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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은듯 뜬듯 "눈빛감화"(우리문화 이웃문화 10) 석굴암부처    반사광선 받을때 "빙그레"
• 야외불상들 직사광선 받아야 미소 오묘한 빛의 조화
• 중국-서양은 부릅뜬 눈 자비보다 위엄 느껴
  
전에 덴마크 왕립박물관에 가서 한동안 머물렀었다. 백악산방 이라는 사랑채를 이 박물관 한국실에 짓고 있었다.

학예사들 여럿이 모여 이런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 8, 9세기의 전 세계 조각품 선발대회를 열어 으뜸 조각품을 찾아 보자는 것이었다. 세계 각국의 도록을 뒤져 각 지역 조각품들을 한자리에 전시하였다.

막상 8, 9세기 조각품을 출품할 수 있는 민족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에 모두 놀랐다. 출품된 작품들을 진지하게 살피고 투표하였는데 우리의 석불사(지금의 토암산 석굴암) 본존상이 단연 1등이었다. 구김살 없는 당당한 체구와 안정된 자세, 그리고 그 자비스럽고 신비한 미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들 칭찬 일색이었다.

심오한 경지에 이른 달인이 아니고서는 저만한 작품을 완성시킬 수 없다고 한다면 수준 높은 세계에서 삼매를 맛본 뛰어난 작가가 이 본존상을 조성하였을 것이라고 모두들 감탄하였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고 한 학예사가 말하였다. 도록에서 보듯이 중국 불상들이 대체로 눈을 반개한 이상으로 크게 뜨고 눈동자를 점정하였는데 한국 불상들은 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듯이 표현하였느냐는 것이다.

반사광선을 활용하는 조명 여건 때문이라고 대답하였으나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이리들 오시죠-. "

짓고 있던 백악산방 사랑채 앞으로 학예사들을 인도하였다.

"서까래가 이만큼 기둥 밖으로 나와 있으면 높이 뜬 태양의 볕을 가려 실내에서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지요. 빛 역시 실내로 직접 들어오지 못해 직접 조명은 할 수 없지요. "

이런 설명을 하면서 우리나라 수도서울이 위치한 북위37도36분 일대에서 하짓날 정오에 뜨는 태양의 각도(태양의 남중고도라 한다)가 대략75도 가량이라고 말하였다. "직사광선이 차단되었다고 실내가 깜깜한 것은 아니죠. "

백토 깐 마당에서 반사한 빛을 모아 간접 조명하는 한국 집의 원리를 설명하였다. 아래에서 비추는 빛은 까다롭다. 자칫하면 빛을 받는 물체가 괴기스러운 모습이 되기 쉽다. 더구나 인물상일 때는 더하다.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부릅뜬 눈이 노려 보는 듯이 느껴질 수도 있다.

부처는 실내 안쪽 높은 불단 위에 앉아 마당에서 투사된 그런 빛의 조명을 받는다. 더구나 부처 무릎아래에 켠 촛불빛까지 받는다. 이런 여건에서도 불상은 자비롭고 덕성스럽고 다정하여 원만하게 보여야 한다. 그런점에서 중국, 일본이나 여타 국가에 비하여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실내의 조각 작품들이 많다.

우리 불상은 눈을 조금만 내려 뜨고 있다. 아래에서 비치는 빛으로 해서 그 눈은 효과를 얻는다. 만일 위에서 내려 쪼이는 직사광선이면 그림자로 해서 부처의 반개된 눈은 꽉 감은 듯이 보인다. 반개한 눈이 뚜렷한 것은 반사광선 때문인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불상을 반사광선형 조각이라 할 수 있다.

서양 조각은 대부분 눈이 크다. 직사광선을 전제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을 크게 정시하도록 표현한다. 그래야 정기가 어린 듯이 보인다. 아폴로나 비너스를 비롯한 이런 계열의 역대 조각들의 눈이 한결 같이 크고 뚜렷한 이유다. 우리나라 야외 조각도 서양과 같은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바위에 새긴 마애불이 그렇다. 백제시대 조성된 서산마애삼존불(국보 48호) 본존상의 눈도 그렇게 생겼다.

이 본존상은 참 잘 웃고 있다. 파안대소 하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기품, 고결한 성정이 드러나 보이는 천진무구한 모습에 매료된다. 어느나라 조각이건간에 이만큼 기분 좋게 웃는 얼굴을 보기는 어렵다. 인도- 중국-일본과 여타 나라에서도 이런 불상을 보기는 아주 어렵다.

멋도 모르던 젊은 시절, 새로 발견된 귀중한 문화재를 보존한답시고 보호각을 지었다. 웬일일까. 건물에 들어 앉은 부처가 웃음을 잃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살아나게 되었었는데 그 후에 조명공부를 하면서 야외에 있는 부처들은 직사광선에서만 웃는다는 사실을 깨치게 되었다.

결국 이로써 직사광선과 반사광선의 조각기법이 우리나라에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실패를 통한 깨우침이었다. 중국 불상들의 눈이 크다는 것은 조명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하였는데도 학예사들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성적일지는 알 수 없지만 덕성스럽다거나 원만상이라거나 하는 것이 부족한 것을 감쌀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일이군요-. " 이국의 학예사들은 사뭇 진지했다. 중국문화가 뛰어났다면 불상의 수준도 월등하고 후진국이라는 한국에서 본떳을 터인데, 오히려 중국불상이 한국 불상에 비하여 그렇지 못하다고 하면 지금까지의 우리들 상식에 무엇인가의 오류가 끼어들었던 것이나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석불사 본존상은 참으로 대단해요. " 마치 선정에 든듯이 자족하며 유유하고 있는 자세이며 삼매의 환희가 온몸에 가득하여 바라다 보기만 해도 그 기쁨이 이심전심하여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고 마는 미묘한 매력을 지녔다고 오히려 외국 학예사들이 내게 설명하였다.

청정하고 유현한 분위기가 무르 익는 참에 본존상이 눈을 똑바로 뜨고 쏘는듯이 내려다 본다면 주눅이 들어 쉽게 접근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넌지시 반만 뜨고 앉아 찾아 오는 누구에게나 포근한 멋을 적절히 나누어 준다면 충분히 공경 받을만 하지 않겠느냐고도 하였다. 그들의 석불사 본존 예찬론은 그 후로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글=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

                                                                               발행일 : 1995.05.09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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