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화 우리얼굴(조선일보)

by 운영자 posted Jul 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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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갑돌이는 만화그리는 소질을 타고났다. 초등학교 때는 만화주인공을 그려 반 아이들한테 나누어 주기도 했고 예쁜 짝꿍한테는 『너는 이담에 훌륭한 만화가가 될거야』라는 칭찬도 들었다.

중학교에 들어갔다. 제법 줄거리가 짜여진 단편만화도 그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보고 재미있다고들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만화공모전에도 한번 내봤다. 입상권에 들지는 못했어도 심사를 했던 만화가를 찾아 갔더니 『지금 너만한 나이 때가 그림도 잘 그리고 중요한 시기니까 한눈 팔지 말고 열심히 그려』라는 격려도 해주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야 했다. 다행히 만화과가 있는 대학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만화과가 석고데생으로 실기시험을 보았다. 갑돌이는 만화 그리기를 접어두고 2년이나 석고데생과 씨름을 했다. 그러나 떨어지고 말았다. 대학입시에서 보는 석고데생은 우리얼굴 하고는 골격부터 다른 주리앙, 비너스, 아그리파같은 서양 얼굴이었다.

꼭 석고데생으로 시험을 치게하고 싶다면 강감찬, 세종대왕, 율곡, 김구같은 우리얼굴로 치게하면 좋을 것이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만화과 학생들중에는 만화를 전공하고 싶지는 않은데 석고데생으로 실기를 보기 때문에 지망했다는 학생도 여럿 있다.

고졸학력으로 유명대학교 교수가 됐다고 신문에 났던 목수 신영훈 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그분은 이런 말을 했다. 『외국집 하나 몰라도 우리집을 잘 아니까 세계에서 날 알아 줍디다. 』 < 만화가 >

                                                                              발행일 : 1998.05.26   기고자 : 이두호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7-16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