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80 추천 수 2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집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옥문화원 신영훈 원장(전 문화재 전문위원)은 “우리의 집은 서양의 홈이나 하우스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홈이나 하우스가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비해 집은 ‘삶의 터’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계집이라는 말이 제집(자신의 집·스스로 집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나왔다거나 자궁을 아기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삶을 담는 그릇인 집. 한국인의 수천년 주거 문화는 개항 이후 심각한 변화를 겪는다. 전통 주거가 사라진 자리에 서양식 주택이 빠른 속도로 들어섰다. 최근 100여년은 가히 ‘잃어버린 한 세기’라고 부를 만하다.

이 땅에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집(양옥)은 1884년 완공된 세창양행 사택이다. 이후 1900년대 초부터 일본인 거주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일본식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주택영단은 영단주택으로 불리는 집을 대량으로 공급했다. 집 짓는 재료는 전통의 흙과 나무에서 ‘근대적인’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변해갔다.

살기 위해 짓는 집은 점점 없어지고 남에게 팔기 위해 지은 집만 늘어갔다.

20세기 한국의 최대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파트는 집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집은 사용가치에 투자가치가 덧붙여지면서 사는 곳에서 돈 버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아파트가 처음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최초의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서울 마포아파트(1962년 완공)는 입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미달 사태를 겪었다. 마당도 없이 높은 층에 사는 삶이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가 편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1999년 국내 주거 형태에서 아파트가 단독주택을 처음 제쳤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남의 머리를 발로 딛거나 남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우리 집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건축사(史) 상의 문제가 아니다. 한옥에선 방이 좁으면 대청으로, 마당으로 손님을 모셨다. 아파트에선 바깥의 식당으로 나가야 한다. 된장이나 김치도 담을 수 없고 제사상이나 병풍을 보관할 공간도 마땅찮다. 이사하면서 세간을 자꾸 버리게 된다. 집이 품고 있던 문화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신 원장은 “국내 건축학과에 한옥을 정식으로 가르치는 곳조차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과연 우리는 집을 잃은 민족이 되자는 것인가.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기사입력 2004-04-22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7-16 13:3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大英박물관장 로버트 앤더슨 방한(동아일보) 운영자 2009.07.08 2829
162 [커버스토리]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불국사 (동아일보) 운영자 2009.07.13 2828
161 [family/리빙] 아파트를 한옥처럼 (중앙일보) 운영자 2009.07.13 2826
160 `경복궁 통해 본 한옥` 강좌 外(중앙일보) 운영자 2009.07.09 2821
159 한옥문화원 강좌 外 (중앙일보) 운영자 2009.07.09 2820
158 한옥문화원 15∼18일 古宅들 돌며 한옥체험 행사 (동아일보) 운영자 2009.07.10 2815
157 伯顔 김대벽 추모사진전 '한옥의 향기' (서울경제) 운영자 2009.07.20 2811
156 [Family/리빙] 우리 아파트 악센트는… 알록달록한 민화로 멋내볼까 (중앙일보) 운영자 2009.07.13 2798
155 고건축 전문가들 숭례문 보수 경험 조언 (중앙일보) 운영자 2009.07.16 2794
154 (Book/즐겨읽기)`임금님 집`으로의 초대(중앙일보) 운영자 2009.07.15 2791
153 처마의 곡선 지혜의 탄성(조선일보) 운영자 2009.06.30 2788
152 `일본속의 한옥 탐방` 학술기행 外(중앙일보) 운영자 2009.07.09 2784
151 [직격인터뷰]“상량식때 학생들과 기둥 끌어안고 눈물” (동아일보) 운영자 2009.07.16 2783
150 [미술계쪽지]제10회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外 (중앙일보) 운영자 2009.07.15 2782
» 한옥문화원 신영훈 원장이 본 역사속의 집 (동아일보) 운영자 2009.07.10 278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

(우)03056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103-7 전화 : 02-741-7441 팩스 : 02-741-7451 이메일 : urihanok@hanmail.net, hanok@hanok.org
COPYRIGHT ⓒ2016 한옥문화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