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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교수가가 쓴 현대 한국불교 건축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 내용은 지금도 불교건축이 고답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독교의 건축은 새롭고 획기적인 건축을 내놓지만 불교건축은 그렇기 못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래 전부터 나의 고민이자 우리 건축계의 고민이기도 한 문제인 '전통' 그리고 그 '표현의 한계'라는 명제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우리가 말하는 늘 '전통'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이라는 단어를 의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천천히 변화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사회가 급격히 변화되면서 전통 보전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변화하지 않는 전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을 고수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통'이라는 단어를 다시 들여 보면 그 안에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본능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따라서 전통이 쉽게 변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는 힘들다. 그간 많은 전통에 관련된 글을 볼 때마다 우리는 '새로움에 대한 추구'와 '지키고자하는 본능'과의 갈등 속에서 늘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을 깊게 느끼고 있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항상 건축을 하는 우리는 늘 고민하고 갈등하게 된다. 내가 본 글에서 스님은 건축가에게 새로운 것을 주문했으나 건축가가 만든 안이 너무 현대적이어서 거부하였다고 한다. 즉 스님이 요구한 '새로움'과 건축가가 생각하는 '새로움'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둘간의 간극은 결코 하나로 될 수 없는 것임을 발견한 것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스님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건축가가 틀린 것일까. 누가 옳다고 하는 정답은 없다. 다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렇게 갈등을 하는 상황에서도 분명 변화는 있다. 눈에 띄는 큰 변화만이 변화가 아니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변화도 변화이다.

젊은 스님은 작지만 과거와는 다른 건축을 요구하였으나 건축가가 못 알아차렸을 뿐이다. 경험이 많은 건축가라면 우선 그가 요구하는 변화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니었을까. 나도 가끔 이러한 실수를 하여 왔다. 건축주가 요구한 사항을 나름대로 확대해석하여 설계를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경험과 지식수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말을 놓고도 서로가 오해를 하는 것이다. 건축가가 설계를 할 때 제일 중요한 점은 바로 건축주가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것이다.

제가 읽은 글에서의 건축가는 그 것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풀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스님의 의중을 알았다면 그러한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고 작은 변화 속에서 더 큰 변화를 모색하는 작업에 매진하였을 것이다. 나는 작은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큰 변화는 작은 변화의 집합일 뿐이다. 그 변화가 모이면 어느 순간 문득 우리가 변화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늘 보아오던 것이 새롭게 보이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결과이다.

그 글에서 "우리 불교계의 보수성이 불교건축의 변화를 막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기독교는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내는데 불교는 왜 못 만들어내는가" 질책하였다. 이 글을 보고 불교와 기독교가 성장해온 문화의 배경이 다른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종교 또는 오래 전에 들어와 자리 잡은 종교가 아니고 100년 전부터 새롭게 시작된 종교이다. 그리고 그 뿌리를 서구에 두고 있다. 또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건축은 서구의 건축이다. 그러므로 서구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기독교와 건축은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성직자들이 서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서구사조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불교는 그와 다르다. 지금의 건축과는 전혀 다른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건축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직은 우리는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 새로운 분위기에 익숙하여 지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즉 새로운 문화가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불교건축의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을 '시대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 만큼 건축은 그 시대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기와지붕의 절을 선호하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과거에서 찾기 때문이다.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노스님들이 입적하시고 젊은 스님들이 새 주지로 올라올 때쯤 되면 우리의 불교건축도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글에서 "건축도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옛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대로 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건축이다. 이렇게 옛 분위기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면 과거의 전통(?)을 현재 구미에 맞도록 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 또한 건축가의 의무가 아닐까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그간 찾지 못하였던 전통의 새로운 미학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불교건축이 완성되는 시기는 건축가들의 불교에 대한 공부와 우리 건축에 대한 공부가 석불사 수준이 되는 날일 것이다.

나는 건축가들이 서양의 건축을 무조건 한국불교에 이입하려고 하는 것은 반대한다. 지금 많은 건축의 서양 건축의 틀 안에서 지어지고 있다고 하여 그 것이 절대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간 우리나라의 건축가는 한국의 고유한 자양분을 찾는데 소홀히 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고 하여 모든 문화현상을 그 곳에 수렴하려 한다. 앞서 이야기한 건축가가 새로운 사조를 불교에 도입하려고 했던 것도 그러한 관점에서 본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한발 뒤로 물러서 그간 무작정 받아들이기 급급하였던 서구건축을 다시 돌아보고, 우리 전통건축의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하여 더 적극적으로 우리 건축에 다가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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