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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01129/32926923/1

인천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 ‘바히네 동산’에 지어진 한옥 살림집 학사재.
전통 건축양식을 철저히 지켰지만 내실은 현대생활에 적합하도록 꾸몄다.
건축주 김영훈 씨의 형인 김영덕 씨가 이곳에 살면서 분기별로 집을 공개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그대 닮았어라/그대 마음을 닮았어라/그대 우리 조상의 뚝심을 닮았어라/바히네동산은 온유한 사랑으로 빚어졌다/오랜 시간 가꾸고 만들어 영원히 남을 유산을 만들었다.’

인천 강화도 염하강 줄기가 내려다보이는 ‘바히네 동산’을 노래한 시다. 국방유적지인 덕진진과 이어지는 이 동산에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한옥 살림집과 자연친화적인 연못, 꽃길이 조성돼 있다.

○ 명장의 혼이 깃든 한옥
덕진진 서쪽 산기슭 5만 m²에 들어선 ‘학사재(學思齋)’(인천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재미 사업가 김영훈 씨(55)가 거액을 들여 전통 건축기법으로 지은 한옥. 26일 이곳에서 백제문화와 관련된 역사강좌와 시낭송, 다도 시연이 진행됐다. 시인 노희정 씨(49)는 이곳의 자연정취와 한옥에 반해 ‘바히네 동산을 위한 연가’라는 시를 지어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직접 낭송하고 있다. 바히는 바위의 옛말로 건축주 김 씨가 어릴 적 불리던 이름이다.

2002년 5월 완공된 학사재는 한옥 전문가를 양성하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문화원이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 국내 최고의 대목장 신영훈 씨(75)와 도편수 조희환 씨(2002년 작고 당시 58세)가 건축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한옥 답사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신 씨는 영국 대영박물관의 한옥 사랑방, 프랑스 파리에 있는 이응노 화백(1904∼1989)의 한옥집 고암서방, 안동 하회마을의 심원정사 등 3000채가 넘는 목조 건축물을 지었다. 조 씨는 궁궐과 한옥 건축에 관해 당대 최고의 실력가로 인정받았다. 학사재를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다.


○ 고급 건축문화의 시금석

바히네 동산에는 안채, 사랑채, 대문채 등 한옥 3동으로 구성된 학사재와 콘크리트가 혼합된 3층 높이의 퓨전 한옥 ‘마름복판’이 꾸며져 있다. ‘옷감을 자르는 장소’라는 우리말인 마름복판은 김 씨가 운영하는 의류제조업체 이름이기도 하다.

학사재 앞마당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골짜기를 따라 야생화 꽃길, 연못이 조성돼 있어 20∼30분 산책할 수 있다. 골짜기 이름은 ‘선비골’. 이 선비골에 붓꽃, 철쭉, 개미취, 구절초, 쑥부쟁이 등 여러 종의 야생화가 철따라 피어나고 있다. 요즘 노란 들국화인 감국이 만발해 있다.

돌단풍, 소나무숲 속에 자연석 돌길이 깔려 있다. 덕진진 성문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면 커다란 연못 세 개와 마주친다. 민물 연못 2곳, 바닷물 연못 1곳으로 꾸며져 있어 해오라기, 왜가리, 물총새 등 다양한 종류의 새가 날아든다. 연못 3개는 선도 고유정신인 천(天) 지(地) 인(人)을 표현하고 있다.

한옥문화원 장명희 원장은 “학사재는 전통 건축기법에 충실히 따라 지어졌지만 부엌, 화장실은 현대 생활에 어울리는 격조 높은 설계로 이뤄졌다”며 “고급 건축문화를 구현하려는 정신과 정성이 곳곳에 배어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문화의 체험장

학사재에는 외국인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주한 외교사절단이 오는가 하면 대사, 사업가, 강사 등 한국에 사는 각계 인사 600여 명을 회원으로 한 ‘왕립아시아학회’가 매년 봄, 가을 20∼30명씩 이끌고 이곳을 탐방하고 있다. 김 씨의 회사 직원들도 가끔 로스앤젤레스에서 방문해 연수를 하기도 한다.

이곳에는 건축주 김 씨의 형 김영덕 씨(80·서강대 명예교수)가 살고 있다. 물리학 교수인 김영덕 씨는 학사재에 정착한 이후 백제 역사 공부에 심취해 2008년 ‘왜나라와 백제’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3년 전부터 3, 6, 9, 11월 마지막 토요일마다 마름복판 1층에서 세미나를 열고 시민들에게 학사재를 개방하고 있다. 26일 세미나에선 그가 학회에 발표한 글을 토대로 1시간가량 강의했다. 또 한국차문화협회 이귀례 이사장(81·인천시무형문화재 11호 규방다례기능보유자)의 다도강연과 차 시음이 곁들여졌다. 이 이사장도 학사재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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