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의 왜식석등(조선일보)

by 운영자 posted Jul 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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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훈(일사일언)

전북 진안은 말 귀처럼 생긴 암수 두 봉우리가 우뚝 솟은 산이 있어 유명하다. 마이산이라 부른다.

암봉우리 남쪽기슭에 작고 알맞은 자연석만 골라 원추형으로 치켜 쌓은 탑들이 웅긋하고 쭝긋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갑용(1860~1957)처사가 민족의 정기를 북돋기 위하여 완성한 탑이라 한다.

마이산에 비가 내리면 앞의 빗물은 금강, 뒤편 물은 섬진강으로 흘러든다. 금강은 영동-신탄진-공주-부여로 한바퀴 돌아 서해로 빠지고 섬진강은 임실-구례-하동으로 해서 남해로 들어간다. 두 물줄기가 거대한 s자를 형성한다. 이를 수태극이라 한다는데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또한 산태극을 이룬다고 한다. 그 중심축이 마이산인데 그것이 음양의 암수 두 봉우리이어서 산하의 정기가 여기에 모였다는 해석이다. 뜻이 큰 도인들이 여기에서 민족의 근기를 배양할 목적으로 큰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탑이 그런 결과라 한다.

탑이 들어선 탑사는 유현한 골짜기에 있고 신비한 탑들이 있어 장중한 분위기인데 누군가 그것을 흐트러 놓고말았다. 하얀 화강암을 다듬어 미륵불과 석등을 세웠다. 천연 속에 뛰어든 조악한 인공인데 미륵불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앞에 선 석등이 왜식이라는데 놀라움이 있다.

신사, 묘, 마당에나 세울 그런 왜등이 민족정기를 배양한다는 도량에 들어와 섰다는 일이 문젯거리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길까. 왜석등인지 모르고 세웠다면 그도 큰일이다. 우리들 상식과 안목의 수준이 그정도라 실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것을 너무 모르는 것같다. 교육 탓인가. 어째야 할까.

마이산 암수 봉우리 위엔 아직도 하얀 구름이 두둥실 멤돌고 있을 것이다. <문화재전문위원>

                                                                              발행일 : 1994.10.23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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