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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석가탑,주변 돌기둥과 어울려 "균형"
• 베르사유궁-천안문 등의 엄격한 대칭과는 달라
• 연화교 아래 연꽃-청운 백운교는 자연미 극치
• 드러나지 않는 심안의 미 곳곳에

"불국사를 보셨나요. "

우리 것을 먼저 보자. 그리고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불국사 다녀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 "

어떤 모임에서나 이런 물음을 던지면 대부분이 자신 있게 번쩍 손을 쳐든다. 어려서부터 여러 기회에 다들 다녀오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게 불국사를 설명하실 수 있으시겠네요. 우선 질문부터 하죠. 연화-칠보교가 있죠. 어디로 올라가는 층층다리인가요. "

자신 없는 손들이 제자리로 내려온다.

"극락전을 향해 올라가는 안양문앞 돌층층다리"라고 정확하게 대답하는 분도 계시다.

"연화교 발 딛는 디딤돌에 연꽃 새긴것 보신 분"하면 훨씬 많은 손이 내려온다. 전문가도 아닌데 누가 그렇게 시시콜콜 보고다닌담 하는 분도 더러 계시다. 그러면서도 어떤 연꽃을 새긴 것일까? 궁금해서 이 다음에 가면 꼭 봐야겠다고 다짐한다.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소월 선생의 진달래 의 구절이다. 시상으로 보아 진달래조차 밟기가 애틋하다는 것인데 하물며 극락 가는 길에 놓인 연꽃을 밟는 마음이야 오죽하랴 싶은 생각이 떠오른다. 환희 라는 단어도 연상된다.

"옮기시죠. 청운-백운교 앞으로 이동합니다. 다리 좌우로 대단한 석축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첫 손 꼽을 수 있는 축대입니다. 여러나라를 보고 다녔지만 이만한 구조물은 없었습니다. 축대 위에 목조한 회랑이 있습니다. 동서의 끝에서 회랑은 1칸씩 앞으로 돌출하였죠. 그것을 떠받치기 위하여 돌기둥을 세웠습니다. 좌우의 돌기둥 모양이 같습니까. 다르겠습니까. "

올랐던 나머지 손이 다 내려오고 만다. 자세치 않은 것이다.

"서쪽 돌기둥은 복잡한 형상인데 반대쪽 동편 돌기둥은 8각형의 단순한 구조입니다. "

좌우가 다르다는 점에 의문을 갖는 분이 적지 않다. 서양이나 중국 미학이나 미술사에서 좌우가 똑같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대칭의 원론을 귀가 따갑게 배웠기 때문이다.

파리 베르사유궁에서는 좌우로 심은 나무까지 동형이다. 그런 점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많은 분들이 북경 자금성을 다녀 온다. 처음엔 규모에 압도되지만 중간쯤에 이르면 한쪽만 보면 나머지 반쪽은 보지않아도 된다는 점을 눈치 챈다. 좌우가 똑같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반으로 준다. 몰취미한 대칭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체험한다.

서양에서 미학을 전공, 대칭법에 몰입한 분과 불국사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어귀부터 천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주눅이 들었던 그가 아연히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좌우 돌기둥이 다르다는 것은 좌우대칭의 인식부족에서 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신라미술의 대표격인 불국사에서 조차 좌우대칭법을 상실하였다면 역시 수준미달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가득한 모양이다. 조금 뒤진다는 일본에서 조차도 좌우대칭의 방식을 존중하고 있는 터에 불국사에서 그 점을 간과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투다.

슬며시 입을 반만열고 웃었더니 이 실없는사람 갑자기 웬일인가 싶은 모양이다. 넌지시 소매를 끌었다. 따라오라는 표시이다. 대웅전 앞마당으로 올라갔다. 마당에 탑둘이 동서에 나뉘어 서있다.

탑 둘이 나란히 섰으면 쌍탑이라 한다. 쌍탑은 둘이 닮은 법인데 불국사 석가탑(서쪽)과 다보탑(동편)은 서로 모양을 달리하고 있다. 석가탑은 석가여래의 상징이고 다보탑은 다보여래의 화신이다.

"보시오, 선생. 복잡한 돌기둥이 서있는 서쪽에 간결한 석가탑이, 간결한 8각석주가 있는 동편에 복잡한 다보탑이 섰죠. "

아차, 싶은가 보다. 영리한 감성이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렇군요. 그래서 결국 좌우가 같은 값이 되었습니다 그려. "

눈에 띄게 좌우를 같게하는 일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한가닥 숨겨두고 슬쩍 눙쳐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놀라운 감각이라면 최상의 수준일 수밖에 없노라고 하면서 그는 "아직 이런 정도의 작품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얼른 보면 눈에 띄지 않으나 평범한 듯한 자태 속에 눈부신 감동이 들어있다면 그 격조는 최상의 경지다. 이를 심안의 미학이라 부른다. 보편적인 좌우균제론 보다도 급이 높다.

심안의 미학 은 천연스러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짜맞추어 완결하는 인위적인 의도가 배제되어 있다. 그래서 조물주와의 합작을 선호한다.

자연을 지긋이 감상할 수 있는 관조의 세계라야만 천연스러움을 체득하게 된다. 체득은 잠재의식화하면서 누적된다. 개인의 경험에 한정되지 않고 민족이 공유하는 보편성을 지닌다.

자극이 있었을 때 여럿이 모여 투덕투덕 만들어 내면 보편성 잠재의식이 미감으로 발로하여 구수하고 다정한 그런 작품을 완성한다. 뒷산 닮은 시골집을 여럿이서 지어내는 과정에서도 그 점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작품들이 두루뭉수리한 그런 것이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예리하고 날카로우며 빈틈 없고 완고하다. 단지 그것이 억제되어 어리숙하게 보일 뿐이다.

불국사는 대단히 깊고 큰 대범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대단한 사원이다.

중국이나 일본, 인도에서 조차도 이만큼 격조 있는 가람을 보기 어렵다. 다녀 본 바의 결론이다.

불국사는 대범하지만 구조된 구석의 하나 하나를 따로 떼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불국사에 가봐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에 응용될 소재가 거기에 무궁하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다음에 가시는 길 있으시면 함께 가셔도 좋습니다. <글=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

                                                                               발행일 : 1995.05.02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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