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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본사편집부국장>
신영훈<문화재전문위원>
쌀문화권의 흔적 측간 돼지우리 (우리문화 이웃문화 5)
• 하북성-오키나와도 집구조 비슷
• 위험한 독사 피하려고 천적돼지를 사육
• 한족엔 없어 고구려문명 동아시아 종주 입증

제주도 돼지가 맛있다. "

그랬더니 금릉에 사시는 분이 경북 김천 돼지고기가 더 맛있노라고 자랑했다. 측간 아래에서 키우는 돼지의 고기 맛이 으뜸이라는 이야기끝에 나온 정보다. 지금은 보기 드물어졌지만 옛 노인들께 여쭈어 보면 측간에서 키우는 돼지 우리가 전국 곳곳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런 돼지우리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제주도와 영남, 호남 오지에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사라지고 보니 이런 돼지우리는 흉한 것으로 오인되고 무슨 후진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 오해는 또 오해를 낳아 측간 돼지우리의 존재 마저 알리려 하지 않는 경향마저 보인다.

그러나 측간 돼지우리는 깊은 역사의 흔적이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짐승들한테 시달렸다. 사람이 뛰어난 방어력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생명을 부지하려면 수단을 강구해야 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동물중에 파충류가 있다. 파충류 가운데 독사는 사람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다. 사람들이 독사를 피하기 위해 슬기를 짜냈다. 우선 집을 높직하게 지었다. 더운 지방에서는 지습을 피하기 위하여 큰나무에 의지하여 오두막집을 지었다. 큰 나무가 없는 고장에서는 기둥을 높이 세우고 다락집을 지어 마루를 깔고 살았다. 마루는 영마루, 용마루 하듯이 높은 자리를 말한다. 지표에서 뚝떨어진 허공에 살 자리를 마련했대서 얻게 된 명칭이다.

옛날 이런 집 주변에는 뱀이 많이 살았다. 위험천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관찰하고 궁리했다. 뱀은 돼지에게 꼼짝하지 못한다. 천적인 것이다. 궁리끝에 돼지를 집 아래에 가두어 키우는 방안을 창출했다. 돼지우리가 집안에 들어선 까닭이다.

한국 학자가 중국 학자에게 물었다. 집 가 자를 갓머리( ) 아래에 돼지시(시) 자를 넣어 상형한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이다. 중국 학자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바닷가 해양성 문화, 논농사가 보급된 지역 이외의 중국 중원지방 한족들은 돼지우리와 집을 연관지어 생각하기 어렵다.

쌀재배 문화지역에서 돼지우리를 볼 수있는 것이다. 기마민족의 집들에서도 돼지우리를 보기 어렵다. 돼지는 끌고 다니기 어려운 성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동을 민첩하게 해야 하는 기마민족이 돼지 키우기가 어려웠던 것은 당연하다.

고구려는 기마민족 성향의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삼국사기 고구려본기등의 사료에 따르면 고구려는 농경사회와 기마인들이 함께 사는 이중구조의 나라였다고 해석된다.

고구려 개국 이야기중에 동명성왕 탄생과 얽힌 이런 내용이 있다. 알을 짐승에게 던져주는 장면에서 개와 돼지가 등장한다. 돼지가 비기마족 성향이라면 농경사회의 구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있다.

고구려가 농경사회를 바탕한 기마민족이었다고 하면 이웃의 선비족과 재미있는 비교가 된다. 선비족도 기마민족이었지만 정착된 문화 축적은 어려웠다. 이에 비해 고구려는 정착사회 기반에서 착실한 업적을 쌓아 고유문화를 가질 수있었다고 할 수있다. 이는 동이족중에서 어떤 종족이 문화의 종주국이었느냐를 규명하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 후일 선비족이 불교를 받아들여 꽃피게 되는 기반을 조성할 때 고구려의 문화 기반이 작용하였을 것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동양문화사에서 고구려문화가 차지하고 있는 무게가 막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국 황하 이북지역인 하북성에서도 돼지우리가 측간과 연관되어 조성된 예를 볼 수있다. 이런 사례는 이 지역 일대에 상당히 분포되어 있다. 이 지역의 집들은 중원지방 한족의 집과는 유형이 다르다. 평지붕에 집집마다 사다리를 걸쳤다. 사다리를 걸친 집은 만리장성밖의 색북지방 사람들의 집에서부터 아메리카의 뉴멕시코 타오스 종족이 사는 고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하북성의 돼지우리 있는 집도 이 분포도에 드는 유형이다.

이런 사실은 중국문화가 과연 무엇이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영역속의 모든 고장의 문화를 일괄하여 중국문화라고 말할 수없지 않느냐는 점을 다시 일깨우게 해준다.

돼지우리가 쌀농사 문화권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한족과의 문화 차이는 저절로 자명해진다는 측면도 있다. <글=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

                                                                                발행일 : 1995.04.04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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