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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그대로의 한옥 중-일과 대조적
• 배산임수 집터 울타리 연못 굳이 필요없어
• 한국-백토로 안방조명 초가엔 애호박
• 중국-높은 담장속 석회석으로 산빚어
• 일본-마당에 모래깔고 인공무늬 긁어

눈에 뜨이는 검불이라도 바람에 날려 마당의 화초 사이에 들면 보기가 참 민망하다. 들어가 꺼내자니 어렵고, 그냥 두기엔 눈에 거슬리고.

정결한 모래를 정성스럽게 마당에 깔았다. 나무밑동이나 심은 바위의 가장자리까지 빈틈 없게 깔았다. 조금의 차질도 없어야 직성이 풀린다.

갈퀴처럼 생긴 것으로 모래를 긁는다. 움직이는 방도에 따라서 직선, 유선, 타원과 동심원 등이 나타나면서 의도된 형상이 모래위에 선조로 표현된다. 맑고 정숙하며 흐트러짐이 없다. 바라다 보고 앉았으면 도저히 자세를 흐트러지게 할 수 없다.

일본의 이름난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오사카 사천왕사(시덴오지)의 마당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신라는 서라벌 한복판에 별원을 조성하였다. 근검한 국가의 기풍으로 통일을 이룩하자 문무왕은 조금 긴장을 풀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별원을 호사스럽게 경영한다. 연못가에 지은 건물에 임해전이란 이름을 내린다. 바다를 다스리고 있다는 듯한 의미가 그 이름에 담겨 있다.

내륙에 왜 바다를 끌어들이고 있었던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문무왕은 결국 바닷속에 왕릉을 만들게 하고야 마는 지성스러운 마음을 가졌다. 욕진왜병의 염원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림해는 그런 성사의 전초일 수도 있다.

전에 불국사 청운-백운교가 시작되는 아랫마당에 구품연지가 있다고 해서 발굴한 적이 있었다. 발굴 결과는 실패였다. 연못터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러려니 단념하였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통상적인 연못이 거기에 있었을 것같지 않다.

수미산의 보궁이 부처의 나라라는 의미에서 불국을 건설한 것이라면 구품련지는 운해라야 격에 맞는다.

바다와 같은 연못이 있어야 합당하다면 항사라고 하듯이 수없는 모래가 바다일 수도 있다.

금년에도 벌써 세번째 중국에 간다. 이럭저럭 이름난 원림들을 거의 한바퀴 돈 셈이다.

그런 유명한 정원을 보면서 한결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정원을 가꾼 집들의 담장이 너무나 높다는 점이다.

저렇게 넓은 들녘에 집이 있는데 집둘레를 활짝 열어 시원스레 확트이게 하지 못하고 저만큼 담장을 높이 쌓아 답답하게 폐쇄시키고 있다. 나로서는 그 까닭을 알기 어렵다.

송나라의 글에서 마당 가꾸는 요체중의 하나는 차경에 있다고 하였다. 주변의 좋은 경치를 집안에 끌어들인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저토록 높은 담장이라면 오히려 차경에 가깝다.

높은 담장 안에 연못을 파고 파낸 흙으로 가산을 만든다.

그것에 의지하고 깊은 물속에서 건져서 멀리 운반하여 온 석회석 덩어리를 쌓는다. 여러겹 접착해 가면서 모양나게 쌓는다. 뫼가 되고 봉우리가 된다. 담장 밖의 명산을 닮았다는 주장이다. 바로 차경(차경)한 뫼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인위적이며 정적이어서 전혀 움직임을 감지할 수 없다. 숨결이 멎은 자연의 모방이어서 감동은 있으나 도야되는 인성은 없다.

처음에서 끝까지 한결 같은 인위적인 충만이 담장 안에 가득 차야 하는 꾸밈이 중국적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은 전혀 다르다.

한옥 건축이 마무리 단계가 되면 집주변 마당을 반듯하게 깎고 다듬어 취평한다.

백토 깐 마당에서 반사하는 햇빛이 방안에 스며들어 집안이 밝고 명랑하게 되면서 맛깔스럽게 되기를 희망하는 일이 취평의 첫째 목표이고 두번째는 쏟아진 빗물이 마당에 고이지 않고 어김없이 흘러 나가라는데 목표를 둔다.

하얀 마당에 노란 지붕의 초가가 섰다. 단풍이 들고 고추가 널리고 밤이 익고 바자울 밑으로 국화가 피었으면 온통 일곱가지 색으로 가득 찬다.

집이 뒷산자락에 슬며시 올라앉아 있어서 뒷동산이 집안에 들어온다. 그러므로 달리 차경해야 할 일이 없다.

배산하고 있는 집은 저만큼 흐르고 있는 내를 임수하고 있다. 구태여 따로 연못을 만들어야 할 까닭이 없다.

울타리가 있어도 고만이지만 울타리가 따로 없어도 좋은 것은 형국을 이룬 산세가 집을 감싸주고 있어서다. 아늑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천연 그대로이어도 좋았다. 아니면 약간의 손질에 보충되어도 무괴하였다. 마당 가꾸는 일은 그정도로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삼류 제택(살림집)도 그랬고 궁궐이나 사찰도 마찬가지였다.

조계산 송광사에서는 우화각 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홍예다리를 만들어 건너게 하고 돌다리 위에 건물을 지어 우화각이라 하였다. 그 장면을 개울 속에 두발을 딛게 만들어진 육감정(육감정)에서 내려다 본다.

정자 아래 가득찬 물에서 제각기 자란 물짐승들이 꼬리치며 무리 지어 노닐고 있다.

그런 물이 거기에 좀 머물다 가라고 약간의 보를 막았다. 천성에다 조금의 인공을 가한 것이다. 천연이 수줍은 인위의 조심스러운 참여를 약간 용인하고 있다. 잠깐 고였던 물이 축적한 힘에 밀려 보를 넘는다. 넘친 물이 금세 활기를 되찾으며 쏟아져 내린다. 작은 폭포가 된다.

폭포는 바라다 보면 시원해 좋다. 들리는 힘찬 물소리는 더위와 잡념을 깨끗이 씻어낸다.

일본과 중국의 정원이 비인위적인 것을 거부하는 정적의 세계로 무상의 상념을 관조하는 태세라 한다면 우리는 관조를 꿰뚫고 득도하여 제도에 나서고 있는 역동의 숨쉬는 무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뿐이다. <글=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

                                                                                 발행일 : 1995.06.13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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