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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 : 2010. 3. 24 ~ 4. 6
전시 장소 : 토포하우스  2층, 문의 02-734-7555 ,738-7555

●전시내용

자연을 닮은 집, 한옥
한옥의 미학은 비움과 채움에서 비롯된다. 한옥은 남김 없이 자신을 비우고, 낮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섬기며, 자연을 기꺼이 집 안으로 맞아들인다. 자연은 한옥 안에서 가구가 되고 풍경이 된다. 자연과 함께할 때, 한옥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한옥을 통해 본 자연의 풍경이 그토록 조화롭고 아름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제 잘난 맛에 취해 제 모양을 뻐기고 주변을 배척하기보다 넉넉한 품에 안아 보듬고 다스릴 줄 안 선조들의 정신이, 오랫동안 켜켜이 내려앉은 시간의 숨결이 능수버들 같은 처마에, 튼실한 서까래 기둥에, 나지막한 댓돌에 굽이굽이 서린 때문이다. 그래서 한옥은, 늘 열려 있다. 비어 있기에 열려 있고, 열려 있기에 언제든 채워질 준비가 되어 있다.

동그란 렌즈 속 사각 풍경
사진은 원과 사각의 이중주다. 동그란 렌즈로 담아낸 풍경은 언제나 사각이다. 사각의 앵글은 늘 열려 있다. 사진가는 이 사각의 앵글에 자신의 마음을, 시선을 새겨 넣는다.
언젠가부터 사진가 이동춘은 이 사각의 앵글 속에 한옥의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비어 있던 사각 앵글은 자연을 닮은, 그래서 꽃처럼 아름다운 한옥으로 가득 채워졌다. 한옥이 품은 비움과 채움의 미학은 그의 사진을 통해 이슬 머금은 봄 꽃처럼 영롱하다. 서늘한 여름 바람처럼 찬연하고, 높푸른 가을 하늘처럼 거리낌 없으며, 소복이 내려앉은 함박눈처럼 아늑하다.
그의 사진 속 한옥은 비움과 채움, 감춤과 드러냄을 반복한다. 우리 문화의 정수를 품고, 우리 자연의 멋스러움을 품고, 오래 묵은 시간의 숨결을 품어낸다. 한옥은 그의 사각 앵글 속에서 무한히 편안하고 자유롭다.

古宅, 시간의 기록
이렇게 우리 삶 속에서 2,000여 년을 머물러온 한옥은, 우리 의식주 문화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한옥에서 봄이면 문설주와 대문에 춘방(春榜)을 붙여 복을 좇고, 여름이면 길쌈으로 가족들의 의복을 건수하고, 늦가을이면 겨우내 먹을 젓갈이며 장아찌, 김장을 담아 장독을 가득 채우고, 겨울이면 추위를 견딜 땔감을 넉넉히 준비했다. 자연을 닮아 더 없이 아늑하고 편안했던 한옥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춥고 불편한 곳, 살기 힘든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한옥을 대신하는 동안, 우리 고유의 생활 문화 역시 우리 곁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사진가 이동춘은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우리 반 애들 절반은 한옥에 살았다. 하지만 이젠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파트에 산다. 대청마루에 상을 펴고 앉아 공부를 하던 옛 풍경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우리 문화가 이렇게 스러지는 것이, 특히 우리 고유의 건축미학이 고스란히 담긴 한옥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이 속상하고 애달팠다. 더 늦기 전에 한옥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해남, 강진, 안동, 경주, 보은, 강릉, 북촌 등 한옥의 정취가 살아 있는 지역의 古宅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마음을 열다
하지만 고택 촬영은 쉽지 않았다. 한옥에서 살고 있는 분들 대부분이 외부인에게 폐쇄적이고 배타적이었기 때문이다. 촬영을 위해선 그 분들의 마음을 열고 대문을 열어야만 했다. 무작정 古宅에 찾아가 청소를 하고 방앗간에 가서 쌀을 빻아 떡을 만들어 돌리기를 여러 날. 마을 분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저녁 밥도 차려주고 이부자리도 펴주었다. 한 마을에서 문을 열어 주니 다음 마을의 문도 자연스레 열렸다.
그렇게 열린 문 안에서 이동춘은 문설주와 기둥을 찍고 우물 마루와 대청 마루를 찍고, 처마와 지붕도 찍었다. 매화와 산수유 흐드러진 봄 풍경도 찍고, 해사한 여름 풍경을 배경으로 멋들어진 우리 차 문화도 앵글 속에 담아냈다. 가을 단풍, 겨울 눈꽃이 핀 한옥도 무시로 촬영했다.
한 해 두 해 더해 가면서 한옥의 풍경은 춘하추동, 다른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이동춘은 그렇게 한옥에서 마음을 비우고 카메라 앵글 가득 자연을 채워 넣었다. 한옥이 스스로를 열고 비우고, 그 자리에 자연을, 문화를, 그리고 삶을 채워 넣은 것처럼.

●사진가 이동춘은
1961년 태어나 1982년 신구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충무로에서 광고 사진스튜디오에 입사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은 그는 1987년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디자인하우스) 사진부로 옮겨, 10년을 머물며 여행, 리빙, 푸드 등 다양한 분야의 사진을 찍었다. 1996년 퇴사한 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행복이 가득한 집>, <스타일 H> 아시아나항공 기내지 <아시아나> 등 월간지와 렉서스, 코리아나, 대우건설 사보 등에 기고하고 있다. 2008년부터 한림성심대학교 관광외식조리학과 사진연출수업 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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