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때아닌 봄눈 소식이 자주 찾아옵니다.
새로운 계절의 시작과 함께 한옥문화인회 탐방을 이어가려 합니다.
빈 집이란 더 이상 집이 아니라는 어느 건축가의 말처럼, 집이 집다우려면 그 속에 사람과 사람이 꾸려나가는 삶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결국 집에 대한 탐구는 집의 구조적 특성은 물론 집이 담고 있는 생활, 즉 삶터로서의 집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옥문화인회는 현재 후손들이 살고 있거나 관리되고 있는 여러 지역의 살림집을 찾아가 그들의 집에 대한 철학을 직접 듣고자합니다. 또한 선조대로부터 이어져온 생활문화와 이를 반영하는 그 집만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올해 첫 탐방지로 의정부에 있는 서계 박세당 선생의 고택을 찾아가 이러한 집 탐구의 즐거움을 누리려 합니다.
서계 선생 고택은 현재 11대 종손 박찬호(85)옹과 12대 박용우(55)씨와 며느리 김인순(53)씨, 그리고 손자들까지 삼대가 살고 있는 반남박씨 종택입니다. 본래 안채, 안사랑, 바깥사랑, 행랑채가 일곽을 이루었다고 하나, 6.25 전란으로 대부분이 소실되고, 당시 서계 선생이 기거하며 저술활동을 하였던 사랑채 건물만이 남아 있습니다. 서향을 한 사랑채를 통해 조선 후기 실학자의 소박하고 실용적인 생활문화를 바탕에 둔 살림집의 조영의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남양주에 있는 궁집은 당대 최고의 장인들의 솜씨가 깃든 옹주의 살림집이라는 점에서 좋은 탐구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 인근에는 현 궁집의 소유주인 권옥연 화백과 무대예술가인 이병복 선생이 지방에 있던 여러 채의 살림집을 옮겨와 작업공간이자 박물관으로 관리하고 있어 다양한 지역의 살림집을 한자리에서 비교, 탐구할 수 있는 자리도 될 것입니다.
2010년 첫 한옥문화인회에 많은 분들이 함께하셔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