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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문화대학 제17기 강좌
• 강릉 - 속초 관청-양반가등 탐방
• 칠사당 기강과 요즘개혁 연결도

조선일보 역사문화대학 제17기 강좌가 지난 20, 21일 강원도 강릉과 속초에서 열렸다. 고려-조선시대의 양반가, 관청, 사찰 건축의 특징을 현장에서 공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강좌에는 1백20여명이 수강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건축의 선의 아름다움에 놀라면서 요즘의 개혁물결을 선비정신을 반영한 건축물과 대비시켜 해석하기도 했다.

20일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한 일행은 이날 강릉의 칠사당 객사문 오죽헌 선교장을 차례로 찾았다. 첫 방문지는 강릉시청 옆에 있는 칠사당. 조선시대의 지방관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지은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1632년과 1726년 두 차례 중수했으며, 1824년  이후 왕조가 끝날 때까지 칠사(호구를 늘리고, 농상을 진흥시키며, 학문을 장려하는 등 7가지 국사)를 집행한 곳이다.

"이곳에는 한때 중앙의 금부 관리를 지낸 감사가 부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별도로 호두각(일반 대청보다 높게 만든 누각)을 지어놓은 것이 그 증거입니다. 죄인을 엄하게 다루려면 감사가 높은 곳에서 문초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거든요. 요즘 정부의 사정이 세간의 화제인데 우리 선조들의 추상같은 기강을 본받아야겠지요. " 건축사학자이자 문화재 전문위원인 신영훈씨(58)의 설명이다. 역사문화대학에 참석한 나이든 학생들은 진지하게 그의 말을 경청, 필기하면서 조선시대 지방관서 건물을 찬찬히 감상했다.

이어 찾은 곳은 국보 제51호인 객사문. 왕명을 받은 중앙관리가 머물던 곳이다. 현재 임영관 이란 현판이 붙은 문루만 남아 있고 건물은 자취를 감추었다. 고려 태조 때인 936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곳은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고려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몇 안 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나무기둥을 잘 살펴보십시오.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요? 한국 산이기에 저처럼 생명력이 강한 것입니다. 한때 이 건축물을 고치면서 기둥 하나를 미국산 미송으로 갈아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10년이 채 안 돼 갈라지는 등 적응 을 못하더군요. 곧 우리 소나무로 바꾸었죠. 건축은 그 나라의 숨결과 같은 것입니다. 그냥 우리가 스쳐 지나치는 건축물 하나하나가 다 조상들의 슬기와 우리의 생활문화 지혜가 스며든 작품인 것입니다. "

수강생들은 임영관 이란 현판을 공민왕이 썼다는 설명에 다시 한 번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보내며,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죽이 빽빽이 들어선 곳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 오죽헌.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은 수강생들은 율곡이 보여준 오죽의 선비정신을, 개혁바람에 겁을 먹고 있는 일부 공무원들이 본받아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율곡이 태어난 몽룡실의 띠살 창호를 구경하던 수강생들은 "삼국시대를 다루었던 tv드라마에 띠살 창호를 한 가옥이 등장한 것은 고증잘못"이란 강사 신씨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기도 했다. 수강생들은 이어 중요 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되어 있는 조선시대 상류주택인 선교장을 둘러보고 첫날 프로그램을 마쳤다.

둘째 날인 21일에는 속초시 설악동에 위치한 신흥사와 양양군의 낙산사 등 절 두 곳을 방문했다. 수강생들은 자장율사가 창건한 신흥사에서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4호인 극락보전의 아름다운 단청과 측면에 조각된 귀면상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낙산사에 들러서는 사찰의 동종, 칠층석탑 등을 감상했다.

이틀간의 현장강좌는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둘러보는 강행군이었지만 수강생들의 자세는 자못 진지하기만 했다. 조선일보 역사문화대학에 거의 매번 참가했다는 주부 림재영씨(35 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강좌의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좀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발행일 : 1993.05.25   기고자 : 진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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