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위기(조선일보)

by 운영자 posted Jun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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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훈 (일사일언)

틈만 나면 시골에 있는 옛날 한옥들을 찾아다닌다. 벌써 한 30년이 흘렀고 그럭저럭 전국에서 수천 채의 한옥을 보았다. 때로는 전에 들렀던 집을 다시 찾기도 한다. 멋진 집들이 허다하다.

그러나 그새 사라져 없는 수도 있고, 허물어져 가는 경우도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존하는 집은 명맥이 유지되지만 그렇지 않은 기와집들은 허울만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다들 떠나고 난 뒤의 커다란 기와집에는 노인들만 계신다. 젊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가꾸어야 할 규모 큰 집은 노인들에겐 오히려 부담이 될 뿐이다. 빈집에 주인이 아닌 남이 살고 있기도 하다. 비가 새도 발만 구를 뿐 대책이 없다.

기와를 고쳐 이고 싶어도 마음뿐, 기와를 구할 길이 없다. 할 수 없이 행랑채 기와 벗겨다 안채를 잇는다. 행랑채는 기와를 벗은 채로 방치된다. 즉각 운명이 다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실정이 이렇다.

시골의 기와집이 초가들처럼 자취를 감추고 나면 다신 한옥을 보기 어렵게 된다. 국가의 능력에 한도가 있다면 위기에 처한 한옥 구제에 우리들 일반인이라도 나서야겠다는 마음이다. 한옥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하소연하고 싶다. 시골의 기와집 살리기 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고향에 기와 한 장이라도 보내주자. 이는 기술자의 품삯도 함께 부담하면 더 바랄게 없다. 올 장마 오기 전에 지붕을 이어 비를 막게 한다면 그 집은 당장 무너질 지경에서 벗어난다.

수명이 연장된 집에서 보답으로 도시의 아이들을 며칠 묵게 한다면 한층 좋을 게다. 왕래가 생기면 애착심이 생기고, 그러면 한옥은 되살아난다. 이는 작은 일이지만 후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을 지키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발행일 : 1993.01.28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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