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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이 생활양식을 바꿔놓기 시작했던 90년대 중반, 주거지에 대한 관점도 변화를 보였다.
사회전반에서 효율성과 편리성을 최선의 가치로 인식돼왔고 그러한 가치관에 따라
전국에는 아파트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무수히 세워졌다.
그래서 한국은 ‘아파트공화국’이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다.
현재 아파트 연립·다세대·다가구 등 공동주택에서 사는 국민이 65%나 된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던 아파트, 호화 빌라에 대한 선호도가
아파트공화국이 한창 그 전성기에 들어설 무렵에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건 좀 의아스럽기도 하다.

살아보니 아파트가 그렇게 편리한 것만은 아니었고, 효율성을 누리는 것에 비례해
더 소중한 내적인 가치를 포기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또 조상대대로 수천 년을 살아온 한옥에서 살아야 제격이라는 본능적 인식을
실천할 만한 경제적 여유, 정신적 여유가 생겨서인지도 모른다.

◇북촌에 몰리는 인파, 한옥 인기도 입증

한옥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의 북촌이다.
북촌은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밀집지역이다. 종로구 삼청동, 팔판동, 사간동, 가회동,
계동, 재동, 안국동, 송현동, 소격동, 원서동 일대를 지칭하는 북촌에는
현재 1200여 동의 한옥이 남아있다.

인구 1000만 명이 사는 고밀도 도시의 한복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호젓한 골목길들이
방문객들을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주말과 휴일에는 물론이고, 평일에도 이곳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반반 정도인데 특히 일본인 중국인들이 단체로 많이 찾는다.
특히 노년층보다는 20~30대 젊은이들이 많다.
북촌 한옥 마을은 이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애용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북촌 마을 골목에서 만난 정원식(45·싱크코리아 해외사업부 사장·광진구 거주)씨는
“사무실이 광화문 부근에 있어서 가끔 시간이 나면 삼청동이나 가회동 한옥마을 코스를 산책한다”며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왠지 편안하게 해준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외국에서 사업관계로 방한하는 손님들에게 북촌마을 탐방을 권하고
함께 오기도 한다며, “우리 전통 주거문화를 보여주고 체험까지 해 볼 수 있는 곳이
도심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어 자랑스럽고, 편리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진을 좋아해 전통 한옥마을의 모습을 찍기 위해 자주 온다는 윤보람(32·회사원)씨는
“보면 볼수록 한옥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며
“실제 살아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파트와 비교하면 훨씬 정감이 담겨있다.
크던 작던 마당이라는 공간이 있고 하늘을 볼 수 있어 살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계동 중앙고등학교 앞 계동길에서 20여 년째 살고 있는 주민 박영기씨는
“90년대 초에만 해도 마을 주민 외에 외부인들은 거의 보기 어려웠는데,
10여 년 전부터 구경삼아 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요즘엔 토·일요일 같은 날은 수천 명씩 몰려온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다 보니 마을 사람들 가운데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소음과 프라이버시침해 문제 등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우리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또 그런 마을에 산다는데 대해
주민들의 자부심은 높다고 한다.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북촌 마을 탐방이 인사동 거리와 함께 한국 관광의 필수코스화 했기 때문에
많이 눈에 띄는 게 당연하겠지만 내국인들이 그에 못지않게 북촌마을을 찾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옥 활용의 진화, 한옥도서관 부쩍 증가

북촌마을이 한옥 관광지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 동네에 있던 세탁소 철물점 선술집 구멍가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명품 옷가게, 카페, 양식당, 찻집 등이 들어섰다.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들도 많이 생겼고, 한복 전문가들과 문화재급 장인들이
각종 공방을 차려 전통 가옥과 잘 어울리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갤러리(화랑)는 인사동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인사동이 전통의 거리로 명성을 얻고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으로 위상이 바뀌자
이곳에는 먼저 이들을 타깃으로 한 음식점, 카페, 액세서리점들도 번창했다.

이에 따라 임대료가 급상승하자 그림을 팔아서는 비싼 임대료를 내기 힘들게 된 화랑들이
삼청동으로 옮겨갔다. 이곳도 유흥 음식료 점포가 급증하면서 임대료가 비싸지자
인사동 화랑 주인들은 또 다시 삼청동의 대안으로 가회동을 떠올렸다.
이젠 인사동 화랑가가 가회동 방면으로 위치 이동을 하고 있는 추세가 확연하다.

한옥의 쓰임새가 주거용에 머물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북촌마을의 한옥 용도도 자꾸 진화하고 있다.
안국역 사거리에서 감사원으로 올라가는 가회동길에는
한옥의 뼈대와 구조를 그대로 두고 내부를 깔끔하게 개조한 사진관과 치과병원도 있어
행인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한옥의 용도는 더욱 다양해져 한옥으로 지은 도서관들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개봉동에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이 개관했다.
이 도서관에는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책을 보는 좌식열람실이 갖춰져
전통 한옥 양식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다.
이곳엔 한옥 체험관도 만들어 지역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뉴시스 5월15일자 보도)

한옥도서관의 원조는 전남 순천이다. 순천시는 지난 2008년 1월 폐업한 한정식집을 사들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옥도서관을 건립한 것이다.
이곳에는 문화예술분야 장서 17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1년에 총 1만2000여 명이 이용했다고 한다.

이 한옥글방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60여 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찾아
노하우를 배워가기도 했다. 앞으로 전국에 한옥도서관들이 많이 생길 것임을 짐작케 한다.

한옥을 아파트 단지처럼 대규모 집단 주거시설화한 주택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경주에 이미 관광엑스포 때 한옥 숙박시설(여관)을 건설해 현재 성업 중이다.
외국관광객들이 묵어가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동률이 90%대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수엑스포 집행위에서도 한옥 주거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국제 행사용이나 숙박시설이 아닌 주거단지도 곧 등장할 것이 확실시 된다.
서울 근교 5만평 부지에 60채(건폐율 13%대) 정도의 한옥 단지를 지어
분양할 계획을 갖고 있는 건설사도 있다.

◇한옥 붐 확산, 주거문화의 혁명적 변화 몰고 올 듯

10여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한옥에 대한 선호 현상이 일반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이러한 민간의 취향변화 흐름을 짚어내고
한옥의 보존과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아가 한옥 문화를 확산시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한옥 붐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서울시는 북촌과 인사동 운현궁 일대,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 앞 종묘 서측 담을 따라
밀집돼 있는 한옥 집합지역, 경복궁 서편 인왕산 아래 한옥 밀집지역 등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하고 각종 지원을 해주고 있다.

서울시 한옥문화과 공영권 주무관은 “면적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옥을 개보수할 때 무상 6000만원, 융자 4000만원 등 모두 1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요즘의 한옥 붐을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주거문화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거대한 흐름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90년대 후반 이후 10여 년 동안은 아파트라는 집단 주거양식에 싫증을 느꼈거나,
복고적 취향을 가진 좀 특이한 개인들이 취미 차원에서 한옥을 찾았던 것으로 봤지만
지금의 한옥 붐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축가 김상경(전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씨는 “한옥 선호 현상은 과거에 단독주택을 버리고
아파트로 옮겨가기 위해 분양현장에 줄을 서던 양상과 같은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일부의 특별한 성향으로만 보면 모처럼 찾아온 주거문화 혁명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행정기관이 모여 적절한 대책을 논의하고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건설회사 임원은 “아파트는 요즘 분양이 잘 안 된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의 수요가
상당 부분 한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인 김선유씨는 요즘의 한옥 붐에 대해 “사람들은 아파트가 제공하는 편리성이라는 게
별것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편리함을 누리는 만큼 빼앗겨야 할 것도 더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전통 주거양식이 그래도 우리 몸에 맞고 우리 정서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이다”고 그 이유를 진단했다.



출처: 뉴시스아이즈 제228호(5월 30일자) 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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