 곡을 만들 거라 하신다. 보통 기와집에 비해 곡이 그렇게 많진 않을거라 하신다.
귀틀집인 이유도 있지만, 일층의 방이나 대청에서 밖을 볼 때 서까래가 시선을 가려, 그것을 고려하다 보니 곡이 적어졌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이층부분은 물을 사용하는 욕실부분만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방에서는 방수처리를 하고 콘크리트는 사용하지 않을 거라 하신다.
위를 둘러 보고 아래로 내려온다.
일층 집안에 들어가 보니 이제 제법 집같은 기분이 난다. 아늑하니 편안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계속 흐리더니 결국에는 쏟아진다. 모두를 수업 못해서 어떡하냐고 하면서도 휴강을 싫어할 학생은 없는가 보다....^^


숙소 앞에 쳐진 천막 밑에 다들 모여 앉았다.
맑은 날에는 햇볕을 막아주던 것이 이젠 비를 막아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 준다.
다들 그래도 아쉬운가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순전히 집에 관련된 얘기들뿐이다. 방에 황토바닥 깔 때 마르면서 갈라지는 것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또 잘 굳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흙벽 칠 때 뭘 섞으면 좋은지, 수업중에 한 내용중 궁금했던 것 등등.
여러 가지 본드 이야기에서 짚까지 많은 재료들이 입에 오르내린다.

서서히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몇몇이 다시 낫을 들고 일어서고, 또 몇몇이 뒤따른다.

선생님께서 종도리로 쓸 나무들을 껍질부터 벗겨보라고 마련해 놓으셨단다.
껍질을 벗기는데, 한 분이 좀전에 비올 때 서로 토론하던 것을 물어보신다.

8각 잡는 방법을 한번 더 다들 이야기했는데, 깍일 부분에 먹줄을 놓을 때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셨다.
만약, 얻어야 될 목재의 지름이 8치인데, 어쩔 수 없이 한쪽이 지름이 7치8푼일 때, 즉, 지름이 모잘랄 때, 깍여 나갈 부분을 먹줄 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였다.
다들 의견이 분분했다. 그냥 그 정도의 오차는 묵인하고 나무에 바짝 대고 쳐도 된다.

아니다. 나무에서 모자라는 만큼을 띄워서 먹줄을 쳐야된다. 그러면 띄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나무 조각이라도 이용해냐 하느냐, 숙달된 목수라고 한다면 대강 손가락 같은 것을 이용해서 할 수 있지 않겠느냐...등등
질문을 들은 조희환 선생님은 안그래도 내가 오늘 그거 가르쳐 줄려고 했었다면서 무언가를 준비하신다.

네모나고 길쭉한 나무조각에 중심과 양끝점을 필요한 수치만큼 표시한다.
그리고 그 중심을 목재에 그어놓은 십반의 중심에 맞춰 못을 박아 고정시킨다.
그리고는 모자라는 부분에서는 그 나무조각에 표시된 위치에 먹줄을 고정시키고, 먹줄을 쳐준다.

우리들끼리 모여 앉아 이것저것 얘기했던 것 중에 정답이 있은 것이다.
어쩌면 모든 일들이 필요해지고 궁금해지면 자연스레 무언가가 나오게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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