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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면에 절전도료 칠해 벼락피한 지혜 돋보여
• 일정한 온도-건조한 상태서 피막작업
• "레이더 피하는 스텔스기 원리와 비슷"
• 불탑 상단에 설치된 구조물
• 복발-앙화놓고 쇠기둥 고정
• 구륜-보개-수연-보주 꽂아
• 신라 황룡사탑 상륜 14m나
• 중 불궁사-일 비조사등 유사
  
목탑 짓는 일은 꽤 까다롭고 복잡하다. 탑 정상에 올리는 상륜도 그런 어려운 설치 중의 한 가지이다.

국어사전에서 상륜은 불탑 맨꼭대기에 설치하는 쇠붙이로 만든 높은 기둥모양의 구조물 이라 하고, 노반-구륜-수연과 보주따위가 차례로 놓여 있다 고 하였다. 이는 상식이고, 실제는 정방형으로 만든 노반중앙에 가늘고 긴 쇠장대를 꽂는 것이다. 그래서 상륜의 여러 부재들이 이 쇠장대에 꿰어지면서 설치된다.

설치방법은 이렇다. 소반 위에 사발 엎은 듯한 복발을 얹고, 다시 그 위에 앙화를 놓는다. 여기까지가 기반인 셈인데, 쇠장대도 고정된다. 그로 부터 둥근 바퀴모양의 법륜 아홉 개를 간격을 주어가면서 차례로 쇠장대에 끼운다. 아랫것은 크고 우람하며,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이를 구륜이라 부른다. 구륜 위에 보개, 그 위로 수연이 꽂힌다. 수연은 투각한 화염무늬로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 위에 보주가 있다. 하나나 둘을 나란히 꽂아 마감한다.

상륜은 탑규모에 어우러지게 크기를 결정한다. 너무 작으면 왜소해 보이고 지나치게 크면 무겁고 둔해 보인다.

황룡사탑은 전체높이 2백25척(사용척도는 고려척-1척은 약 33.8㎝가량)이며, 상륜은 42척이다. 9층전체 높이1백83척의 약 4분의1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신라의 황룡사탑은 백제건축가 아비지를 초청하여 완성하였다. 그 기술이 왜국으로 건너가서 일본 최초의 절인 비조사(원흥사)나 내량(나라)의 법기사 삼층탑, 법륭사 오층탑이 된다.

상륜도 규범에 따라 설치된다. 그런 까닭에 이들 상륜을 통하여 지금은 사라진 황룡사탑의 상륜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경주 남산바위에 새긴 마애 구층탑 상륜과 동일형이다. 이로써 42척높이의 뛰어난 황룡사탑 상륜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일본 근강(오미)에 백제계열 석탑이 있다. 최고-최대의 석탑이다. 이 탑에도 돌로 만든 상륜이 있다. 전형적이나, 수연부분이 변형되었다.

중국목탑의 대표적인 예가 응현에 있는 불궁사5층탑이다. 팔각형 평면의 5층탑인데, 5층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탑 상륜은 황룡사탑계열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충북 진천읍 연곡리 보탑사 삼층목탑에도 역시 상륜을 설치하였다. 건물의 양감을 고려하면서 높이33척으로 세웠다.

보탑사 상륜은 청동으로 만들고, 주요부분에 도금하여 돋보이게 하였다.

상륜제작과 설치는 국가면허(철물공701호)소지자인 최교준 금속공예가가 맡았다. 전승의 기법을 구사하되, 법고창신한 새로운 모습의 상륜을 완성하였다.

이 상륜의 크기는 대규모이다. 노반의 한 변 길이가 12척(약3.6m)이나 되었다. 높은 자리에 올려다 설치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었고, 엄청난 양의 구리가 유인할지도 모르는 낙뢰를 예방하는 장치도 간단하지 않았다.

피뢰침을 설치하였다. 구리보다 전도율이 높은 백금을 피뢰침끝에 꽂았다. 아마 피뢰침에 백금덩어리를 꽂아보는 일도 드문 일이었을 것이다.

피뢰침설치를 두고 전문가들과 의논중에 옛날 피뢰침이 없던 시절엔 도대체 어떤 예방방도가 있었을까? 의문이 제기되었다. 황룡사탑을 비롯하여 삼국-고려나 가야국에 높은 탑이 많았고, 금속의 상륜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낙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을 것인데, 역사기록에 피해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분명 무슨 예방의 지혜가 있었나 보다. 어떤 방도를 채택하였던 것일까. 몹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보탑사 상륜에 도금하는 일은 인간문화재의 기술전수생인 유근성옹(68)이 맡아서 하였다. 그는 도금한 자리를 한 번 더 손질했다. 표면에 도료를 입힌 것이다. 그는 여름인데도 방에 불을 지피고 습기를 제거한 일정한 온도에서 표면도료를 양성하였다. 대단한 정성이었다.

표면에 도료를 그렇게 입히면 그 피막으로 해서 절전의 효과까지도 얻는다고 하면서, 아마 옛날 낙뢰를 피하는 방책이 바로 이것이 었을지도 모른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 흘렸다. 자기는 알지만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그 말속에 담겼다.

그는 퍽 자상한 분이다. 둘만 남았을 때, 그러지 말고 큰아드님이 항공사에 근무한다니 그에게 일러주어 성능을 시험하게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도 하였다. 항공사에 근무하는 아이를 실험실에서 불러올려 성과를 얻게 하면 유익하지 않겠느냐는 충고이다. 전극을 받지 않는다는 뜻은 레이더에도 포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터이니, 성공만 한다면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입을 반만 열고 나직하게 말했다.

미국에선가 어느 비행기가 그런 성능을 지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데, 혹시 그 비행기에 칠한 도료가 이에 흡사하지나 않은지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도 하였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끼리나 하고 말아야지, 다른 나라말로 번역해서 알려줄 까닭은 없다고도 하였다. 옳은 말이다. 굉장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보탑사에서 오늘 다시 상륜을 만들지 않았다면 도무지 상상조차도 하기 어려웠을 이야기이다. 일을 하면서 그런 지혜와 식견을 얻게 되었다. 더구나 그것이 최첨단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놀라움이 앞을 가린다. <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

                                                                               발행일 : 1995.07.25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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