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676 추천 수 4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정말 오랜만입니다. 모두들 안녕하시지요?(^^)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마지막 글을 올린지 벌써 두달이 지났네요. 건축과정이란 것이 그 진행상황을 적절한 때에 알리지 못하면 그만큼 현장감이 떨어지니 미안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동안 저희 집은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 그 덥던 여름을 나고 가을을 맞이한 집은 마지막 마무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여름 내내 고생하셨던 목수님들도 지난 주를 끝으로 철수하셨지요. 겉으로 보기에 이제 집은 창호만 달면 다 된것 같아 보입니다.

벽과 방바닥은 모두 진흙으로 마감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귀틀집은 나무와 나무사이의 마감을 진흙으로 합니다. 저희집도 그렇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진흙에 짚을 썰어 넣어 반죽하여 나무사이를 채웠습니다. 그 작업은 귀틀집 실습반 여러분과 목쉼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마지막 손질은 황토 몰타르라는 것과 시멘트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든 반죽으로 하였습니다. 물론 미장을 전문으로하시는 분들이 맡아 주셨지요. 사실 벽과 바닥을 마감하는 과정 역시 몹시 더운 여름에 걸쳐 있었습니다. 많이들 고생하셨지요. 흙이란 놈이 원래 무게가 나가는 것인데 그것이 물을 먹고 찰진 반죽으로 만들어지니 얼마나 무거웠겠어요. 그 무거운 것을 이고 지고 치고 때려서 벽에 바르는 작업은 보통 고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외람되게도 그 고된 작업도 잠깐씩 체험한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것이었나 봅니다. 고되긴 하지만 흙을 개고 주무르는 것이 느낌이 좋잖아요. 벽에 흙을 채우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기 벽에 누워 있는 소나무도 지금 내가 만지고 있는 흙이 키운 것이다.' '그 흙 사이에 섞여 있는 짚도 흙에서 나온 것이다.' '그 짚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을 때 품고 있었을 나락을 먹고 내가 산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 졌습니다. 사방에 흙물을 튀기고 진흙범벅이 되어 벽에 마주선 나는 흙과 다름 아니었습니다. 나를 키워 낸 어머니와 같은 흙과 어루러져 살게 된 이 기쁨을 무엇에 비할지요? 저는 어느새 맨발로 진흙반죽을 꾸욱 꾹 밟으며 그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희집에서 우선 사람이 자는 방들은 벽의 나무가 드러나지 않게 흙으로 모두 덮어 마감하였습니다. 도배를 하려구요. 방은 다른 공간들과 달리 어느정도 안정감을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밖에 대청이나 주방, 서재같은 곳들은 나무와 나무사이만 흙마감을 하여 나무가 그대로 드러나게 하였습니다. 그 상태 그대로가 최종마감이 된 것이지요. 그렇게 살다가 조금 지루해지면 흙부분을 한지로 도배를 해도 또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으며 흙마감한 곳이 부분적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또 방바닥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방바닥의 경우 시멘트로 마감하면 갈라질 일이 없는데 흙으로 해서 갈라진다네요. 그리고 요즘 구들 들인 방은 불을 자주 때는데 그럴 때마다 갈라진 틈 사이로 연기가 모락모락 나옵니다. 보완을 해 보았지만 여전히 갈라지네요. 흙의 특성이 마르면서 트는 것이잖아요. 아무튼 좀더 말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좋은 방법 알고 계신 분은 좀 가르쳐주세요. 마감이 끝난 집은 얼리서 보면 약간 트미해 보입니다.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흐릿한 것도 명쾌한 것도 아닌 약간 어정쩡한 느낌을 이렇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순전히 흙만으로 마감을 한 것이 아니라 색이 그렇게 나온 것 아닐까요? 그리고 너무 매끈하게 마무리 한 것 같아요. 저는 좀더 투박하고 거친 것이 좋은데 그렇게 하면 나중에 잔손질이 너무 많을 거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기위해 '맥질'이라는 것을 해 볼 작정입니다. 선생님께 여쭈어 보니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진흙을 물에 개어 하룻밤 재웠다 다음 날 물을 따라 내고 밑에 가라앉은 고운 앙금흙만 채취하여 찰조로 풀을 묽게 쑤어 그것을 흙과 함께 섞어 벽에 바르는 것이라는군요. 그러면 색도 곱고 방수도 되고 좋답니다. 나중에 그렇게 해 볼랍니다.

이제 눈에 보이는 흙벽과 바닥은 많이 말라 보입니다. 아마도 속까정 다 마르려면 좀더 지둘려야 겠지요. 흙이 전자파를 차단해 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멀쩡히 통화하다가 벽으로 다가가면 통화 감이 뚝 떨어지거나 끊어지니 말이에요.
참 신기하고도 고마운 것이 흙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껴 본 과정이었습니다.

(우)03131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6길 36, 905호 전화 : 02-741-7441 팩스 : 02-741-7451 이메일 : urihanok@hanmail.net, hanok@hanok.org
COPYRIGHT ⓒ2016 한옥문화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