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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에 함양으로 가는 길은 한가한 고속도로와 차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해님으로 무척이나 포근했습니다. 한옥문화원의 제4회 청소년 한옥교실은 제 개인으로는 제2회 용인 한국민속촌에 이어 두 번째 인솔교사로서 참여입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어려운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보다는 선 경험에 의한 여유로 포근하지 않았나 생각 듭니다.

풍물과 함께 열렬한 함양 개평마을 어르신들의 환영인사에 익숙하지 않은 어색함으로 어깨춤으로 답하지는 못했지만 따뜻해지는 마음은 전달됐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2박3일간의 한옥교실은 참가 아이들, 마을주민들과 지곡초등학교 아이들로 일두선생댁을 비롯한 잘 보존되어 있는 함양군 지곡면 개평문화마을에서 참가아이들의 미래의 꿈으로 영글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시각으로 본 한옥교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 2조 아이들과의 첫 만남부터 약간 혼돈이 왔습니다. 재작년 제2차 한옥교실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높은 수준에 무척 놀랐던 저였기에 이번에는 이런 아이들에게 더욱 자극을 줄 수 있도록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신청해 놓고, 가라고 해서 왔어요.”
“상의도 없이?”
“제 의견은 물어보지 않아요.”

부모님의 한옥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픈 것이 참가동기였고 우리조 아이들의 한옥에 대한 사전지식은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전체 일정은 한옥에 대한 체험과 강의로 이루어져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질 높은 지식을 전달하는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따라다니기만 한다면? 생각을 지속해서 창조적으로하지 않는다면? 부모님들만의 관심으로 마무리될 위험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조별활동과 조별발표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인솔교사의 책임감을 실감했습니다.

"부경 있던 집에 한번 더 가서 우리 얘기 좀 해볼까?"
"먼저번에 가 봤는데 왜 또가요?"

"한옥모형조립 우리조끼리만 한번 더 해보자."
"했던걸 왜 또해요?"

뭔가 할려고 하면 일단 귀찮아 했지만
“우리조의 과제 “한옥에 담겨있는 과학성”에 대해 각자 찾아내고 그 찾아낸 것을 종이에 표현하여 발표까지 스스로 해야된다.“
강수를 썼습니다.

처음에 못한다고 야단이었습니다.
오래 가진 않았습니다. 역시 중학생 형 명섭이가 구체적인 과학성을 스케치 하진 못했지만 처마이야기를 꺼내 바로 태양과 한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 전개로 이어졌습니다. 또 초등학생들은 나의 작은 힌트를 가지고 바로 자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이때 아이들의 그 눈빛을 난 놓치지 않고 봤습니다. 정말 재미있어 했습니다.

이어서 종이에 각자의 개성대로 표현해 나갈 때 그 진지함.
종호는 제목부터 색깔에 변화를 주고 괄호안에 영어까지 넣었습니다. 경도는 1시간을 꼼짝않고 그림 그리고 깨알같이 설명글을 써 넣었습니다. 설명글을 좀 압축할 필요가 있겠다는 나의 제안에 끝까지 자기 스타일을 고집했습니다. 진우의 정말 많은 질문에 난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들어올리는 문을 처음부터 직접 그려서 생생한 초등 5학년생의 표현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지곡초등 5학년 연준이는 산만한 행동에 걱정이 되었지만 같은 조 아이들의 진지한 분위기에 바로 적응하면서 추상화 같은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마지막날 일두고택 사랑채에서 있었던 조별 발표회는 참 행복했습니다. 처음에 발표도 못하겠다고 빼던 아이들이었습니다. 다른조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에 바로 용기를 가지고 덤비었습니다. 처음부터 스스로 준비했던 것을 발표하는 것이라 살아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예리한 관찰에 놀라고 눈이 동그래지는 그림실력에 모두들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한옥문화원의 청소년 한옥교실이 새 생명을 얻었구나 라고 과장된 말까지 하고 싶습니다.

2년전 2차 청소년 한옥교실에서 한옥에 대해 수준 높았던 아이들을 대하면서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줄 것인가라고 고민했다면 이번 4차 청소년 한옥교실의 아이들을 대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옥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 낼 것인가로 고민했습니다.

다른 모든 시간이 다 좋았지만 저는 특히 조별과제풀이와 발표를 통하여 이번 고민이 다소 풀렸다고 자평해 봅니다. 아이들의 가슴에 스스로 고민했던 문제가 오래 오래 남아서 때가오면 잠재의식으로 흘러나올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한 두번의 시도로 끝내지 않고 끝없이 이어나가는 한옥문화원의 아이들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개평마을 어르신들과 자원봉사 인솔교사들, 특히 참가한 아이들과 어머니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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